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법개정공동행동,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요구 ‘복지 사망선고 기자회견’
“복지부는 100만 명 중 고작 8만 명을 수급자로 편입시키는 안을 준비 중”

나는 대한민국의 가난한 국민입니다. 뇌병변장애를 갖고 있는 40대 여성입니다. 하루 종일 누워 지내야 하는 저는 장애연금 14만 원 중 활동보조 자부담을 내고 나면 점심 먹을 돈도 없습니다. 기초생활수급이라고 받아보려 했더니, 아버지 소유의 집이 있어 안 된답니다. 그러면 우리는 길바닥에 나앉아야 만하는 것입니까……. 주민센터를 수십 번 찾아가도 우리에게 맞춰진 복지는 어디에도 없었고, 죽음의 문턱을 몇 번이고 넘나들어야만 했던 우리를 건져주는 그물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이렇게 잔인한 대한민국, 이렇게 잔인한 복지국가에서도 예외가 돼버린 우리가 과연 국민이기는 한 것입니까……. 당당한 인간으로 살고 싶습니다. 이제 더 이상 국민의 국가이기를 포기한 이명박 정부의 사망을 선고합니다. 

-지난 26일 기초법 부양의무자 기준 전면폐지 및 복지 사망선고 기자회견 중

국민기초생활보장법개정을위한공동행동(이하 기초법개정공동행동)은 26일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앞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하 기초법) 부양의무자 기준폐지를 촉구하며 '기초법 부양의무자 기준 전면폐지 및 복지 사망선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초법개정공동행동에 따르면 기초법은 지난 2월과 4월 임시국회에 안건이 상정됐으나 보건복지부가 반대의 입장을 밝히면서 6월 국회로 논의가 미뤄졌다. 특히 지난 4월 국회에서는 법 개정을 바라는 국회의원과 이를 말리려는 복지부의 힘겨루기 끝에 이번달 말까지 복지부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기초법개정공동행동은 “빈곤의 책임을 가족에게 남겨두는 보양의무자 기준에 대한 개정요구가 드높음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예산을 핑계로 이를 오히려 앞장서 반대하고 있다.”며 “지난해 장애어린이의 아버지가 죽음을 택하고, 올 초에는 수급비만으로는 살 수 없어 60대 노부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리고 얼마 전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지 못하고 길거리에서 생을 마감한 할머니의 죽음이 한국 복지의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 부양의무자 기준제도 폐지를 촉구하는 기초법개정공동행동의 기자회견 모습. ⓒ정두리 기자
▲ 부양의무자 기준제도 폐지를 촉구하는 기초법개정공동행동의 기자회견 모습. ⓒ정두리 기자
참여연대 손대규 간사는 “기초법은 여·야를 막론하고 50건이 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고 우리가 요구하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최저생계비 현실화, 재산소득 환산제 개선, 차상위층 법적 지원 증비 등의 개선 내용을 담고 있는 법안만 10개가 넘는다.”며 “그러나 복지부는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부양의무자 기준폐지에 대해 예산과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음을 이유로 반기를 들었고 자신들에게 맡겨 달라며 이번달 말까지 개정안을 제출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비공식적으로 들리는 이야기에 따르면 복지부는 부양의무자 소득 기준을 최저 생계비 130%에서 185%로 올려 추가로 8만여 명을 수급자로 편입시키는 안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며 “현행 부양의무자 기준에 의해 최저 생계비 이하임에도 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사람이 100만 명 중 복지부가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은 고작 8만 명을 포함할 뿐.”이라고 개탄했다.

이와 관련해 기초법개정공동행동 관계자는 “지난 25일 복지부 기초생활보장과와의 면담에서 복지부는 부양의무자 소득 기준을 185% 로 계획 중이었다.”며 “그러나 아직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와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명애 상임공동대표는 “복지부가 자신들에게 맡겨 달라며 내놓은 것은 100만 명 중 고작 8만 명을 해결해 주는 것이었다. 복지부가 내놓은 말도 안 되는 제안은 받아들일 수도 용납해서도 안 된다.”며 “빈곤층의 삶을 알고 있다면 복지부는 (기초법 개정에)나서야지 왜 국회에서의 논의를 막고 있느냐.”며 비판했다.

