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장애인연합 장명숙 상임대표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은 전국에 10개 지부가 있습니다. 또한 시각장애인여성회와 청각장애인여성회 회원단체, 부설기관으로는 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여성장애인성폭력쉼터, 자립생활센터, 여성장애인어울림센터가 함께 운영되고 있습니다.

▲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장명숙 상임대표.
▲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장명숙 상임대표.
▶ 여성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문제
실제 성폭력 사례가 100건이면, 이 중 70~80%는 여성지적장애인의 성폭력 사건입니다.

여성지적장애인이 성폭력을 당하는 상황에서 ‘이것이 성폭력이다’라는 단어도 알지 못합니다. 또한 인정능력과 대처능력이 떨어지는 상태에서 ‘아무한테도 이 말 하지마’라는 말을 듣고 수년 동안 지속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많은 복합적인 이유로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25살 여성비장애인에게 1,000원을 주면서 ‘저기 맛있는 떡볶이집이 있으니까 같이 가서 떡볶이 먹자. 아저씨 좋지?’라고 하면 어떤 여성비장애인이 따라가겠습니까? 하지만 동일한 25살 여성지적장애인에게 모르는 남자가 1,000원을 주면서 ‘떡볶이 먹고 같이 놀러가자’고 많이 유인합니다. 지적장애 특성상 그렇게 성폭력에 유인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여성장애인에게 어려운 항거불능
지적장애인은 지적장애는 있지만 신체는 장애가 없어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적상태는 있으나 몸이 건강하고 튼튼해 보이니 항거불능상태가 아니다’라고 봅니다. 또 다른 예로는 지체장애인이 법원에서 진술할 때 6하 원칙에 의한 진술을 너무 똑똑하게 잘합니다. 그러면 법원에서는 ‘신체장애는 중증이나, 6하 원칙에 의해 너무 잘 설명하고 자기 변호능력이 있는 것 같으니 항거불능이 아니다’라고 봅니다. 실제 도가니 사건에서 교장에게 청각장애학생이 성폭력 당하는 상황에서 ‘싫어’를 수화로 표현했다고 ‘항거불능이 아니다’라고 판결을 내립니다.

항거불능에 대한 취지는 장애인간음조항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을 장애인이 가져가기 위함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현장에서 10년을 일하다 보니까 ‘교장에게 10대 학생이 성폭력당하는 상황에서도 싫다고 수화로 의사표현 했기 때문에 더 의사표현을 할 수가 있어 항거불응상태가 아니다’라며 항거불능이라는 문구에 매달려 가해자의 무죄판결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항거불능 조항이 자칫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기 때문에 항거불능이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고, 지난 달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 대안’과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등 인권침해 방지대책특별위원회 구성결의안이 통과됐습니다. 이에 항거불능 용어가 삭제됐고, 장애인과 13세 미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범죄의 공소시효가 폐지됐습니다.

▶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문제
영화 ‘도가니’ 이후로 최근 수많은 전화와 인터뷰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애인 성폭력 문제는 그 이전부터 있었습니다.

제가 서울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에서 2001~2005년까지 소장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상임대표를 거치면서 1주일에 한 번씩 성폭력 사건을 보고 받았습니다.

영화 도가니로 전국에서 국민들이 분노하셨습니다. 저는 함께 일하는 동지들에게 “10~11년 일하고 있는데도 변하지 않았는데, 영화 한편이 이렇게 큰 효과가 있다니. 우리 일하지 말고 영화 만들까요?”라고 말했습니다. 10년을 일했지만, 아무도 귀 기울여 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도가니로 주목받고 있고, 지금이 또 다른 기회라고 봅니다. 지금 개정돼야 할 법이나 부분들을 반드시 개선시켜야 합니다.

최근 인터뷰할 때 ‘이 사건이 곧 가라앉지 않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도가니열풍은 가라앉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일을 할 것입니다. 이것이 저와 한국여성장애인연합과 상담소의 다짐입니다.

▶ 성폭력 당한 여성장애인을 위한 지원
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는 성폭력을 당한 사람들이 오는 곳입니다. 상담소에 오시게 되면, 저희는 지지자로서 최대한 성폭력 상담과 의료지원, 상담지원을 합니다. 또한 경찰 초동수사과정, 검찰 조사과정과 법원에서 1심, 2심, 3심까지 가게 될 경우 전 과정을 함께 합니다. 그리고 필요한 경우 사회복지적 지원과 쉼터나 그룹 홈으로 옮겨야 하는 상황에 연계하는 부분까지 지원하고 있습니다.

▶ 여성장애인의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영화 도가니에서도 봤듯이 시설에 종사하는 종사자들의 교육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우리 사회의 장애인 인식개선이 공익광고 등 국가적으로 홍보해서 더 넓혀져야 할 것입니다. 또한 성폭력과 관련한 상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지시키면서 대국민홍보도 필요합니다.

▶ 저소득층 여성장애인 출산지원사업
여성장애인도 우리 사회의 재생산권자로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여성장애인의 출산 시, 장애라는 신체적인 조건으로 인해서 제왕 절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자연분산을 하더라도 출산 후의 과정이 더 오래 걸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는 뭐 하러 낳니’라는 식으로 취급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여성장애인이 더 당당한 엄마가 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선 제도적으로 국가에서 하고 있습니다. 사회복지공동모금과 민간차원에서 저소득층 여성장애인에게 100만 원씩 전국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지난해 7월 1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2년 동안 한정된 예산입니다. 저희는 제도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2년은 우리가 끌고 가고 있으면서, 제도적으로 어떻게 정착돼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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