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420공투단 ‘장애인 생존권 확보 위한 집중 결의대회 및 장례식’ 열어

“꼭 칼로 찔러야 죽였다고 합니까. 2011년 경기도 50만 장애인들은 이 나라 정부가, 경기도가 죽인 것 맞습니다.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으로 보장돼 있는 최소한의 이동권도 지켜줄 생각 없다 합니다. 그럼 우리는 법으로 보장받지 못하는 대한민국국민도 경기도민도 아닌, 기본권을 지켜주지 않는 우리는 정부가, 경기도청이 죽인 겁니다. 살았으되 사람으로 살지 못하는 경기도 50만 장애인들. 장례조차지내지 못한 우리들을 이제 장사지내려 합니다. (중략) 단지 경기도에서 사람으로 살고 싶었던, 가난하고, 저항할 줄 몰라서 살해된 50만 경기도 장애인들의 기본권을 장사 지내겠습니다.”

▲ 장애인들이 ‘경기도 장애인 생존권 여기 잠들다’, ‘김문수 도지사는 더 이상 장애인을 죽이지 마라!’고 적힌 관을 끌어안고 곡하고 있다.
▲ 장애인들이 ‘경기도 장애인 생존권 여기 잠들다’, ‘김문수 도지사는 더 이상 장애인을 죽이지 마라!’고 적힌 관을 끌어안고 곡하고 있다.

경기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하 경기420공투단)은 ‘경기도 장애인 생존권 확보를 위한 집중 결의대회 및 경기도 장애인 생존권 장례식’을 지난 11일 경기도청 앞에서 열었다.

경기420공투단은 지난 3일부터 기자회견 및 천막농성 등을 통해 ▲장애인 이동권 보장 ▲도 차원의 활동보조 추가 지원 ▲장애인 탈시설과 자립생활 권리 보장 ▲발달장애인 지원 대책 마련 ▲장애성인 평생교육 권리 보장을 5대 요구안으로 내걸고 있는 상태.

이번 결의대회에는 ‘경기도 장애인 생존권 여기 잠들다’, ‘김문수 도지사는 더 이상 장애인을 죽이지 마라!’고 적힌 관을 운반하는 장례식이 치러졌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박명애 상임공동대표는 “장애인은 교육권도 죽었고, 노동할 권리도 죽었고,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권리가 모두 죽은 게 장애인의 생존권이다. 그동안 모든 걸 참아야 했고 기다려야 했고 죽여야 했다.”고 말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국가는 내 나이 58살이 되도 기다리라고 그런다. 방안에서 텔레비전을 통해 투쟁하는 장애인들을 보며 ‘기다리면 되지, 왜 저러나’하고 철없는 말을 하면서 착하게 기다려도 봤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변화되는 것은 없었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서, 더 이상 내 자신을 죽일 수가 없어서 47살에 야간학교를 나왔고 53살에 삭발하고 단식하면서 투쟁했다. 세상은 기다린다고 변하지 않는다.”고 힘을 실었다.

이어 “며칠 전 경기도 김문수 도지사가 대구광역시까지 동창회한다고 내려오는 모습을 보면서 비참했다. 장애인은 학교를 못 다녀서 동창회가 없고, 직장을 못 다녀서 직장동료가 없다.”고 개탄했다.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바로 저 뒤에 있는 경기도청의 김문수 도지사가 마땅히 여러 분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해서 일어난 살인사건이라고 생각한다.”고 운을 띄웠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경기도는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에 의해 5개년 계획을 세웠고 2012년까지 저상버스를 전체버스의 31.5%로 도입하겠다고 했다. 2011년도 현재 저상버스 도입률은 9%다. 경기도 측에 이유를 들어보니 국토해양부(이하 국토부)가 예산을 주지 않았다고 했다. 국토부에 물어보니 경기도가 계획을 안 냈다고 했다. 그와 더불어 민간업자들이 부담 때문에 저상버스를 들이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며 황당함을 표했다.

그는 “지난 2006년 한 장애인이 오이도역에서 떨어져 죽었고, 수많은 투쟁을 통해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을 만들었다. 하지만 정부가 지키라고 만든 법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 법은 그들의 ‘도덕경’인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경기도의 특별교통수단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나섰다.

그는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 시행령에 따르면 1·2급 장애인 200명당 특별교통수단 1대를 도입하도록 명시하고 있으며 현황을 국토부에 보고해야 한다. 경기도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특별교통수단을 176대로 보고해 도입률이 31.3%라고 했다.”며 “하지만 알아보니 176대는 특별교통수단도 아닌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리프트 장착 차량 등을 바리바리 모아 만든 숫자였다. 실제 경기도는 8개 시에서 55대밖에 운영하고 있지 않다. 장애인이 얼마나 우스우면 ‘사기 보고’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겠는가.”라고 질타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이뿐만이 아니다. 안양시에 사는 장애인이 의왕시에 가려고 해도 특별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없다. 시와 시를 연결하지도 못하고, 같은 시 안에서만 움직이려고 해도 이틀 전에 예약해야 이용할 수 있다. 친구 만나러 가는 데 이틀 전에 예약해서 가는 이 야만적인 도시가 어디있는가.”라고 규탄했다.

한편, 참가자들은 두 차례에 걸쳐 관을 들고 경기도청을 돌며 장애인 생존권을 알리려고 했으나 경기도청 청원경찰들의 제지에 막혔다.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마찰이 발생했으며, 한 청원경찰이 참가자들에게 주먹질과 발길질을 하는 폭력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참가자들은 폭력을 행사한 청원경찰 및 책임자의 사과와, 해당 청원경찰에 대한 처벌 등을 요구했다. 경기도 총무과 유재필 계장은 “진상조사 후 해당 직원에게 합당한 조치를 취하겠다.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날 결의대회는 관을 들고 수원역 광장으로 운반 및 행진하며, 시민들에게 경기도 장애인의 현실을 알리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 경기도청 안의 행렬이 청원경찰의 제지에 의해 막히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명애 상임공동대표가 참담한 표정을 짓고 있다.
▲ 경기도청 안의 행렬이 청원경찰의 제지에 의해 막히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명애 상임공동대표가 참담한 표정을 짓고 있다.

▲ 관을 들고 수원역 광장으로 운반 및 행진하며, 시민들에게 경기도 장애인의 현실을 알리고 있다.
▲ 관을 들고 수원역 광장으로 운반 및 행진하며, 시민들에게 경기도 장애인의 현실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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