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무이파’의 영향으로 바람이 거세지자 가거도 저지대에 거주하던 6가구 주민 16명은 황급히 높은 곳으로 몸을 피했다. 바람이 잠시 잦아들었을 때 바다 쪽을 바라보던 주민들의 입에선 탄식이 터져 나왔다. 전라남도 신안군 가거도항의 방파제를 감싸고 있던 64톤짜리 테트라포드(TTP·일명 ‘사발이’) 수백 개가 또다시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이날 태풍에 쓸려간 테트라포드는 길이 490m, 폭 15.2m의 방파제를 보호하기 위해 쌓아둔 인공 구조물이다. 태풍은 또 테트라포드보다 큰 108톤짜리 큐브블럭(Cube block)까지 마구 헤집어 놓았다. 지난 6월 26일 태풍 ‘메아리’ 때 악몽이 채 잊히기도 전이었다.

지난 6월 당시 가거도는 지난해 9월 태풍 ‘곤파스’ 때 파손된 방파제 공사를 하던 중 또다시 태풍 피해를 입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번 태풍은 메아리 때 미처 복구하지 못한 방파제에 또 충격을 준 것이다.

박원호 신안군 가거도출장소장은 “육안으로 봤을 때 방파제 100여m 구간의 윗부분 2~3m 정도가 유실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집채만 한 파도가 방파제를 넘어 곧장 마을을 덮치면서 바닷가에 있던 해경파출소와 보건진료소, 마을회관 등이 물에 잠겼다.

가거도 방파제는 1978년 착공돼 2008년 5월 완공됐다. 착공 이후 ‘셀마’(87년), ‘프라피룬’(2000년), ‘라마순’(2002년) 등의 태풍에 공사 현장이 번번이 ‘쑥대밭’이 되면서 공사가 30년 넘게 걸린 것이다. 가거도의 최병국 이장(68)은 “가거도에서 60년을 넘게 살았지만 이렇게 강한 바람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가거도는 목포에서 남서쪽으로 145㎞ 떨어져 있고, 흑산도에서 남쪽으로 75㎞ 지점에 있다.

자연재해는 역시 두렵고, 앞으로 살아가면서 어떤 자연재해가 닥쳐올지는 모르지만 그 누구든지 자연에 맞서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므로 자연을 아끼고 환경보존을 위하여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 그리고 자연재해가 휩쓸고 간 자리에 남은 이재민들을 생각하고 도울 수 있는 맘을 길러야 한다.
 

저작권자 © 웰페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