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법공동행동, ‘기초생활 수급자 죽음으로 내몬 복지부 규탄 집중집회’ 개최

▲ ⓒ김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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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장장애 2급이다. 만성심부전증으로 계속해서 혈액투석을 받아야 하는 와중에 11년 전 수급자가 됐다. 20년 전 부모님이 이혼하고 아버지는 내 수술비를 마련하느라 애쓰다가 3년 전에 돌아가셨는데, 어머니와 연락이 끊겼다가 10년 전 신장이식 수술 이후 연락이 돼서 매달 30만원 정도씩 생활비를 부쳐주셨다. 그러나 내 통장으로 들어온 그 생활비가 사적이전소득으로 간주돼 수급비가 감액됐고, 이번 부양의무자 조사에서는 재혼을 하셔서 만나지 못하는 어머니의 새 남편의 수입 때문에 6월부터 수급비가 전액 삭감됐다. 구청에 물어보니 수급비를 다시 받으려면 어머니와 법적 관계를 끊으라더라. 국가가 나서서 부모자식의 연을 끊어야 돈을 주겠다고 하라니 기가 막힌다.”

▲ ⓒ김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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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법개정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이 지난 30일 오후 3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앞에서 개최한 ‘부양의무자 조사로 기초생활 수급자 죽음으로 내몬 복지부 규탄 집중집회’에서 자신을 닉네임 ‘오렌지가 좋아’라고 밝힌 한 수급권 탈락자가 이야기한 사연이다.

공동행동은 이번 규탄대회에서 이번 부양의무자 조사로 무더기로 수급권이 탈락하거나 수급비 삭감을 당한 수급권자들의 사연을 모아 소명운동을 통해 수급권 탈락을 철회하고 부양의무자 기준을 전면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공동행동은 “지난 8월 17일 복지부가 발표한 보도자료를 보면 수급자 3만 3천여 명이 수급권을 박탈당했고, 14만 명의 급여가 깎여나갔다. 전체 수급자 중 상당수가 부양의무자의 소득, 자산만을 근거로 수급권이 박탈된 상황.”이라며 “이번 부양의무자 조사를 통한 급여 중지·삭감 사태는 실질적인 가족관계와 수급권자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는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 박명애 대표(좌) 최예륜 사무국장(우) ⓒ김라현 기자
▲ 박명애 대표(좌) 최예륜 사무국장(우) ⓒ김라현 기자

여는 발언을 맡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명애 상임공동대표는 “23살 된 아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그 아르바이트비가 있다고 해서 부양자라고 한다. 출산장려정책은 펴면서 정작 자식을 키우기는커녕 짐을 지우게 하니 분통이 터진다.”라며 “내가 장애인이 아니면 돈이라도 벌 수 있지만 그것조차 할 수 없는 현실인데 수급비마저 깎다니, 더 이상 자식에게 짐이 되는 엄마가 되긴 싫다. 협상안도 받아들일 수 없으니 복지부는 반드시 부양의무제를 폐지하라.”라고 강조했다.

빈곤사회연대 최예륜 사무국장은 “복지부는 부양의무자 소득기준을 현행 최저생계비 130%에서 185%로 올려 약 6만 1천 명을 제도로 포괄하겠다고 했으나, 2012년 예산안을 보면 3만 5천 명이나 축소되어 있다.”라고 밝히고 “‘찾아주세요. 알려주세요. 소외된 우리 이웃’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부양의무자 조사는 마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한 것처럼 해놓고는 실상은 이 조사를 통해 3만 3천 명이 탈락하고 평균 10만 원의 수급비가 삭감됐다. 복지부의 이러한 조사 결과를 절대 용납할 수 없어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이번 부양의무자 조사로 인해 수급권에서 탈락한 이들이 나와 자신의 사연을 이야기했다.

▲ 닉네임 '오렌지가좋아' ⓒ김라현 기자
▲ 닉네임 '오렌지가좋아' ⓒ김라현 기자
임재원(남, 56세) 씨는 “IMF 경제 위기로 가정불화를 겪게 돼 아내와 이혼한 후 당시 중3이던 딸은 아내가 맡기로 했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서 20년간 연락이 두절된 딸에게 소득이 있어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이 박탈된다는 소식을 듣게 돼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며 “7월부터 수급이 끊겨 공과금도 미납되어 있으며, 5년 전 입주한 임대아파트에서도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임씨는 “담당 구청에 소명요청을 했지만 구청 직원은 연락처도 알지 못하는 자녀의 소명자료까지 청구하라고 했다. 떳떳하게 아버지 노릇도 제대로 못해줘서 미안한 마음 뿐인데 오히려 이제와 아버지를 챙기지 않는 패륜아로 몰아가다니 답답할 노릇이다. 복지부의 이 같은 처사는 개인의 사정은 고려하지 않는 행정편의주의라고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사연을 언급한 닉네임 ‘오렌지가 좋아’는 “다행히 소명 절차 후 8월엔 다시 수급비를 받게 됐지만 향후 정부가 어떤 방침을 정하느냐에 따라 또 다시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여전히 불안한 마음으로 살고 있다. 기초생활보장법은 삶의 질이 아니라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인데 왜 이런 것까지 이렇게 힘들게 보장받기 위해 애써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심경을 전했다.

참여연대 손대규 간사는 “이명박이 우리나라의 과잉복지를 문제라고 말하는데, 기본적인 생존권조차 박탈하는 나라에서 과잉복지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다.”라고 비판하고 “이제껏 경제관료가 복지부장관이 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정기국회가 다가오는 시점에 상황은 어둡기만 하다. 그러나 10월에 재보선이 있고, 내년에는 총·대선이 있다. 세차게 내리는 비에서도 이렇게 나온 우리들의 힘을 그때 보여주자.”고 결의를 다졌다.

세차게 비가 내리는 오후 늦게 복지부 규탄 집중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늦은 6시 경 광화문까지 행진했으며, 그 와중에 경찰과 약간의 대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순신 동상 앞에 도착한 활동가들은 ‘부양의무제 폐지, 최저생계비 현실화, 기초생활보장법 개정하라’ 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펼치고 구호를 외치는 퍼포먼스를 진행한 뒤 보신각 앞으로 자리를 옮겨 문화제를 진행했다.
 

▲ 참가자들에게 힘을 실어준 민중가수 박준 ⓒ김라현 기자
▲ 참가자들에게 힘을 실어준 민중가수 박준 ⓒ김라현 기자
▲ 광화문으로 행진중에 경찰에 가로막힌 참가자들 ⓒ김라현 기자
▲ 광화문으로 행진중에 경찰에 가로막힌 참가자들 ⓒ김라현 기자
▲ ⓒ김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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