이어 기초법개정공동행동은 ‘대한민국 복지는 죽었다.’며 퍼포먼스와 함께 추도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 ⓒ정두리 기자
▲ 국민기초생활보장법개정을위한공동행동(이하 기초법개정공동행동)은 26일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앞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하 기초법) 부양의무자 기준폐지를 촉구하며 '기초법 부양의무자 기준 전면폐지 및 복지 사망선고 기자회견‘을 가졌다.ⓒ정두리 기자
▲ 국민기초생활보장법개정을위한공동행동(이하 기초법개정공동행동)은 26일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앞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하 기초법) 부양의무자 기준폐지를 촉구하며 '기초법 부양의무자 기준 전면폐지 및 복지 사망선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정두리 기자
▲ ⓒ정두리 기자
▲ 기초법개정의 바램을 담은 문구들이 복지부 앞 기자회견장에 걸렸다. ⓒ정두리 기자
▲ 기초법개정의 바램을 담은 문구들이 복지부 앞 기자회견장에 걸렸다. ⓒ정두리 기자
▲ 국회 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반대 입장을 내세웠던 복지부를 규탄하기 위해 기초법개정공동행동은 복지부 간판 에 '반대'라는 푯말을 붙였다.  ⓒ정두리 기자
▲ 국회 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반대 입장을 내세웠던 복지부를 규탄하기 위해 기초법개정공동행동은 복지부 간판 에 '반대'라는 푯말을 붙였다. ⓒ정두리 기자


 -기초법개정공동행동이 기자회견에서 낭독한 추도문-

이미 나이가 70이 넘은 딸들에게 연락이 닿는 게 두려워 수급신청을 할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나는 대한민국의 가난한 국민입니다. 한 칸짜리 쪽방에 살고 있는 실업자입니다. IMF 때 사업에 실패하고 가족들과 헤어졌습니다. 기초생활 수급을 받아보려고 주민센터를 찾았지만 했지만 연락도 안 되는 자녀들이 부양의무자라서 안된답니다. 수급을 받으려면 자녀들의 부양의무 포기서류를 받아오랍니다. 이 나라는 제 자식들에게 ‘나는 불효자입니다’ 라는 자백을 받아오랍니다.

나는 대한민국의 가난한 국민입니다. 뇌병변장애를 갖고 있는 40대 여성입니다. 하루 종일 누워 지내야 하는 저는 장애연금 14만 원 중 활동보조 자부담을 내고 나면 점심 먹을 돈도 없습니다. 기초생활수급이라고 받아보려 했더니, 아버지 소유의 집이 있어 안 된답니다. 그러면 우리는 길바닥에 나앉아야 만하는 것입니까?

우리는 대한민국의 가난한 국민입니다. ‘가난’이라는 단어를 체념처럼 짊어지고 살아야 하는 우리는, 헌법에도 나와 있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써 존엄과 가치를 지닌다’는 말에도 열외가 된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그런데 요즘 대한민국은 이미 복지국가라 하는 낯선 외침들이 들리고는 합니다. 맞춤형 복지라고도 하고 그물망 복지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주민센터를 수십 번 찾아가도 우리에게 맞춰진 복지는 어디에도 없었고, 죽음의 문턱을 몇 번이고 넘나들어야만 했던 우리를 건져주는 그물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이렇게 잔인한 대한민국, 이렇게 잔인한 복지국가에서도 예외가 돼버린 우리가 과연 국민이기는 한 것입니까. 대한민국의 복지는 가난한 이들의 죽음을 밟고 (해어지는) 저들만의 전리품 입니까?

이것은 살인입니다. 국가가 국민을 죽게 내버려둔 명백한 살인입니다. 국민이 죽어나가도록 대한민국 온 땅의 부양의무자라는 독약을 뿌려놓아 발생한 대량 학살입니다. 휴지조각처럼 내버리는 정리해고를 밥 먹듯이 하는 이런 미쳐버린 나라를 만들어 놓고는 가난은 가족이 책임지랍니다. 책임질 수 없으면 장애인은 시설로, 실업자는 길바닥에 나앉으랍니다. 그렇게 누구하나 지켜보는 이 없이 쓸쓸히 죽어가랍니다. 그러나 우리는 더 이상 비참하게 살 수 없기에 이렇게 마지막으로 절규합니다.

구제받고 싶으면 너희가 얼마나 불쌍하고 비참한지를 증명해 보라는 시혜와 동정으로 얼룩진 이명박 복지의 요구를 거부합니다. 당당한 인간으로 살고 싶습니다. 이제 더 이상 국민의 국가이기를 포기한 이명박 정부의 사망을 선고합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세상 그 역사의 뒤안길에서 영원히 잠드십시오. 보건복지부와 이명박 정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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