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알몸, 정치쇼·감성쇼의 ‘소품’인가?
장애인 알몸, 정치쇼·감성쇼의 ‘소품’인가?
  • 최지희 기자
  • 승인 2011.09.2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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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 나경원 후보 ‘목욕봉사’ 촬영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

서울시장 보궐선거 나경원 후보가 한 남성중증장애학생의 알몸을 고스란히 노출한 채 목욕봉사 장면을 촬영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명백한 장애인 인권침해’라는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전국장애인부모연대(이하 부모연대) 등은 28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경원 후보의 공개사과 촉구와 함께 인권위에 장애인차별 진정서를 제출했다.

장애인복지법 제8조는 ‘①정치·경제·사회·문화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않고 차별해서는 안 된다. ②비하·모욕하거나 장애인을 이용해 부당한 영리행위를 해서는 안 되며, 장애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 제32조는 ‘③학교, 시설, 직장, 지역사회 등에서 장애인 또는 장애인 관련자에게 집단 따돌림을 당하거나 모욕감을 주거나 비하를 유발하는 언어적 표현이나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④사적인 공간, 가정, 시설, 직장, 지역사회 등에서 장애인 또는 장애인 관련자에게 유기, 학대, 금전적 착취를 해서는 안 된다. ⑤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거나 수치심을 자극하는 언어표현, 희롱, 장애 상태를 이용한 추행 및 강간 등을 행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난 2004년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30대 중증장애인을 발가벗긴 채 목욕봉사하는 장면이 언론에 보도돼 인권위에 진정되는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이러한 사건들은 정치인들의 장애인복지 정책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중증장애인의 인권이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얼마나 쉽게 유린당하고 있는지를 입증해줄 뿐이다. 또한 장애인의 인권에서 출발하지 않은 복지란 얼마나 기만적인 것인지를 입증하는 것.”이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최석윤 회장은 “나경원 후보는 장애자녀를 둔 부모로서 누구보다 장애인을 이해하고 있다고 선전했다. 우리가 수도 없이 이야기한 인권감수성과 장애감수성이 눈곱만큼도 없는 사람이, 인권침해 차원을 넘어 과연 서울시 41만 명의 장애인을 책임지기에 적절한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질타했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김정하 활동가는 “나경원 후보는 ‘기자들에게 취재를 요청하지 않았다’, ‘현장에 설치된 조명장비는 시설 측에서 준비한 것으로 안다’는 등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며 책임을 피하고 있다.”며 “설령 그 모든 것이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인권 및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면 현장에서 ‘촬영에 임할 수 없다’고 지적했어야 했다. 촬영에 임했다는 자체만으로도 비판 받아 마땅하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용기 소장은 “나경원 후보는 (남성중증장애학생이) 자신의 딸이었다면 어땠을지에 대해 생각해보길 바란다."며 "단지 (그 남성중증장애학생이) 시설에 맡겨졌다는 이유만으로, 시설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인권을 짓밟아도 되는 것인가.”라고 분개했다.

서울시의회 이상호 의원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알몸의 어린이를 무상급식 반대 홍보에 사용해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계속해서 이러한 사건이 반복되고 있는가.”라고 규탄했다.

이어 “이 자리를 통해 더 이상 장애인을 선택도 하지 못하는 미성숙한 어린이로 취급하지 말 것이며, 무성(無性)적인 존재로 취급하지도 말 것을 경고한다.”며 “이제는 분노를 뛰어넘어 누가 장애인 인권에 부합되는 후보인지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인권운동사랑방 최은아 활동가는 “어떤 사람들은 ‘훌륭하다’, ‘바쁜 시간 쪼개서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참 선량한 사람이다’라고 칭송할 수 있다. 설사 정치적 행보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으나, 인권적인 면에서 바라봤을 때는 참으로 불편하다. 타인이 자신을 가엾은 존재로, 인간으로서 완전하지 못하고 성숙하지 못한 존재로 바라볼 때, 또 그런 바라봄이 언론을 통해 재생산될 때 사람들은 장애인은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연약하고 힘없는 사람으로 인지하게 된다. 즉, 소수자에 대한 고정화된 편견과 차별을 만들어내고, 시혜로만 베풀어져야하는 대상으로 머물게 된다.”고 꼬집었다.

이들 단체는 “인권위에서 우리가 납득할만한 합당한 권고를 내렸으면 좋겠지만, 권고에 앞서 나경원 후보 스스로가 공개사과하고 장애인인권교육을 받길 바란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및 진정서 접수가 끝난 뒤, 전장연·부모연대 등은 서울시 중구 장충동 나경원 후보 지역구 사무실로 자리를 옮겨 항의방문을 진행하려고 했으나, 오후 5시 현재 경찰의 제지에 막혀 방문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 전장연과 부모연대 회원들은 나경원 후보 사무실 앞으로 이동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조성남
▲ 전장연과 부모연대 회원들은 나경원 후보 사무실 앞으로 이동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조성남
한편 나경원 후보는 같은 날 오전 YTN 라디어 ‘강지원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저는 정말 안타깝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장애인 인권에 대해서는 저만큼 생각한 분이 없을 것이다. 아마 현장에서 여러가지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회자가 “나경원 후보는 장애인 자녀를 두신 분이니 누구보다 장애인 문제에 관심 많으신데, 어제 본인이 뜻하는 바는 아니었다는 뜻인가.”라고 묻자 “더 이상 자세히 설명드리면 또 다른 말씀들을 하실 것.”이라며 “저는 봉사활동을 1시간 30분 이상 하고 왔고, 그래서 더 이상 말씀드리지 않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