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청각장애인들의 자유로운 영화 관람을 위해 국내 최초로 ‘배리어프리(Barrier-free) 영화 설립 추진위원회’가 발족됐다.

배리어프리영화는 한글자막과 상황을 설명해주는 음성을 넣어 시청각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영화다. 영화사 조아 이은경 대표, 임순례 영화감독, 영화사 마운틴 픽쳐스 이재식 대표 등으로 구성된 ‘배리어프리 영화 설립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원회)는 12일 발족과 함께 배리어프리영화 제작과 영화제 등 다양한 사업을 준비, 추진 중에 있다고 밝혔다.

추진위원회 측은 “국내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시청각장애인이 50만 명을 넘지만 이들은 영화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어, 지금도 시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영화가 장애인영화제나 일부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지만 영화의 풍성한 맛을 느끼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이에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시청각 장애인들도 영화를 언제나 볼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가고자 배리어프리영화 설립 추진위원회가 발족됐다.”고 발족 취지를 밝혔다.

추진위원회에 따르면, 한글 자막과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해 주는 음성을 넣은 기존 장애인용 영화와 달리 배리어프리영화는 훨씬 전문적이고 다양한 정보를 담는다. 대사 자막은 가로로, 영화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음악 및 음향 설명자막은 세로로 써 청각장애인들의 이해를 돕고 시각장애인을 위해서는 대사 중간중간에 상황을 구체적이고 생동감 있게 설명하는 내레이션을 입힌다고.

특히 배리어프리 영화는 창작자인 감독이 직접 참여하고 시청각 장애인 모니터 및 전담 연출팀을 구성해 영화를 완성시켜, 보다 전문적이며 입체적이고 깊이 있는 해설 버전과 음악, 효과음, 상황 설명 자막, 전문배우의 음성 해설을 삽입해 풍부한 감정 표현과 주제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게 추진위원회 측의 설명이다.

추진위원회는 이어 “배리어프리영화는 장애에 상관없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볼 수 있어야 하며 원래 제작된 그대로를 함께해야 영화를 통한 교류가 가능하기 때문에, 현재는 기존 영화에 해설 더빙과 자막을 입히는 작업을 진행하지만 이후에는 영화의 제작단계부터 해설 버전을 제작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또 국내외 작품,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를 대상으로 전문화를 통해 양질의 배리어프리영화 제작과 지속적인 배리어프리영화제를 개최하고 일본 사가배리어프리영화제와 제휴, 상호 교류를 지속하기 위한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영화감독과 배우 그리고 전문 성우 등이 주도해 만들기 때문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보며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을 뿐 아니라, 고령자나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과 다문화 가정 이주여성이나 노동자들 역시 쉽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추진위원회 측은 마지막으로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장애인들을 위한 배리어프리영화 상영회와 라이브 화면해설 등 프로그램의 다양화는 물론, 홈페이지 및 앱개발을 통한 관람 환경 다각화, 극장 내 배리어프리영화 상영 시설 설치 유도, 배리어프리영화 관람 조건 개선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가능한 한 많은 개봉영화를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만들어 장애인들도 비장애인들과 함께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배우 엄지원, 류현경과 ‘블라인드’ 안상훈 감독, ‘똥파리’ 양익준 감독, ‘마당을 나온 암탉’ 오성윤 감독, 성우 서혜정이 배리어프리 영화 제작을 위해 재능기부에 나섰다.

13일 추진위원회는 “현재 일본 원로 감독 히가시 요이치의 ‘술이 깨면 집에 가자’와 한국영화 ‘블라인드’, 한국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을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제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똥파리’의 양익준 감독이 ‘술이 깨면 집에 가자’의 배리어프리 버전 연출을 맡았고 류현경이 목소리 연기, 엄지원이 음성해설을 맡았다는 것. 또 ‘똥파리’ 출연 배우진이 남녀 주인공과 조연들을 담당하고 안상훈 감독과 오성윤 감독은 자신의 영화를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연출, 성우 서혜정은 ‘블라인드’의 해설을 맡았다.

한편 이들 영화와 방송인들이 참여한 3편의 배리어프리영화는 오는 28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과 11월 중순 부천문화재단 판타스틱시네마테크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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