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숨’, 전북 김제 영광의 집 사건 담아… 9월 1일 개봉

영화 내내 그르렁 거리는 숨소리, 기괴하게 움직이는 손과 발,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빛.

함경록 감독의 영화 ‘숨’ 시사회가 지난 23일 CGV 왕십리에서 열렸다. 전라북도 김제시 ‘기독교 영광의 집’에서 벌어졌던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이 영화는 ‘수희’라는 주인공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폭력과 배제를 그리고 있다.

영화 ‘숨’ 속 수희는 어릴 적 장애인생활시설에 맡겨졌다. 그는 빨래와 청소 등을 도맡아하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그곳에서 같이 생활하고 있는 민수와 사랑하며 행복을 찾는다.

그러나 수희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변하기 시작하고, 수희가 민수의 아이를 임신하게 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영화는 점점 수희의 거친 숨소리와 닮아간다.

▲ 영화 ‘숨’의 한 장면. 출처/ 건시네마
▲ 영화 ‘숨’의 한 장면. 출처/ 건시네마
함경록 감독은 “영화에서 수희가 소중히 여기는 일상과 감정을 보여주고 싶었고, 실화와 같은 사건으로 영화가 전개될 경우, 커다란 사건과 그로 인한 극적 절정은 오히려 영화의 주제를 흐리게 할 수 있어 시각적으로 자극적일 수 있는 사건들을 배제하고 이야기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대신 기독교 영광의 집에서 일어난 사건들은 영화 곳곳에서 흔적처럼 찾아볼 수 있다.

가느다란 몸으로 온갖 일을 하고도 ‘대충 몇 곳만 채워 넣은 식판’으로 영양을 보충할 수밖에 없는 수희, 장애인생활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을 감시하는 중간관리자, ‘바깥사람들에게 입도 뻥긋하지 마라, 먹여주고 재워주는 것만으로 감사하라’는 협박, 장애인생활시설장 아들의 성폭력, 장애인생활시설장 부인에 의해 강제로 산부인과에 끌려가는 성폭행 피해자, 장애인생활시설의 확대 등…….

▲ 함경록 감독(왼쪽)과 ‘수희’ 역을 열연한 박지원 씨.
▲ 함경록 감독(왼쪽)과 ‘수희’ 역을 열연한 박지원 씨.
영화 ‘숨’의 특이한 점은, 장애인의 문제를 ‘장애인생활시설의 문제’만으로 미화하고 있지 않다는 것.

언론매체들은 장애인 인권과 관련해 언제나 장애인생활시설에 집중한다. 하지만 장애인생활시설 안에서의 벌어지는 비인권적인 만행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시선과 구조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일 뿐이다. 정치, 제도, 사람들의 인식 등 장애인생활시설을 벗어나도 장애인 인권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한 의미에서 영화 ‘숨’은 우리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장애인의 숨소리를 통해 장애인 인권 문제의 근본에 대해서 되돌아보게 한다.

함경록 감독은 “장애인생활시설을 벗어나도 수희에게는 또 다른 폭력과 차별이 일어날 수 있다. 무언가가 도와주고 보호해줘야만 되는 대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수희를 장애인이 아닌 여자로 봐 달라’는 것, 그뿐.”이라고 말했다.

영화 ‘숨’은 다음 달 1일 개봉하며, ▲CGV 대학로 ▲CGV 강변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인천영화공간주안 ▲부산국도앤가람예술관 ▲부산아트씨어터CNC ▲대구동성아트홀 ▲대전아트시네마 등에서 상영한다.

영화 ‘숨’은 개봉에 앞서 로테르담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바르셀로나아시아영화제, 후쿠오카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됐으며 브뤼셀유럽영화제 황금시대상, 시네마디지털서울 버터플라이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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