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요! 자제 좀 해주세요. 자제 좀 해주시라고요.”
지난 11일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의 장애인활동지원제도 고시안 개정을 규탄하기 위해 여러 장애계단체가 모인 자리에서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연합회(이하 한자연) 직원이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이하 부모연대) 활동가에게 한 말이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이하 한자협)와 한자연은 추가급여 본인부담금 부과 등을 담은 복지부의 장애인활동지원제도 고시안에 반발하며, ‘장애인활동지원 고시안 개정을 위한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를 꾸린다고 밝혔다.
그 결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장애인정보문화누리 등 20개 단체가 연대했다.
 
다른 성향을 보여 왔던 단체들이 한목소리를 내기 위해 연대하는 것은 당연하고도 좋은 모습이었으나, 11일 ‘장애인활동지원제도 고시안 개정 규탄 전국 결의대회’에서 보여준 광경은 ‘한목소리를 내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생각을 들게 하기 충분했다.
 
연대회의는 보신각에서 복지부 앞으로 이동해, 연대회의 대표단과 복지부의 면담 결과를 기다렸다. 200여명이 참가한 이날, 연대회의는 ‘공간이 좁으니 정문 앞 접이식 문을 열어달라’고 복지부에게 요구했다.
 
문을 열어주지 않자 부모연대 활동가는 ‘문을 열어줘’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몇몇 사람들도 함께 ‘문을 열어줘’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공간이 좁아 혼잡한 상황에서 대열을 정리하는 한자연 측대로의 좋은 모습도 잠시, 한자연 직원 한 명이 다가와 부모연대 활동가에게 ‘자제 좀 해달라’고 말했고, 그 모습은 ‘균열’을 드러냈다.
 
한자연 직원의 경솔한 말 한 마디가 ‘평화적으로 행진하자’는 한자연 측의 당부를 아집으로 만들어버렸고, 다른 단체들을 ‘폭력적이고 막무가내 식’인 단체들로 만들어버렸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곁에서 지켜보는 이로 하여금 쓴 웃음을 짓게 했다.

어느 쪽이 올바른지 판가름하자는 것이 아니다. 성향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한목소리를 내고자 연대했다면, 서로에 대한 편견을 접어두고 진정으로 연대할 수 있는 자리를 먼저 가져야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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