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들’ 김재원, 청각 장애 고백에 대한 장애인들의 반응은?

김재원, 자신의 청각 장애 사실 공개적으로 밝혀

MBC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에서 차동주(김재원 분)가 이제껏 양아버지를 향한 복수를 위해 숨겨왔던 자신의 청각장애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18일 방송된 ‘내 마음이 들리니’ 23화에서는 청각장애 사실을 숨기고 살아온 차동주가 마침내 자신의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공식 석상에서 선언했다. 차동주는 어린 시절 추락 사고로 인하여 귀가 멀게 되지만, 최진철(송승환 분)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청각장애인이 아닌 척 연기하며 살아온 캐릭터다. 그러나 동주의 엄마인 태현숙(이혜영 분)이 복수를 위해 16년 동안 자신을 이용했음을 알게 된 후 분노한 장준하(남궁민 분)가 현숙에 대한 복수를 동주를 통해서 하려고 위협하자, 그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에너지셀 화장품을 대외적으로 공포하는 자리에서 자신의 가장 큰 약점이자 비밀을 공개한 것이다.

행사 피날레 무대에 오른 차동주는 스스로 불을 내렸다. 그리고는 “이게 제가 사는 세상입니다. 저는 귀가 들리지 않습니다. 13살 때 사고로 소리를 잃어서 제 목소리조차 들을 수 없게 됐지만 괜찮습니다. ‘차동주 너는 못 듣는 사람이 아니라 잘 보는 사람이야.’라고 마음으로 말해주는 사람이 있어서 괜찮습니다. 저는 못 듣는 사람이 아니라 잘 보는 사람입니다.”라며 자신의 청각 장애 사실을 밝혔다.

차동주의 고백에 시청자들은 감탄과 감동의 소감을 쏟아냈다. 한 시청자는 “못 듣는 사람이 아니라 잘 보는 사람이라고 말하던 동주의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지만 당당해보여 멋졌다.”고 말했고, 자신을 청각장애 학생들을 가르치는 특수교사라고 소개한 한 시청자는 “우리 아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한 시청자는 “세상 사람들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장애를 가졌다고 해서 불쌍하게 보지 않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장애 사실 고백에 대한 주위 반응… ‘자랑스러워’ vs ‘인정 못해’

차동주의 고백을 들은 이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그 중 동주가 가장 사랑하는 두 사람의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그의 오랜 친구이자 연인인 봉우리는 비밀을 고백하며 자신을 바라보는 차동주에게 멀리서 수화로 “바보야.”라고 손짓하며 웃음지어 보였다. 차동주의 ‘못 듣는 사람이 아니라 잘 보는 사람’이라는 말은 바로 봉우리가 그에게 해준 따뜻한 위로였기 때문이다. 봉우리는 청각장애인인 자신의 엄마처럼 사람들의 입을 바라보며 대화하는 차동주의 비밀을 눈치채고도 모른 척 하고 있었고, 차동주에게 엄마를 설명하며 “우리 엄마는 못 듣는 사람이 아니라 잘 보는 사람이었다.”고 이야기한 적 있다. 봉우리는 이후 차동주에게 “네가 자랑스럽다.”고 격려했다.

일요일 방송분인 24회에서 태현숙은 아들의 청각 장애 사실 고백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현숙은 동주에게 화제몰이를 위한 가짜 고백이었다고 이야기하라고 종용했다. 동주는 현숙에게 “엄마가 자신의 청각장애를 인정하지 않는 사실이야말로 자신에게 가장 큰 상처”임을 고백하며 그동안 소리를 듣는 척 하기 위해 받아온 고통을 가감 없이 토로했다. 그러나 태현숙은 아들의 절규를 끝내 듣지 못하고 “세상 사람들과 철천지원수 최진철이 너를 비웃을 것.”이라며 동주의 가슴에 다시 한 번 비수를 꽂고 말았다. 결국 동주는 엄마에게 소리를 듣지 못하는 고통이 얼마나 큰지를 알려주기 위해 태현숙의 손을 잡고 물속에 뛰어들었다. 깊은 수면 속 진공의 상태에서 차동주는 의식을 잃어가면서도 “여기서 내가 들을 수 있도록 말해봐라. 한 번만이라도 소리를 듣고 싶은 내 마음을 엄마는 모른다. 나는 내 목소리조차도 들을 수 없다.”며 엄마에게 자신이 받아왔던 상처를 절절히 토로했다.

‘내 마음이 들리니’를 바라보는 장애인들의 시선은…

‘내 마음이 들리니’에서 봉우리와 태현숙은 둘 다 차동주를 많이 사랑하고 차동주에게도 소중한 존재로 등장한다. 그러나 두 인물은 사랑의 방법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그 모습은 장애인에 대한 진정 올바른 인식이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보통 장애인을 위로한다며 “당신은 장애인이 아니다.”라고 말하곤 한다. 장애인을 가족으로 둔 이들 역시 “넌 다른 장애인과 달라.”라며 가족의 장애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정작 장애인들은 극 중 차동주처럼 그 말에 깊은 절망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사람의 장애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그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는 느낌을 받게 한다는 것이다.

농인들이 모인 한 인터넷모임에서 ‘내 마음이 들리니’에 대한 반응을 살펴봤다. 농인을 위한 드라마나 영화 자막 자료를 받을 수 있는 인터넷 카페로, 농인들은 평소 자막방송이 아닌 많은 방송 프로그램을 이곳의 자료를 통해 접하고 있었다.

한 농인 여성은 “청각 장애 고백이 비장애인들에게 왜 짠하거나 감동을 준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큰 병을 고백하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나 자신이 장애인임을 고백하는데… 장애를 가진 것에 대해 평소 불쌍하게 여겼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지 않겠나. 씁쓸하다.”라며 차동주의 청각장애 고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한 농인은 ‘마음으로 듣는다’라는 표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농인들은 모든 걸 항상 눈으로 먼저 확인하기 때문에 ‘듣는다’라는 행위는 매우 생소하다. 게다가 ‘듣는다’는 단어 자체가 금기시되어 있는데, 마음으로 들린다고 말해봤자 공감할 수 없다. 그래서 봉우리가 ‘못 듣는 사람이 아니라 잘 보는 사람’이라고 말해준 것이 오히려 감동적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청각 장애를 갖고 있는 대학생 강모 군은 “일부 농인들에게는 농문화라는 것이 있어, 귀가 안 들리는 것을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가령 지구상에 농인만 태어나는 어떤 섬이 있고 아주 희귀하게 비장애인이 태어나는데, 그곳에서의 평소 의사소통은 수화로만 이뤄지고 비장애인이 혼자 구어를 하는 상황이라면, 그 문화 속에서는 비장애인이 이방인일 뿐이다. 그래서 농문화를 습득한 농인들은 이 사회에서 자신이 청각 장애를 가졌다고 커밍아웃 해야 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강군은 “장애가 그 사람을 불쌍하게 생각하는 핸디캡이 되어선 안 된다. 굳이 커밍아웃을 해서 주목을 받아야 할 문제도 아니다. 그냥 그 사람의 하나의 특징으로 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차동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봉영규(정보석 분)와 봉우리처럼 그 사람의 장애를 그대로 인정하고 특징으로 받아들여 ‘비장애인 대 장애인’이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 마주할 수 있는 인식 개선이 사회 전반에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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