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마이TV가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이 중증장애아동을 목욕시키는 모습을 촬영한 장면. © 오마이TV
▲ 오마이TV가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이 중증장애아동을 목욕시키는 모습을 촬영한 장면. © 오마이TV
다운증후군 자녀를 둔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방송 카메라가 돌아가는 가운데 중증장애인을 목욕시키는 사진을 연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6일 언론에는 나경원 후보가 서울 용산구 후암동의 한 중증장애인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장면이 보도됐다. 나 후보는 이곳에서 장애어린이들과 함께 빨래를 하기도 하고 그들을 목욕시키기도 했다고.

문제는 나 후보가 활동가 1명과 함께 남성 청소년 장애인 한 명을 목욕시키는 현장이 조명 시설이 갖춰진 버젓이 촬영돼 성인에 가까운 청소년의 발가벗은 모습이 본인 동의 없이 방송사 뉴스와 기타 언론에 고스란히 노출된 것이다.

이에 대해 나 후보 쪽은 “카메라 기자들이 목욕하는 것도 찍겠다고 한 것.”이라며 “조명시설은 우리가 설치한 게 아니라 중증장애인시설이 전문가들을 불러 홍보용 사진을 찍기 위해 설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장애계 단체를 비롯한 각계 각층에서는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더욱이 나경원 의원은 다운증후군 딸을 키우는 장애부모 당사자로서 장애인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한다는 좋은 인상을 심어왔기 때문에, 장애인 인권 감수성이 남다를 거라고 생각했던 이들로 하여금 배신감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했다.

평소 장애인 문제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활동한 직장인 이상엽 씨는 “만약 자신의 자녀를 많은 카메라 앞에서 촬영하겠다고 했으면 나 의원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라고 반문하고 “선거운동의 적정성과 범위를 넘어 이 문제는 장애인의 인권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정당의 지지여부를 떠나 나 후보가 이 문제에 사과함이 마땅하다. 다른 사람을 대상화하고, 자신과 가족의 문제는 별도의 인권문제로 생각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의 의식 부재.”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언론을 탓하고 문제시하기 이전에 사회적 리더를 자임한다면 책임감과 솔선수범, 그리고 높은 인권의식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그는 수많은 복지기관을 관장하는 서울특별시의 기관장이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사무국장은 자신의 SNS에 “선거 때가 되었나 보다. 정치인들은 장애인을 사람으로 보기나 하는 것인가. 시설관계자라는 사람들, 집권당의 시장후보라는 나경원이라는 사람의 인권개념 없는 행동에 눈물이 난다. 그 장애 청소년은 분명 사람인데 사람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를 그곳 사람들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라고 분노하며 “정치인들은 제발 이제 더 이상 장애인 시설에 기자들 끌고 가서 장애인을 카메라 앞에 세우지 마라. 이렇게 진부하고 너무나 역겨운 행동을 복지라고 말하지 마라. 정말 슬프다. 언제까지 이런 것을 봐야 할지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라는 글을 남겼다.

김현 민주당 부대변인은 27일 논평을 내고 “보기 좋은 사진을 만들기 위해 작위적인 상황을 연출한 것은 비난받아야 하며,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인권마저 짓밟는 행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분명하고 책임 있는 입장을 밝힐 것을 엄중하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장애계에서는 나경원 후보의 이 같은 행동에 분노하고 그냥 지나칠 수 없다며 28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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