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성명서
떨리는 목소리가 수화기에 전해온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장애인의 심정이 고스란히 수화기를 통해 전해진다. 이러한 아픔은 조용히 묻어두는 것이 아니라 적극 대응하고 진정한 사과를 받아야 상처가 치료 된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하기로 하면서 순간 망설여진다. 차별 피해 장애인이 차별을 당하고 억울하여 상담전화를 찾을 때는 이미 많은 밤을 생각으로 보내고 결심하고 왔을 텐데, 국가인권위에 진정하자고 권하기가 쉽지 않다. 진정하고 조사하고 시정권고가 내려지기까지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것은 순전히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장애인 차별에 즉각적이고, 안전하게 그리고 섬세하게 장애인 유형에 따른 특성을 고려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지금 인권위의 상황은 이러한 것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인권위에 진정한 사건들의 진행을 상황을 문의하면 어김없이 ‘기다리라’고 한다. 인권위 장애인담당 직원들이 게을러서가 아니라 장애인차별 사건의 건수가 급속이 증가하고 있는 속도를 인권위가 따라가지를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별시정기구인 인권위에 장애인 차별 진정 건수는 폭주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이후 2008년 4월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이전까지 접수된 진정건수는 모두 630건에 불과했으나, 2008년 4월부터 12월까지 총 645건, 2009년 한 해에만 총 745건이 접수되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이후 진정사건이 거의 9배에 해당 된다(국가인권위원회 2010).
이러한 상황은 일찍이 장애인은 예상했었던 상황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을 만들 때 분명 했던 약속이 있었다.
그러나 2009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서 20명 인력 확충 계획조차도 없었던 일이 되었다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장애인은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유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을 위한 20명 인력 확충 계획은 다름 아닌 행정안전부(당시 행정자치부)가 확정하여 국회에서 의결까지 거친 사안이었다. 이런 행안부가 행정부처로서 국회 의결사항까지 뒤집는 사태가 일어난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다.
장애인의 차별에 대한 민감성은 빠르게 상승되어가고 그만큼 차별 진정 건수도 증가할 것임은 누구도 예상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인권위가 지금처럼 따라가지 못한 상태가 계속 된다면 장애인은 기다리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곧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겠다고 열망하여 제정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무력화 되는 상태를 초래하게 될 것이고 그 책임은 인권위에 있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차별 받은 장애인의 고통 앞에서 무기력함으로 기다리라고 하지마라.
국가인권위원회가 장애인차별시정기구로서 책임을 다 하라.
국가인권위원회는 즉각 장애인 전문 담당 인원을 충원하라.
2006. 6. 21
장애인자별금지추진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