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고 덥고 배고프다. 이럴 때면 시원하고 아늑하며, 편안한곳이 그리워진다.
관념보다는 차가운 현실이 나를 주눅 들게 할 때 아늑한 카페에 앉아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세월을 관조하고 싶은 마음에 삼청동으로 길을 재촉한다.

광화문 광장을 지나 경복궁 미술관 길을 따라 걸으니 아기자기한 카페들이 줄을 지어 서있다.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이 카페골목은 아기자기한 작은 카페나 상점들이 줄지어 이어져 있어서, 언제부터인가 사진작가들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명소로 손꼽히는 곳이 됐다.

삼청동은 엄청나게 많은 식당과 카페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 작은 골목 사이로 늘어져 있는 아기자기하고 예쁜 카페를 마치 숨은 그림 찾듯 발견하는 재미역시 삼청동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 중 하나다.

▲ ⓒ전윤선
▲ ⓒ전윤선
소격동과 사간동, 팔관동과 삼청동을 어우르는 삼청동 일대는 도심의 분주함을 피해 한옥들 사이로 난 폭 좁은 보도를 따라 걸으며 옛 정취를 느낄 수 있으며, 전통 한옥의 빛깔과 이국적인 현대 미술의 강렬한 색감이 공존하는 새로운 문화의 거리다.

인사동과 또 다른 분위기의 화랑가를 이루고 있으며, 한옥을 개조해 만든 아기자기한 레스토랑과 카페, 커다란 통유리가 달린 모던한 감각의 레스토랑과 와인바 등은 고풍스런 북촌의 풍경과 잘 어리는 곳 중에 하나다. 이뿐만 아니라 경복궁, 창덕궁 등 고궁에 둘러싸여 있어서 호젓하게 산책도 즐기고, 화랑과 박물관, 골동품 가게를 둘러볼 수 있는 호사를 만끽할 수 있는 독특한 공간이기도 하다.

화랑, 박물관, 북카페 삼청동 순례의 출발점은 청와대 후문에서 동십자각(유형문화재 13호)사이다. 국제갤러리, 금산갤러리, 학고재, 금호미술관, 갤러리 현대 등이 경복궁 맞은편에 몰려있으며, 화랑가 동십자각 근처에는 외국인들을 위한 책·DVD카페인 서울셀렉션이, 청와대 후문 근처에는 진선 북카페가 거리의 멋을 북돋운다. 서울셀렉션은 '친구'등 한국 영화를 영어 자막과 함께 1주일에 3차례 틀어주며, 진선 북카페는 야외 테라스에서 독서를 즐길 수 있다. 삼청동 길에서 우측으로 국군지구병원을 따라 5분 정도 걸어 들어가면 특색 있는 박물관 2곳이 나타난다. 정독도서관 옆 서울교육사료관은 삼국시대부터 교육과 관련된 도서, 옷 등 수천여점을 선보이고 있으며, 조선시대 선비들이 사용하던 책상인 서안부터 개화기 이후 교과서까지 전시되어있어 자녀들과 함께 둘러보면 좋다.

정독도서관 맞은 편 골목길로 들어서면 티베트박물관과 세계장신구 박물관이 나온다. 티벳박물관은 라마 승려의 의상과 복장, 사람가죽과 두개골로 만든 북, 불교용품 등 티벳 민속자료가 전시되어있으며, 세계장신구 박물관은 세계 곳곳의 장신구가 전시 돼 있다. 박물관 인근에는 모자 골동품가게 등 특이한 상점들이 발길을 잡는다.

▲ ⓒ전윤선
▲ ⓒ전윤선
아기자기한 카페 골목길 탐방으로 지칠 무렵이면 삼청공원으로 간다. 도심의 쉼을 제공하는 삼청공원 인근 주민들과 삼청동 카페 골목을 찾은 관광객에게 편안함과 휴식처를 제공해주고 있다. 또 장애인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전동휠체어로 공원을 이용하는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고 땡볕을 피할 공간을 제공한다.

더위도 식혔으니 민생고를 해결하러 다시 삼청동 카페골목으로 내려갔다. 삼청동은 옛 건물에 높은 고지대에 위치해 있어 이곳 주민들은 산을 깎아 터를 잡았다. 그러다보니 좁은 골목 사이의 계단 길로 휠체어를 타고 접근하기 쉽지 않다. 다행히 발길을 돌려 아래로 내려오다 보니 ‘서울에서 두 번째로 잘하는 집’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메뉴는 안방차와 단팥죽 등 단촐하다. 안을 들여다보니 휠체어가 접근할 수 있는 집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세평정도의 작은 가게 안은 손님들이 각각 눈을 맞추며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둥근 테이블로 앉을 테니 의자를 옆으로 빼고 휠체어가 식탁 앞에 들어갈 수 있도록 요청하니 친절한 주인장은 뜻밖의 휠체어 이용 손님에게 연신 미소 띤 얼굴로 세팅을 하고 있다. 서울에서 두 번째로 잘한다는 이집의 주 메뉴인 단팥죽과 수정과를 주문하니 곧바로 식탁 위에 차려진다. 단팥죽 안은 왕구슬만한 새알이 팥죽 안에서 춤을 추고 있다.

새알을 하나 건져서 먹고 보니 배가 부른 상태인데도 쫄깃함이 입안에 착착 감기며 부드럽게 넘어간다. 수정과 또한 시원한 계피향이 머릿속까지 자극한다. 수정과 속엔 왕 곶감 두 개가 수정과 물이 스며들어 맛의 조화가 장난 아니게 혀끝을 간섭하며 점령한다. 더위도 식혀준 수정과와 조우한 후 다시 삼청동 카페 골목으로 숨은 그림 찾기를 나섰다.

차가운 현실이 나를 주눅 들게 할 때, 아늑함을 찾아 이곳 삼청동으로 달려와 보자.

가는 길
지하철: 지하철 5호선 광화문 역 하차, 외부 엘리베이터 8번 출구로 나와 세종문화회관 앞 광화문 광장, 광화문 정면에서 광화문 쪽으로 횡단보도 건너 오른쪽으로 경복궁 끼고 돌면 된다. (5호선 광화문역, 02-6311-5331. 안전발판 서비스 시행)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하차 경복궁으로 나와 경복궁을 들러보고 민속박물관 쪽으로 나오면 왼쪽부터 삼청동 카페 골목이다. 안전발판서비스 있으며 지하철 승·하차 편리하다. 삼청공원 가는 길 감사원 앞 장애인화장실도 접근성이 좋다.
버스: 파랑버스 (480번/대성운수/전화02-400-9411), (704번/제일여객/0
31-820-1800), (180번/402번/150번704번/401번) 초록버스 (0212번/선진운수/전화02-355-5855), (1711번/도원교통/전화02-914-9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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