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위, 복지부 장애인정책국 사무실 점거
복지부 “4월 국회 통과 관련 책임 없다. 6월 통과는 공대위에 달려있다” 주장
공대위 “복지부 법안 취지 이해 못해… 투쟁하겠다.”

지난 15일 장애아동복지지원법 제정이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6월 국회로 넘어간 것과 관련해 장애아동복지지원법제정을위한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복지부 장관 사과와 책임자 문책 등을 요구하며 19일 오후 2시경 복지부 10층 장애인정책국 사무실을 전격 점거했다.

공대위 소속 15여명은 점거하기에 앞서 복지부 장애인정책국 사무실 앞 복도에서 ‘장애아동복지지원법 제정하라!’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시위했으나 장애인정책과 직원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자 공대위는 사무실 안으로 자리를 옮긴 것.

그제야 장애인정책과 직원들은 ‘여기서 이러면 안 된다’며 공대위의 점거를 말렸다.

ⓒ최지희 기자
장애인 부모,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 전격 점거

함께가는서울장애인부모회 최석윤 회장은 “국회에서 전해들은 복지부의 입장은 우리와 협의했던 것과는 완전히 상반된 것이었다. ‘이 법이 예산의 논리에 의해서 절대 불가다’라고 말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과연 돈의 가치와 사람의 가치 중 어느 것이 우선인가(묻고 싶다). 복지부가 장애인들의 복지를 위해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확인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고 외쳤다.

한 장애인부모는 “우리는 그동안 복지부와 장애아동복지지원법 제정을 놓고 소통하기를 원했지만 들어주지 않아 이 상황에까지 오게 됐다. 장애인부모는 하루 24시간 장애자녀를 곁에서 돌봐야한다. 우리 아이들의 생존과 미래가 달리지 않은 일이라면, 무엇 때문에 지금 아이와 떨어져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겠는가.”라며 개탄했다.

또 다른 장애인부모는 “복지부에게 장애인아동복지지원법을 만들어달라고 좋게 이야기했지만, 복지부에서는 콧방귀도 안 뀌었다. 몇 년 동안 협의해서 복지부가 장애인부모들과 같은 법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4월 국회에서 제정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틀 남겨두고 복지부는 ‘논의한 바 없고, 장애인부모들의 억지 주장이며, 말도 안 되는 억지’라며 태도를 바꿔 장애인부모들을 모함했다. 우리가 여기까지 와서 협상하자고 이야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한 명도 나오지 않고 있다.”며 분노했다.

공대위는 6월 국회를 앞두고 복지부의 장애아동복지지원법 제정 관련 계획을 듣고자, 그동안 함께 논의했던 장애인연금팀 이재란 팀장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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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공대위 채증 및 경찰 투입

점거 농성이 20여분 지속되자 복지부 측은 카메라로 공대위 활동가들을 채증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복지부 직원과 공대위 간에는 고성이 오고갔다. 간간히 대화 시도가 이어졌으나, 복지부 운영과장이라고 밝힌 한 관계자는 2시 50분경 해산할 것을 요구했고 경찰이 투입됐다.

장애인부모들은 “우리는 계속해서 이야기하기를 원했지만, 복지부는 들어주지 않았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이대로 끌려 나갈 순 없다. 오늘 이 자리에서 꼭 복지부의 입장을 들어야겠다,”며 각자 들고 있던 현수막을 단단히 묶어 고리를 만들고는 서로에게 팔짱을 끼고 둘러앉아 굳은 결의를 보였다.

‘남의 회사에 와 이러는 게 어딨어?’…복지부 직원, 취재 가로막아 물의

3시 30분경, 복지부 몇몇 관계자는 취재 중인 기자들에게 다가와 “복지부 등록 기자가 아니면 촬영할 수 없다. 미리 취재하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오는 게 절차에 맞지 않느냐. 남의 회사에 와서 이러는 게 어디 있냐.”며 복지부 등록 기자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 기자들을 밖으로 밀어냈다.

그러나 별다른 충돌은 생기지 않았고, 그로부터 10분이 지나 공대위 대표 4명이 관계자와 면담하는 것으로 협의되면서 상황은 마무리됐다.

면담 결과에 대해 공대위 관계자는 “이재란 팀장을 비롯한 장애인연금 TF 관계자들은 장애아동복지지원법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운을 띄웠다.”며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복지부가 한 이야기는 ‘관계부처와 협의 안 됨, 관계기관과 논의 안 됨, 예산이 과다 소요되고 다른 보육시설과 협의 안 됨’이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또 “복지부는 4월 국회에서 법안 통과가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은 없으며, 5월 중 협의는 하겠지만 잘 진행될 것인가에 대한 여부는 공대위에 달렸다는 태도를 고수했다.”고 덧붙였다.

공대위는 “복지부가 법안 취지를 이해하지 못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이를 뚫고 나가기 위해 6월 국회까지 열심히 투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하 420공투단)은 ▲국민기초생활법 개정(부양의무제 폐지) ▲장애아동복지지원법 제정을 요구하며, 오후 3시 복지부 규탄 1박 2일 노숙농성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420공투단은 “지난 18일 이명박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을 통해 자랑한 장애인복지정책의 성과들은 사실 거의 신규예산 없이 이름만 바꾼 사업(장애인연금)이거나, 서비스 신청 자격을 강화하고 자부담을 인상해 장애인들의 진입장벽을 높인 사업(장애인활동보조지원서비스).”이라며 “결국 현 정부는 장애인의 삶을 옥죄는 데 앞장서왔으며, 그 선두에는 복지부가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현재 420공투단은 1박 2일 노숙농성 진행을 위해 서울시 종로구 보신각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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