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인 성명서

 

 

일찍이 신경림 시인은 제주를 일러 ‘이 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꿈이여!’라고 노래한 바 있다. ‘어둠도 죽음도 늘 이 섬부터 불어와,/ 툭하면 가로수가 꺾이고/ 지붕이 날아가고 사람들이 쓰러지지만,’ ‘마침내 이 섬은 이 나라에서/ 가장 깊은 뿌리가 되’고 ‘가장 아름다운 꿈이 되’었다고 했다.

그것은 반세기 전 제주에서 있었던 무참한 살육과 학살의 제주4.3을 딛고 이제 생명평화의 섬으로 거듭나고 있는 제주을 찬양한 것이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꿈과 가장 깊은 뿌리가 그야말로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지금 제주에서는 정부의 해군기지 건설 강행으로 4.3의 아픔이 재연되고 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최소한 국가안보상 반드시 필요하고, 입지선정이 적정해야하며, 민주적이고 적법한 절차와 정당한 보상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강정마을에 건설하려는 제주해군기지는 이중 어느 것 하나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그야말로 국책사업이라는 미명으로 주민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정부당국과 해군본부는 기지 건설과 관련된 여려 재판이 진행중인데도 이는 전혀 안중에도 없이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또한 지난 4월 6일에는 영화평론가 양윤모씨가 공사현장에서 온몸을 던져 공사를 저지하다 또다시 경찰에 구속되기에 이르렀다.

우리 한국의 문화예술인들은 지금 제주도 강정마을에서 해군기지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정부당국과 해군본부에 엄중한 경고를 보낸다. 또한 공사를 방해한다는 혐의를 씌워 양윤모를 구속한 처사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한다. 이는 정당성이 없는 기지 건설을 강행하려고 공권력을 동원한 폭력이고 기지건설을 반대하는 국민들에 대한 선전포고이다.

제주4.3이 아름다운 섬 속의 아름다운 마을 강정에서 다시 시작되고 있다. 그것은 4.3의 역사가 말해주다시피 국가권력의 무도한 횡포가 다시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역사의 교훈을 망각한 자들에 의해 폭력과 파괴가 다시 되풀이 되고 있다.

우리 문화예술인들은 ‘제주해군기지 건설 강행을 죽음을 각오하고 막아내겠다’는 강정마을 주민들의 절규를 듣는다. 이는 제주4.3당시 죽음의 구렁텅이에서 살려달라는 절박한 외침과 같아 우리는 전율한다. 우리는 군사기지 건설 반대 운동에 동참해달라는 그 절규를 외면할 수 없다.

이에 우리 한국의 문화예술인들은 제주도민을 무시하고 비민주적이고 폭력적인 방법으로 해군기지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정부당국과 해군본부를 국민과 더불어 규탄한다. 또한 기지 건설이 철회될 때까지 강정주민 및 제주도민들과 뜻을 함께 해서 투쟁해나갈 것을 천명한다.

우리의 투쟁이 승리하는 날, 제주4.3영령들의 바램인 생명평화의 섬 제주가 제 모습을 온전히 찾게 될 것임을 확신한다. 그것은 바로 어둠과 죽음을 물리치고 마침내 제주가 이 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꿈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의 요구
하나, 해군기지 공사를 즉각 중간하라!

지금도 정부와 해군당국은 강정마을의 아름다운 바위들을 깨뜨리면서 테트라포트 설치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이에 공사를 중단시키려는 주민들과 충돌은 일촉즉발의 상황에 처해 있다. 만약 이 과정에서 어떤 불미스런 일이 생긴다면 이는 모두 정부와 해군당국에 그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

하나, 양윤모씨를 즉각 석방하라!

양윤모씨는 강정마을 해안가에서 2년 천막 노숙을 하며 불법적인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정부와 해군당국에 맞서다 연행되어 구속되었다. 이는 비단 양윤모씨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모든 반대주민들을 구속시키겠다는 엄포에 다름 아니다. 양윤모씨를 즉각 석방하는 것만이 역사의 법정에서 면죄부를 받는 일이다.

하나, 해군기지 설치를 즉각 철회하라!

누가 보더라도 강정마을은 해군기지 적정지가 아니다. 그래서 적법한 절차도 없이 기지건설 공사를 강해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대양해군이라는 명분이 사라진 현실에서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해군과 건설자본의 배만 불려줄 뿐이다.

우리는 명분 없는 해군기지 건설을 끝까지 반대하며 해군기지 건설이 철회될 때까지 온 국민과 함께 싸워나갈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2011년 4월 18일

 

(사)인디포럼작가회의, (사)한국독립영화협회, (사)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강릉씨네마떼끄, 문화다양성포럼, 문화연대, 서울독립영화제, 서울영상집단,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여성영화인모임, 영상미디어센터미디액트, 영화인회의, 우리만화연대, 인디다큐페스티발, 정동진독립영화제, 푸른영상, 하늬영상, 한국작가회의, 희망의노래꽃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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