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이사제 도입, 5년 전으로… 또다시 ‘원점’
공익이사제 도입, 5년 전으로… 또다시 ‘원점’
  • 최지희 기자
  • 승인 2011.10.30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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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법인계 “우리의 목숨을 건드리는 일”… 반대 입장 표명해
도가니대책위 “기득권 지키기 위해 시설비리 역사 반복하지 말라”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이 다시 뜨겁게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사회복지법인 및 사회복지시설들이 ‘공익이사제 도입’에 대해 반대하고 있어 장애계와 또다시 마찰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복지법인·사회복지시설정체성유지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이하 사회복지법인공대위)는 지난 28일 오후 2시 ‘사회복지법인·사회복지시설 정체성 확립을 위한 범 사회복지 전진대회’를 서울시 마포구 한국사회복지회관에서 진행했다.

이번 전진대회는 한국사회복지법인협의회가 26일 전국 사회복지법인 대표, 시설장, 종사자, 사회복지 관련자 등에게 공문을 보낸 데 따른 것.

한국사회복지법인협의회가 보낸 공문에는 ‘대한민국의 모든 사회복지계가 비리의 온상으로 매도된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 이에 전국 모든 사회복지인들은 사회복지계의 명예회복을 위해 한자리에 모여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사회복지법인·시설의 생존의 문제에 불이익이 없도록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전진대회의 취지를 나타냈다.

이에 광주인화학교사건해결과사회복지사업법개정을위한도가니대책위원회(이하 도가니대책위)는 ‘기득권을 주장하기 위한 결집에 혈안이 된 복지계대표들의 모습’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전진대회 행사장을 점거하고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에 앞장서줄 것을 호소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사회복지법인에서는 사회복지사업법 개정 반대의 이유로 사회복지의 정체성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는 공익이사제 도입 반대와 관계가 없다.”고 확고히 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7~8년 전 광주인화학교 사태가 벌어졌을 때도 공익이사제 도입을 요청했는데, 사회복지법인에서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반대했다. 그리고 광주인화학교 사건은 묻혔다. 그 결과 범죄를 저질렀던 사람들은 처벌을 받고 다시 사회복지에서 일하도록 만들었다. 이제 더 이상 가족들과 자기가 아는 사람들만 갖고 사회복지법인을 운영하지 말라. 국고가, 국민의 세금 수십 억 원이 그곳에 들어가고 있다. 자기들 마음대로 운영권을 갖고, 공금을 횡령하고, 친척들에게 돈을 주고, 이런 몰염치한 짓을 하고 있는데 왜 이것에 대해서는 가만히 있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한국사회복지법인협의회 김종필 전문위원과도 이야기 했고, 보건복지부가 투명성협의회를 만들어 거기에 같이 참여하고 수없이 이야기했지만, 광주인화학교와 같은 사태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도가니 사태’가 자꾸 발생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사회복지법인 이사회 구조다. 그 속에서 이사들끼리, 자기들끼리 모여 운영권을 행사하고 그것들을 은폐하고 있다. 사회복지법인 구조를 더 이상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해 운영하지 말라, 공익이사제를 도입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전진대회에 참석한 몇몇 사회복지법인 관련자들은 ‘(광주인화학교 사건은) 광주시청에 가서 따져라’, ‘광주인화학교가 저지른 짓이지, 그 잘못을 우리가 했느냐’, ‘그럼 특수학교 없애고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 받을 수 있게 해 달라’ 등 언성을 높이며 반발했다.

한 사회복지법인 관련자는 “우리가 기득권을 위해서 재산을 내놨느냐. 장애인을 위해서 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임소연 활동가는 “사회복지법인대표들이 자신들의 명예회복을 운운하며 시설·기관 이야기만 했지, 언제 한 번 장애인 인권에 대해 이야기해본 적 있느냐. 광주인화학교 사건 때도 (장애인 인권에 대해) 성명서 한 번 낸 적 있느냐.”고 분개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왜 자신들의 사유 재산을 국가가 건드리느냐고 반문하는데, 엄연히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국민이 감시할 의무와 권리가 있다. 공익이사제 도입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의 생존의 문제와는 아무 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비리를 저질러놓고 빼앗길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우리들의 시위가 전진대회의) 방해인지는 모르겠으나, 더 이상 장애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자리가 돼서는 안 된다. 이 자리는 ‘토론의 자리’가 아닌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지난 과오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사회복지법인계와 도가니대책위 간에 한참동안 고성이 오고가며 분위기가 격해지자 2시 50분경 경찰이 투입됐다. 계속해서 양측은 대립했으나 큰 싸움은 일어나지 않았고 도가니대책위는 시위를 마치고 현장을 나왔다.

이번 마찰에 대해 몇몇 시설종사자들은 “서로 이렇게 싸우면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사회복지법인측이 좀 더 여유 있는 자세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줄 필요가 있다. 광주인화학교와 같은 시설비리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넘어가야지, 무조건 ‘우리 시설은 안 그랬다’고 개개인이 반발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기도 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사회복지법인에서) 반대 입장을 내며, 사회복지법인의 비리를 해결할 것처럼 이야기할 것이다. 우리 이야기의 본질은 사회복지법인이 공익이사제 도입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는 것, 수년 전부터 반대해서 광주인화학교, 성람재단과 같은 시설비리가 묻혀왔다는 것.”이라며 “이제 더 이상 이러한 역사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계속 관심을 가져서 시설비리가 일어나지 않고, 장애인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최소한의 장치로 반드시 공익이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결의를 다졌다.

한편, 전진대회는 3시경 다시 진행됐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 차흥봉 회장은 “사회복지법인의 본질은 ‘인간사랑’이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다. 광주인화학교 사건으로 매도하는 것은, 그일 때문에 논의되고 있는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은 사회복지법인의 목숨을 건드리는 것이다. 사회복지시설을 건드리는 것은 안 된다.”고 공익이사제 도입 반대를 확실히 했다.

사회복지법인공대위에는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한국사회복지사협회, 한국아동복지협회,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한국여성복지연합회, 한국부랑인복지시설연합회, 한국정신요양협회, 한국사회복지관협회,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 한국장애인복지관협회,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 한국보육시설연합회, 한국사회복귀시설협회, 한국지역자활센터협회, 한국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 한국사회복지법인협회 등이 참여하고 있다.

사회복지법인공대위 공동대표는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차흥봉 회장, 한국노인복지중앙회 박진우 회장,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조성철 회장, 한국사회복지법인협의회 부청하 회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