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슬기 함께걸음의료생활협동조합 이사

▲ 김슬기 이사 ⓒ김라현 기자
▲ 김슬기 이사 ⓒ김라현 기자
- 의료생협을 이용하는 주민들의 반응은?

“조합원으로 활동하며 이곳을 이용하는 주민들은 내 편이 되는 믿음직한 주치의를 둔 기분이라는 말씀들을 많이 하신다. 의료진들의 인간적이고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는 점도 재밌어 하고,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적극적인 태도를 갖게 됐다는 것과 지역 내에서도 여러 경험과 인맥을 쌓을 수 있다는 점도 만족도 조사에서 나타났다. 앞으로 계속 이용할 생각이 있다는 의견과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는 의견도 각각 80%, 70%로 높은 편이다.

장비나 시설에 관해서나 의료진에게 바라는 점 등 개선점에 대해서도 많이 말씀해 주시지만, 무엇보다도 의료생협으로 인해 건강에 대한 관심이 전보다 높아졌다고 말씀해주시는 데 보람을 느낀다. 기본적으로 건강 검진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지만, 교육 등의 기타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 다른 곳과 차별화되는 함께걸음 의료생협만의 특징은 무엇인가.

“함께걸음 의료생협이 기존 의료생협들과 차별화되는 점은 의료서비스와 함께 노원지역 장애인들에 대한 지역사회중심재활사업(CBR)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노원 지역의 CBR은 1993년 자원봉사 성격을 띠고 진료소 활동에 국한돼 이뤄진 중계장애인진료소 활동을 모태로 한다. 그러다 2004년 노원지역재활사업협의체가 구성되면서 공공기관과 민간이 협력하고 전문가와 복지기관, 주민이 연계돼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 월2회 가정방문 진료활동을 하며 개인의 장애 특성과 질환에 맞는 관리 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라 지속적인 치료와 추후 관리가 이뤄진다. 또 보장구나 교육 등에서 필요한 점이 있으면 우리가 할 수 없는 사항에 대해서는 지원해줄 만한 곳과 연계해주기도 한다.

작년에는 장애인 건강권을 확보하고 지역사회 내에서 자립생활을 실현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공동사업 및 연대활동을 수행하는 장애인건강위원회 활동을 시작했다. 장애인 스스로가 생협 임원들과 함께 장애인 자립생활 실태와 욕구에 대해 조사하고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이나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다른 단체와 연대하기도 한다. 작년에는 장애인 건강학교를 열기도 했다.”

▲ 2010년 10월에 열린 장애인건강학교 ⓒ함께걸음 의료생협
▲ 2010년 10월에 열린 장애인건강학교 ⓒ함께걸음 의료생협

- 활동하는 데 어려운 점이 있다면.

“생협에서 가장 중요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 실무자들의 모임이다. 실무자협의체에는 국립재활원, 노원구 보건소, 이 지역의 장애인 복지시설 외에 복지관에서 많이 참여하고 있다. 재활사업 참여기관의 기관장들이 1년에 한 번씩 모여 간담회를 갖고 있으며, 매월 실무 간사들끼리 실무자협의체 회의를 통해 역할을 분담하고 정보를 교류한다. 이러한 모임을 통해 주로 서비스를 받을 대상자를 찾거나 관리하고 있으며, 우리가 하고 있는 세부 사업 내용을 점검해서 지역 내 의료기관과 복지기관, 주민단체들이 진료사업 이후에도 지속적인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일을 한다. 그러나 아무래도 실무 간사들은 본인의 의지보다는 복지관에서의 입장이 우선시되기도 하기 때문에 실무자협의체 구성원들이 몇 년씩 길게 함께 하지 못하고 빠져나가고 다시 새로 들어오는 유동성이 많은 편이다.

게다가 실무 간사들은 재정에 관여할 수 없는 데다 기본적으로 각각의 단체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단체 내의 일을 더 우선시해서 사업을 결정하기 때문에 생협의 일은 뒷전이 될 수밖에 없어서 사업비가 매월 똑같이 들어오지 못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사회적 이익을 목적으로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았지만 3년이 지나면 정부 지원이 끊기기 때문에 수익이 들어오는 구조여야 하는데, 한의원을 운영하고 천연비누 등 친환경제품을 만들어 판다고 해도 적자를 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서 단순히 실적을 위한 활동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사업을 펼치고자 하는 동기 부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 매월 열리는 실무자 협의체 회의 ⓒ함께걸음 의료생협
▲ 매월 열리는 실무자 협의체 회의 ⓒ함께걸음 의료생협
- 앞으로 함께걸음 의료생협이 이루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장애인의 권익을 위해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나 그 외 다른 장애인 인권단체와도 긴밀한 협조를 하고 있어 다른 의료생협과 달리 NGO의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인권단체의 개인활동가들도 실무자협의체 모임에 참여하게끔 하기 때문에 실무자들 간에 의견이 충돌하는 경우가 있다. 국립재활원이나 다른 복지관들은 서비스를 공급하는 쪽의 입장이 강하고 인권단체 쪽에서는 서비스를 받는 이용자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그 중간 역할을 잘 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정부 및 비정부기관들 간의 협력을 통해 지역사회를 지원하는 것은 우리가 자부심을 가지고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또 단기적으로 생겼다가 사라지는 사회적 기업이 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나는 쉽게 생각하고 접근해서 설립했다가 정부 지원이 끊기면 없어지는 많은 (예비)사회적 기업들에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 꾸준한 노력을 통해 적절한 수익구조가 이뤄져야 사회적 가치를 달성하고 장애인들에게도 안정적인 근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함께걸음 의료생협도 지금까지 쉽지 않은 길을 걸어왔지만, 한의원이나 CBR사업을 통해 지역사회의 관심을 받으며 안정적 궤도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앞으로 이를 더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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