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지역 사회서 방치되는 것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

지적장애의 특성을 이용한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7월 들어 일주일 간 보도된 경찰 적발 건수만 4건으로, 성폭력, 수급비 갈취, 명의 도용 등 종류도 다양하다.

지난 3일 광주 동부경찰서는 지적장애인에게 숙소를 제공하겠다며 접근해 기초수급통장 등을 빼앗고 명의를 도용해 대포폰을 만든 혐의로 A씨(38) 등 두 명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 등은 지난 5월 2일 버스터미널에서 배회하는 지적장애 2급 25살 박모 씨에게 재워주겠다며 접근한 뒤 광주 대인동에 있는 모텔로 유인해 3일 동안 감금, 폭행하고 185만 원이 들어있는 기초수급통장을 빼앗아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 등은 또 박씨 명의로 대포폰 4대를 만들어 유통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4일에는 지적장애인 명의로 카드를 발급한 뒤 유흥비 등으로 쓴 30대가 경찰에 붙잡힌 사건도 있었다.

전남 진도경찰서는 지난 4일 진도군 지산면 같은 동네에 사는 지적장애인 신모(49) 씨의 명의로 카드를 발급 받아 부당사용하고 현금을 인출한 혐의로 B씨(36)에게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5일 밝혔다.

경찰조사 결과 B씨는 피해자 신씨가 지적장애 3급이라는 것을 알고 “농공단지에서 일한 인건비를 받아 주겠다.”라고 속여 신분증을 건네받은 뒤, 자신의 친척이 운영하는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피해자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설하고 카드설계자에 연락해 카드 2매를 발급받아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피해자의 명의로 발급받은 카드로 음식점, 미용실, 옷가게, 유흥주점 등에서 400만 원을 사용하고 현금인출도 100만 원 가량 받았으며, 피해자 신씨는 카드를 발급한 사실이 없는데도 카드사용 내역이 문자로 통보되자 동네 사람에게 물어보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경찰은 신고를 받고 카드사용처를 수사하다가 B씨가 이용한 미용실 CCTV에 찍힌 B씨를 발견하고 검거했다. 진도경찰서 측은 관할관청에 통보해 지적장애인을 상대로 한 범죄 특별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성폭력 사건도 줄어들지 않은 채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인천 중부경찰서는 지난 6일 노숙 생활을 하며 알게 된 장애인에게 잠자리를 제공하겠다고 여관으로 유인한 뒤 폭력을 휘두르고 성폭행한 C(50)씨에 대해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C씨는 지난 2008년부터 최근까지 서울역에서 노숙 생활을 하며 만난 지적장애 2급 여성인 D(39)씨를 부산 등으로 데리고 다니며 4차례에 걸쳐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게다가 C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10시 쯤 서울 중구의 한 여관에 D씨를 데려가 흉기로 위협하고 손으로 얼굴 등을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C씨는 경찰에서 “범행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B씨와 성관계 후 1만원씩 줬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한편 광주고등법원 제주형사부(재판장 방극성 제주지방법원장)는 10대 지적장애인과 소녀를 성폭행하려 한 혐의(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위반상 강간 등)로 구속 기소된 E씨(54)가 낸 항소심에서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이 징역 6년을 선고했다고 지난 5일 밝혔다.

E씨는 지난 1월 21일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F양(16)을 “학교까지 데려다 주겠다.”며 승용차에 태운 뒤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쳤으며, 이어 2월 23일에는 길을 가던 G양(15)을 “집까지 태워다 주겠다.”며 차량에 탑승시킨 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재판부는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들을 승용차에 태운 후 인적이 없는 곳으로 데려가 강간하려고 해 죄질이 좋지 않은 점, 미수에 그친 이유도 피고인의 신체적 장애로 인한 것으로 크게 고려할 정황이 아닌 점, 피해자 및 가족들이 처벌을 원하고 있는 점,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고 누범기간에 범행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원심의 형은 적정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의 전과와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 등에 비춰 보면 원심이 정한 전자발찌 부착기간은 너무 길어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지적장애인들에 대한 범죄가 끊이지 않고 빈번히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적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방치되고 있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미성년의 경우 학교나 복지관 등에서 집에 돌아오면 생계를 위해 일터에 나간 부모님을 대신해 돌봐줄 가족이나 지역 내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에, 지적장애인들이 밖으로 나가 어울릴 사람을 찾으면서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사람에게 이용을 당하고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의 여준민 활동가는 “활동하면서 만났던 경계급 지적장애를 가진 한 학생은 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자 갈 곳이 없어져 친구를 사귀지 못하고 방치되는 상황에 처했었다. 그래서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 밖으로 나갔는데, 어떤 무리들이 이 학생이 어수룩해 보이고 이야기를 건네면 말을 잘 듣자 ‘자전거를 훔쳐오라’고 시켜 문제가 된 사건이 있었다.”고 밝히고 “이처럼 지적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무방비하게 방치되면 판단능력이 미약한 지적장애인들의 경우 범죄의 피해자는 물론 원치 않게 가해자가 되는 위험한 지경에 이르게 된다.”고 우려했다.

여준민 활동가는 이어 “이 같은 문제를 없애려면 지역사회 내에 지적장애인들을 위한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하루 24시간을 계속 가족들과 지낼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을 돌보는 것을 가족들의 책임으로만 미룰 수는 없다. 지자체와 복지관 등이 연계해 지적장애인들이 방과 후나 성인이 된 후에도 방치되지 않게 해야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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