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칼럼]

영화 ‘도가니’로 인해 세상에 알려진 광주 인화학교의 성폭력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면에서 과제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우선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은 어떤 범죄보다도 엄중하게 처벌하고 다스려야 한다는 점을 이제 전 국민이 공감하게 됐습니다. 더욱이 장애인과 연루된 재판에 참여하는 판사나 검사, 변호사 등 법조인은 장애인의 인권이나 권리가 보장되도록 최대한 노력을 해야 된다는 다짐도 했을 것입니다.

영화 ‘도가니’의 장애인은 청각장애인 즉, 농아인입니다. 이들에 대한 정확한 진술 내용과 변호가 정말 힘들다는 것이 재판에 참여했던 판사를 비롯한 모든 사람의 주장이며, 이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청각장애인에 있어서 의사소통 수단은 수화, 수어이기 때문에 누가 어떻게 통역하느냐가 재판과정에서 크게 영향을 주고 형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사실 수화는 1,800~2,400단어까지밖에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법원에서 통용되는 소위 법률 용어는 정확하게 표현 안 되는 것이 농인 사회에서는 주장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더구나 성이나 애정표현 등 감정적인 단어는 단어조차 만들어 놓은 것이 없기 때문에 통역 시 애로점이 이만저만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미국의 경우 갈로뎃 대학(Gallaudet University)에서 법률수화, 의료수화, 스포츠수화를 개발·보급하고 있고 심지어 법률수화는 전문 통역사 자격제도까지 만들어 활용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청각장애인이 가장 잘 아는 적합 직종 50여개의 직업수화를 집중적으로 개발해서 그 직업분야를 심층적으로 분석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는 것은 수화가 정말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합니다. 이름하여 스마트 직종을 수화와 함께 개발·보급해서 농아인의 직업 창출까지 보장해주고 있는 미국이 부럽기만 하다.

뿐만 아니라 미국에는 농연구, 영어로는 Deaf Study(데프 스터디), 이 학과가 40여 개교에 개설돼 청각장애인의 문화나 언어, 의사소통 기법 등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 학문적, 실제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습니다.우리나라에는 나사렛대학교와 한국재활복지대학에 수화통역학과가 있긴 하나 법률수화 등 우리사회의 영역별 수화는 개발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도가니 사건을 계기로 또 우리가 받아야 될 교훈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도가니로 인해 좀전의 처벌이 손방망이라며 다시금 처벌 대상이 된 성범죄자 당사자들은 하나같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점 또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청각장애인과 함께 일하고 있는 건청인, 가르치며 생활하는 비장애인들과의 의사소통문제, 작업문제가 아닙니다. 또 하나는 특히 장애인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건청인이나 비장애인도 통역의 오류와 장애에 대한 몰이해로 장애인의 인권이나 내면적인 자아를 손상시키는 일은 없애야할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비장애인 전문가들의 인권 보장 또한 가장 중요한 덕목이고 우리가 해결해야 될 이 시점의 과제가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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