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교육과학기술부에 2011 교과서 수정·보완 권고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2011년 적용된 초·중·고 교과서 내용 중 인권 가치에 부합하지 않거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조장할 소지가 있는 내용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장관에게 수정·보완할 것을 권고하기로 지난 11일 결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 5월 1일 교사와 학생으로 구성된 ‘제3기 교과서 모니터링단’을 발족하고, 7월까지 3개월간 2011년 적용된 초·중·고교 교과서 내용을 모니터링 했다.”며 “모니터링은 교육기본법 등 국내법과 국제인권규약인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철폐에 관한 협약’, ‘아동권리 협약’, ‘장애인 권리 협약’ 등을 기준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모니터링 결과 ▲성 역할 고정관념을 반영한 사례(초등학교 ‘실과 5’) ▲남성 중심적·우월적 사고를 반영하는 사례(초등학교 ‘생활의 길잡이 6’) ▲사회·경제적 차이에 의한 위화감과 차별을 조장할 수 있는 사례(고등학교 ‘도덕, Ⅲ. 국가와 민족의 윤리: 2. 민족과 윤리: 2-1 세계화 시대의 민족’, ‘사회, Ⅵ. 사회변동과 문화: 4. 사회가 변하면 갈등도 생기고’)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조장할 수 있는 사례(고등학교 ‘도덕, Ⅱ. 사회 정의와 윤리: 1. 사회 제도와 정의-소수자, 사회적 약자와 인간의 기본권 문제’·Ⅰ. 인간과 자율 : 02. 도덕 판단의 과정 : 3. 배려적 사고’, ‘체육, Ⅰ. 건강활동의 이해 : 4. 건강한 인간관계’, 중학교 ‘도덕 2, Ⅰ. 일과 배움 : 3. 계획과 성취’) ▲성차별 및 비혼모에 대한 차별을 조장할 수 있는 사례(고등학교 ‘체육, Ⅰ. 건강활동: 1-3 건강한 성 의식과 성 문화 이해하기’, ‘보건, Ⅳ. 성과 건강: 3 사랑과 책임’, ‘도덕, Ⅱ. 사회 정의와 윤리: 2. 사회 윤리의 제 문제’) ▲비교육적 사례(고등학교 ‘도덕, Ⅰ. 인간과 자유 : 1. 자유와 자율’) ▲기타 수정이 필요한 사례(고등학교 ‘사회, Ⅶ. 인권 및 사회 정의와 법 3. 국민의 법제도 참여와 민주 시민의 자세’) 등이 드러났다.

▲ 고등학교 ‘도덕, Ⅱ. 사회 정의와 윤리: 1. 사회 제도와 정의 - 소수자, 사회적 약자와 인간의 기본권 문제’의 지적된 부분. 출처/ 국가인권위원회
▲ 고등학교 ‘도덕, Ⅱ. 사회 정의와 윤리: 1. 사회 제도와 정의 - 소수자, 사회적 약자와 인간의 기본권 문제’의 지적된 부분. 출처/ 국가인권위원회

특히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조장할 수 있는 사례(고등학교 ‘도덕, Ⅱ. 사회 정의와 윤리: 1. 사회 제도와 정의 - 소수자, 사회적 약자와 인간의 기본권 문제’)를 살펴보면, ‘보통 사람에게는 너무도 쉬운 일이 불가능한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이들을 위한 격려 편지를 적어보자.’라고 돼 있다.

인권위는 “장애인이나 소수자의 기본권을 학습하는 취지와 달리 장애 문제를 ‘개인적’으로 인식하게 하거나, 제시된 대책도 ‘격려편지’라는 불평등한 관계를 전제로 제시하고 있다.”며 “지시문 자체가 장애인이나 소수자의 기본권을 생각하게 하기보다 오히려 장애인이나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조장할 수 있으므로 수정·보완이 요청된다.”고 판단했다.

이밖에 초등학교 실과 등 여러 과목 교과서 삽화에는 집안일이나 양육은 여자의 몫으로 그려졌고, 생활의 길잡이는 단원마다 위인의 업적이나 일화를 소개하는 데 ‘자긍심-스티븐 호킹, 꿈-히딩크, 책임-한준호 준위, 용기-처칠, 공정-맹사성’ 등 남성에 편중돼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등학교 도덕 교과서는 자신의 세계화 지수를 측정해 보자며 ‘외국 인터넷 사이트에서 물건을 산 적이 있다’, ‘외국 상표를 다섯 가지 이상 알고 있다’, ‘외국으로 여행을 간 적이 있다’, ‘국제 전화를 걸어본 적이 있다’ 등의 항목을 제시하고 있다.

인권위는 “세계화 지수로 제시한 항목 10개 중 4개가 학생 개인의 노력이나 능력으로 도달할 수 있는 활동이 아닌 경제적 요소를 제시하고 있어, 사회·경제적 차이에 따른 위화감과 차별을 조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체육 교과서에는 에이즈 예방의 기본 수칙으로 올바른 정보 대신 ‘정조’ 및 ‘믿을 수 있는 한 사람과의 성 관계를 해야 안전하다’고 서술해, 인권위로부터 ‘에이즈는 감염된 주사바늘이나 피부 상처, 모체로부터의 감염 등 다양한 경로로 감염됨에도 불구하고, ‘에이즈 감염자는 성적으로 문란한 사람이라는 편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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