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4% “영어 등 뜻 이해하기 힘들어”… 발달장애인 전문 방송 등 요구돼

▲ 발달장애성인 당사자 6명이 토론에 참여해 자신들의 방송접근권에 대한 어려움 등을 직접 전했다.
▲ 발달장애성인 당사자 6명이 토론에 참여해 자신들의 방송접근권에 대한 어려움 등을 직접 전했다.

발달장애성인의 80.4%가 방송용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쉬운 말이나 이해하기 쉽도록 자막을 넣는 등 발달장애성인의 방송접근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1일 서울시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성인발달장애인의 방송접근권 확보방안 연구 공청회’에서는 발달장애성인 6명 당사자가 참여해 “영어 등 뜻을 이해하기 힘든 말이 많다.”며 “가족에게 물어보거나 혼자 사전을 찾아 해석한다.”고 말했다.

북부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서 일하고 있는 윤종혁 씨는 “예를 들어 방송에서 ‘Apple(애플, 사과)’라는 영어가 나오면 자막이 있어도 스펠링 A, P, P, L, E인 것만 알지 그것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발달장애인 교육인형극단 ‘멋진 친구들’의 한은지 씨는 “드라마를 제일 좋아한다.”며 “뉴스는 내용이 무겁고 어려워서 잘 보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밖에 사회적기업 중증장애인생산품시설 ‘리드릭’에서 일하고 있는 장민원 씨는 “방송을 통해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 보다 자세하게 어디에 무엇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면 혼자서도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아쉬운 점을 밝혔다.

‘멋진 친구들’의 조태환 씨는 “어린이들에게 뭔가 가르쳐주는 게 꿈이라 교육방송을 즐겨본다.”며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프로그램이 개발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민대학 자치행정학과 남영진 교수의 ‘성인발달장애인의 방송 이용 실태 및 욕구조사’에 따르면, 발달장애성인 989명 중 ‘알기 쉬운 말 사용 욕구’가 있는 발달장애성인은 80.4%, TV에서 사용하는 말이나 표현에 대해 만족하지 않는 발달장애성인은 48.9%로 나타났다.

특히 외래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발달장애성인은 79.9%였으며, 뉴스 프로그램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답한 발달장애성인은 58%, 리모컨 조작에 어려움을 겪는 발달장애성인도 12.8%였다.

이에 토론 참가자들은 ▲지상파방송에 발달장애성인을 위한 자막 제공 ▲발달장애인 전문방송 개설 ▲방송통신위원회 및 각 방송사 장애인지원 관련 전담 부서 마련 ▲발달장애인용 원격조정 전자장치기기 개발 ▲발달장애성인의 알 권리 보장 및 지원을 위한 사회인식 개선방안 마련 ▲국가 차원에서 제도적 정비와 예산 마련 등을 주장했다.

남영진 교수는 “방송 관련법에서는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지원과 참여를 명시해놓고 있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는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지원이 중심.”이라며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편의증진보장에관한법률은 특정 장애범주를 명시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장애인의 접근권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를 명시해놓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구체적인 지원방법의 명시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령기를 벗어난 발달장애성인에게 세상에 관한 모든 정보는 ‘알 권리’에 속하며, 국가나 사회는 발달장애성인에게 마땅히 이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지원해야 한다.”며 “발달장애인이 방송에 출연하는 경우 대부분이 위기상황이거나 돌봐줘야 하는 사례에 국한돼 있는 현실에서 발달장애인의 낙인화를 더욱 부추기는 부정적인 영향력을 지양한다. 발달장애인에게 방송에서의 일정 역할을 부여하고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당사자의 힘으로 장애인식을 개선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증진과 윤보영 서기관은 “방송법 제69조에 따르면 필요한 경우 방송통신위원회는 그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제24조에 따른 방송통신발전기금에서 지원할 수 있다.”며 “발달장애인 전문 방송을 별도로 마련하는 것은 예산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방송통신위원회 고시안에 발달장애인을 포함하도록 해 예산이 지원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윤정주 소장은 “발달장애인 전문 방송이 케이블에 생기는 것은 반대한다. 따로 유료 요금이 들어가기 때문.”이라며 “무조건 발달장애인 전문 방송은 지상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조상현 팀장은 “엄밀히 따지자면 지상파방송도 수신료를 받고 있으며, 어떤 방송이든 간에 모든 방송에 대한 수신료가 지원돼야 한다.”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원할 때 시청할 수 있다는 선택권적인 면에서 지상파보다는 케이블방송과 협의하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영상대학 신문방송학과 이진로 교수는 TV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 및 레저생활까지 폭넓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김형수 사무국장은 “발달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이렇게 해야 한다’라고 발달장애인을 대상화하기 보다는, 발달장애인이 직접 참여하고 개발에 힘쓰는 등 스스로의 표현에 대한 고민과 결론을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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