기초법개정공동행동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집단 수급신청 선포 기자회견’
서울시 종로구청 상대로 3명 집단 수급신청 내

기초법개정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하 기초법)의 최저생계비 현실화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요구하며 ‘기초법 집단 수급신청 선포 기자회견’을 12일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앞에서 가졌다.

이들 단체는 서울시 종로구청에 총 3명의 집단 수급신청을 냈다. 종로구청을 상대로 집단 수급신청을 낸 이유는 종로구 쪽방촌의 기초생활수급권자 비율이 전국적으로 가장 낮기 때문.

홈리스행동 이동현 집행위원장은 “서울역에서 70세가 다 된 한 어르신을 만났다. 뇌졸중이 있어 한 달에 두세 번씩 쓰러지고, 편마비로 인해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한쪽 팔·다리를 아예 쓰지 못하셨다. 그 분은 1984년부터 가족과의 불화로 거리생활을 시작했고, 가족관계가 단절돼 있었다. 기초생활수급권자 신청을 하기 위해 동사무소를 찾았으나 금융정보제공 동의서가 없다는 이유로 신청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 신청해 접수가 이뤄졌으나 종로구청에서는 금융정보제공동의서가 없다는 이유로 각하했다. 급기야 서울시에 이의신청을 제기했고, 서울시에서 조사 후 적절하면 수급권자로 지정하라는 통보가 나왔다. 이후 종로구청장 등 면담을 거쳐 수급권 보호를 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초생활보장제도 지침에 따르면,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실질적으로 부양능력이 없거나 부양을 받을 수 없는 사람에게 기초생활급여를 제공하도록 돼 있다.

이 집행위원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로구청은 금융정보제공동의서가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수많은 수급권자 쪽방주민들을 보호하지 않고 있다.”며 “이번 집단 수급신청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종로구청의 편협한 수급권자 선정 기준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행동은 집단 수급신청에 앞서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해 11월 15일부터 조계사 앞 천막농성을 25일간 진행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수많은 기초법 개정안 발의에도 불구하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안건상정조차 되지 못했다.”며 “이번 해 2월 임시국회에서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 안건상정은 됐으나 개정안이 논의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은 “노부부가 43만 원의 기초생활수급비로 월세 30만 원을 내고 생활하다, 지난 해 말 더 이상 살 수 없다며 자살을 택했다. 같은 해 실직한 가장이 자신이 죽으면 장애자녀가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자살을 택했다.”며 “이는 최저생계비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가 얼마나 절실한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많은 장애인이 자립생활을 시작하고 있다.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려고 하는데,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모르는 가족이 서류상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초법에서 제외되고 있다.”고 문제점을 꼬집었다.

시설에서 나와 자립생활을 하고자 하는 장애인 당사자 하상윤(39) 씨의 사례 역시 이어졌다.

하 씨는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어렸을 때 부모님에 의해 장기적인 시설생활을 하게 됐다.

주변의 몇몇 사람들은 기초생활수급권자로 시설에서 당장 나갈 수 있었고, 하 씨는 자신도 기초생활수급권자가 돼서 일단 시설에서 나가 자립생활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해당 면사무소를 찾아가 신청했다. 그러나 하 씨는 ‘아버지와 집이 있다’는 이유로 탈락했다.

하 씨의 아버지는 자립생활하고 싶다는 하 씨의 의견에 ‘나와서 어떻게 살래. 그냥 거기서 살아라.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는, 내가 죽기 전까지는 허락할 수 없다’며 반대했다.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쑥스러워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는 하 씨를 대신해 김정하 활동가는 “아버지는 아버지의 인생이 있고, 하 씨는 하 씨의 인생이 있다. 자립생활을 하기 위해 있는 집을 팔 수 없고, 아버지가 죽기만을 기다리는 자식이 될 수도 없다. 오늘 다시 한 번 종로구청을 찾아가 수급 신청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발언에 이어 현행 기초법의 문제점을 알리는 림보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빈곤의 책임을 가족에게 떠넘기는 기초법! 바닥생존 강요하는 너무 낮은 최저생계비!’라고 적힌 막대에 달린 과자를 먹어야 하는데, 이명박 정권과 복지부가 먹지 못하게 방해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한편, 종로구청 집단 수급신청은 종로구청 측이 건물 안으로의 진입을 거부해 직원들이 책상을 밖으로 들고 나와 접수를 진행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 제공/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 제공/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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