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휠체어 자부담 면제? '속지 마세요'
전동휠체어 자부담 면제? '속지 마세요'
  • 최지희 기자
  • 승인 2011.04.29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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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만 원 전동휠체어, 알고 보니 70만 원짜리 ‘저질’...업체, 최대 140여만 원 차액 챙겨
내구연한 동안 수리비만 210만 원 지출… ‘배보다 배꼽이 더 커’

경기도에 사는 A 씨는 요즘 전동휠체어를 싸게 주겠다는 전화를 부쩍 많이 받는다.
국민건강보험에서 급여로 지급하는 209만 원짜리 전동휠체어를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41만8,000원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 게다가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을 소개시켜주면 최고 35만 원까지 사례비를 주겠다고 한다.

본인부담금을 걱정하던 A 씨는 솔깃했지만, 왠지 속고 있다는 찝찝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209만 원짜리 전동휠체어를 판매하면서 본인부담금을 받지 않고 사례비까지 주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전동휠체어의 6년 내구연한이 올해로 끝남에 따라 전동휠체어를 새로 구입하려는 장애인들을 노린 악덕 상혼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돼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망된다.

전동휠체어 판매가 209만원…중국산 제품 68만~100여만 원에 불과

지난 2005년 4월 22일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개정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 급여 적용대상이 된 전동휠체어는 기준액(전동휠체어 209만원, 전동스쿠터 167만원) 이내일 경우 실구입가의 80%에 해당하는 167만2,000원(전동스쿠터 133만6,000원)을 공단에서 현금급여로 지급한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하 장총)이 원희목 의원으로부터 입수한 ‘2009년 전동휠체어 및 전동스쿠터 수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업체들이 수입해 유통시키고 있는 209만 원짜리 전동휠체어의 수입 원가는 우리나라 돈 68만~103여만 원에 불과한 중국산 제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즉 급여지급체계의 허점을 노려 중국산 저가의 저질 제품을 싸게 수입해와 전동휠체어를 필요로 하는 당사자에게는 마치 본인부담금을 면제해주는 것처럼 속이고, 거액의 차액을 남기고 잇속을 챙기는 악덕상혼이 기승을 부리는 것.

▲ 제공/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 제공/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수입원가와 급여가를 비교해보면 대당 최대 140여만 원의 차액일 발생하기 때문에 업체는 본인부담금 및 사례비 76만8,000원을 빼고도 최대 63만2,000원의 이윤을 남길 수 있다는 게 장총 측 설명이다.

문제는 이들 제품 대부분이 안전성과 모터, 배터리 등의 성능이 크게 떨어지고, 고장이 자주 나기 때문에 수리나 점검비용 등 추가비용이 지출되거나, 아예 AS를 못 받거나 장시간 기다려야 AS를 받는 경우가 발생할 위험이 매우 높다.

실제로 장총이 국내 한 휠체어 취급사를 통해 지난 2005년 전동휠체어를 구매한 장애인의 6년간 수리 이력을 검토한 결과 209만 원 제품 1,374대 중 수리·점검비용 건수는 878건(63%)이며, 한 제품의 최대 수리 건수는 22건으로 210만 원의 비용이 발생한 반면, 상대적으로 고가인 350만 원 제품은 428대 중 수리·점검비용 건수가 26건, 한 제품의 최대 수리 건수 2건 등 55만 원의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A 전동휠체어 수리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산이라고 모든 제품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의 제품이 품질규격에 못 미치는 저질 제품이다 보니 ‘자부담 비용을 면제해주겠다’거나 ‘사례비를 준다’는 말에 현혹돼 구입한 장애인 중 상당수가 엄청난 수리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문제가 심각해 새로 제품을 받으려고 신청하려 해도 이미 (건강보험공단 급여로) 지급했기 때문에 6년을 기다리거나,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본인 돈을 내고 구입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설명했다.

▲ 제공/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 중국산 제품을 구입한 K씨가 전동휠체어 수리를 위해 6년간 지출한 내역. 제공/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장총 “노인장기요양보험처럼 개별수가 방식 등 도입해야”

어떻게 이런 문제가 일어날 수 있을까.
현재 전동휠체어는 식품의약품안정청의 수입품목허가만 받으면 의료기기로 팔 수 있으며, 판매 가격 등을 산정하는 체계는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장총 대외협력부 조상현 팀장은 “노인장기요양보험의 경우 공단산출가격 계산 기준에 따라 복지용구 급여 평가위원회에서 시장조사를 나가고, 매입원가·판매비 및 일반관리비·적정이윤판매비·유통비용·부가가치세 등을 계산해 최종 판매 가격을 산정한다.”며 “국민건강보험 급여 방식 역시 이러한 체계를 도입하고, 209만 원의 상한가를 유지하되 개별수가 방식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품별로 적정 판매 가격을 매겨 공개하면 당연히 209만 원 내에서 가격 높고 질 좋은 제품 수요가 늘어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일명 ‘저질 제품’은 자연스럽게 퇴출될 것이라는 조 팀장의 생각이다.

아울러 급여지급 방식을 업체구매 후 급여신청방식으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업체가 제품을 보낸 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급여를 청구하는 방식에서 개인이 제품의 사전정보를 숙지한 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신청하면 업체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지시에 따라 개인배송을 실시하는 체계로 개편해야 한다는 것.

B전동휠체어 수리업체의 관계자는 “외국의 경우 전동휠체어를 구입하려면 의사로부터의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본인에게 어떤 모델이 맞는지에 대해 상담을 받는다. 이후 전동휠체어 업체는 당사자가 선택한 제품을 납품한 후 체형에 맞게 조절해주는 역할만 하면 되기 때문에 차액을 남겨먹는 등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발생할 수 없는 체계.”라며 “처음 (전동휠체어) 보급 사업을 할 때와 상황이 많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은 그때와 똑같기 때문에 소비자는 울고, 세금은 낭비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완전히 뜯어 고치지는 못하겠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통제하는 방식으로 전환만 하더라도 불필요한 세금낭비와 저질제품으로 한숨짓는 장애인 고객들의 불편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