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권리협약과 국내 법률과의 관계 재조명을 통한 장애인 인권 향상 방안 모색 토론회’ 열려

 국제장애인권리협약(Convention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 이하 장애인권리협약)과 우리나라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의 관계를 살펴보고, 장애인 인권 향상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미래희망연대 정하균 의원,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이하 장총련)는 ‘장애인권리협약과 국내 법률과의 관계 재조명을 통한 장애인 인권 향상 방안 모색 토론회’를 9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었다.

법률사무소 지향 이은우 변호사는 “우리나라 헌법은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제6조)’고 규정해 국제인권조약인 장애인권리협약에 대해 국내법과 동등한 효력을 주고 있다.”고 해석했다.

장애인권리협약에 맞도록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 및 보완 필요성 제기

이 변호사는 “그러나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는 국제규약과 장애인권리협약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가의 의무인 ‘진보적 달성의무(가용자원의 최대한 활용, 핵심적 가치의 보장, 구체적 조치 의무)’를 규범으로 받아들이지 않아 왔다. 대신 사회권에서는 국가의 현저한 일탈이나 부작위만을 위법으로 보는 견해를 고수해 왔다. 이는 국제인권규약에 대해 헌법 규범의 해석 기준으로 지위를 인정하는 태도와 모순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장애인권리협약에서 보장하고 있는 권리들은 현재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는 충분히 보장되지 않고 있어, 장애인권리협약에 모순되는 장애인차별금지법 규정들은 무효가 될 것.”이라며 “현재의 장애인차별금지법 규정들을 장애인권리협약에 맞도록 개정하거나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편, 장애인권리협약은 국내에서 헌법 규범의 해석 기준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장애인권리협약의 구체적인 규정에 모순되는 헌법 해석은 부당하다.”며 “장애인권리협약은 사회권에 대한 새로운 헌법해석의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조약이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고 있다는 해석은 무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한상희 교수는 “장애인권리협약은 적극적으로 장애인의 권리를 규정하고 있는 반면,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소극적으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규정하고 있다.”며 “가능하다면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아니라 협약처럼 장애인의 권리보장법의 형태로 개정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나 한 교수는 국제조약이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이해되는 것은 ▲입법의 실체가 국민 일반에 대한 구속력 있는 법규범을 창출하는 것이라 할 때 외교통상부의 관료주의에 일임 및 의회주의 자체가 소멸되는 것이며 ▲거의 형식적으로 운영되면서 별다른 관여를 하지 않는 것이 국회의 관행의 격으로 고착돼 옴으로써 의회입법의 원칙을 거스르고 ▲치자와 피치자의 자동성을 바탕으로 하는 민주제의 틀이 심각하게 왜곡되는 것이라는 한계점을 지닌다고 우려했다.

한 교수는 “따라서 헌법 제6조의 규정을 문리적으로 해석할 것이 아니라 국민주권주의, 민주주의, 의회주의, 법치주의 등의 헌법핵 내지는 헌법이념에 부합하는 형태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법제위원회 박종운 위원장 역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장애인권리협약과 동일하거나 더 진전된 내용을 가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개정해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에 대해 공감했으며, “누구보다 우리나라 사법부가 과거의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국내 법률보다 진전된 내용을 가진 국제 규범, 국제적으로 보편화된 기준을 국내에 적용하는 데 지체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 시급… 장애인권리협약은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 가져올 것

장총련 서인환 사무총장은 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의 조속한 비준을 촉구했다.

서 사무총장은 “비준은 약속이다. ‘약속은 하지만 약속을 지키겠다는 약속은 하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차후 선택의정서를 비준하지 않는 국가에 대해 인권위원회 위원 피선거권을 주지 않도록 개정하는 등 비준은 각국의 자유라 하더라도 차별화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차별조사과 장애정책팀 조형석 팀장은 “우리 정부가 장애인권리협약 성안에 보여준 열의와 성과를 감안할 때 조약과 관련 법률들과의 충돌이 발생할 경우, 상치되는 국내법에 대한 개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장애인권리협약의 가입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으로 또는 헌법의 해석 지침으로 장애인의 기본권을 신장시킬 것이며, 장애인권리협약상의 장애인권리위원회가 우리나라의 정부보고서를 검토해 최종견해를 표시함으로써 국제적인 압력을 통한 실질적은 국내법령의 개정을 가져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차별 구제’가 목적… 별도의 입법 및 다른 장애인 관련 법률 통한 해결이 바람직

법무부 인권정책과 이승한 과장은 “헌법재판소는 ‘헌법제6조 제1항의 국제법 존중주의는 우리나라가 가입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는 것으로서 조약이나 국제법규가 국내법에 우선한다는 것은 아니다’고 판시하거나, ‘국제적 협력의 정신을 존중해 될 수 있는 한 국제법규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 요청됨은 당연하나 그 현실적 적용과 관련한 우리 헌법의 해석과 운용에 있어서 우리사회의 전통과 현실 및 국민의 법감정과 조화를 이루도록 노력을 기울여야한다는 것 또한 당연한 요청이다’라고 판시함으로써 국제인권조약과 국내법이 상이한 경우에 국제인권조약이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법원은 국내법 규정에 따라 범죄로 처벌한 경우 국제인권조약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판단하거나 국내법 조항이 국제인권조약의 조항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판단한 바 있지만, 아직까지 국제인권조약에 위배된다는 적극적 판결을 한 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와 같은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기존 입장에 따를 때, 장애인권리협약의 내용과 상이한 국내법이 위헌으로 판단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의 내용이 장애인권리협약에 비해 충분하지 못하다는 지적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성격에 비춰봤을 때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 과장의 주장에 따르면, 장애인차별금지법 외에도 형법, 민법, 상법,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법,장애인기업활동촉진법,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편의증진보장에관한법률, 장애인등에대한특수교육법, 장애인복지법, 장애인활동지원에관한법률,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 등 여러 국내법들에서 장애인권리협약의 내용을 국내적으로 이행하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특히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은 사람의 권익을 효과적으로 구제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고, 그 입법목적에 충실하게 구성돼야 한다는 것.

이 과장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장애인인권법은 아닌 것이다. 때문에 별도의 입법이나 다른 장애인 관련 법률을 통해 해결될 사안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달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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