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출시되는 SK텔레콤 ‘올인원 손사랑 요금제’, 실효성에 의문 제기 돼

SK 텔레콤이 7일 출시할 장애인용 스마트폰 요금제를 두고 청각장애인들 사이에서 이 요금제가 청각장애인에게 필요한 맞춤식요금제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와 다르게 장삿속을 채우기 위한 ‘생색내기용’이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그간 통신 3사 스마트폰 요금제는 청각장애인을 배려하지 않았다는 불만이 제기돼 왔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요금제에 포함돼 제공되는 문자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기능이라도 있지만, 청각장애인의 경우에는 음성통화를 고스란히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에 ‘손사랑요금제’라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요금제가 있었지만, 이는 스마트폰이 아닌 일반 휴대폰을 위한 요금제였다.

이에 청각장애인을 위한 스마트폰 요금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고, 아고라 청원 등 1년여 간의 노력 끝에 지난 1일 통신 3사 중 처음으로 SK 텔레콤이 ‘올인원손사랑요금제’를 출시한다고 발표해 당사자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올인원손사랑요금제’의 실체가 드러나자 청각장애인들은 경악하고 분노했다. 청각장애인에게 불필요한 음성통화를 빼는 대신 영상통화를 110분으로 늘렸지만, 월정액이 3만4,000원으로 비싼 데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인 데이터사용량을 월 100MB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다음 아고라에 올라와있는 청원.
이에 대해 청각장애인들은 ‘터무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이폰-SK 텔레콤 사용하는 민경주(30, 청각장애)씨는 “아이폰은 아이폰끼리만 와이파이가 켜진 상태에서 영상통화를 할 수 있고 다른 스마트폰과는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영상통화를 할 수 없어 영상통화를 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야 하고 따라서 데이터 사용량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자 제공량을 늘려다고는 하지만 스마트폰 이용자들 대부분은 카카오톡 등을 이용하기 때문에 일반 문자는 잘 쓰지 않는다. 다만 문자와 영상통화를 할 수 있는 데이터 사용량이 필요할 뿐이다. 요금제 출시 소식을 듣고 내 월 데이터사용량을 알아보니 적게는 1GB에서 많게는 2GB까지 나오더라. 그런데 100MB라니 어떻게 쓰라는 것이냐. 새 요금제는 실효성 제로에 가깝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청각장애인인 김지원(가명) 씨 역시 “비장애인들은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데 왜 청각장애인들은 그러지 못하나. 이것도 장애인차별에 해당하는 것 아닌가. 통신사들이 데이터무제한 요금제 때문에 원하는 만큼의 이윤을 얻지 못하니 그걸 청각장애인에게 돌려받고자 하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안심데이터라는 데이터 정액제가 있지만 1GB에 1만5,000원~2GB에 1만9.000원의 비싼 요금을 더 내야한다. 그러면 복지할인을 받는다 해도 기존에 음성통화를 버리면서 쓰던 일반 54요금제를 쓰는 것보다 비싸거나 별 차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많은 청각장애인들의 불만이 쏟아지자 다음 아고라에는 실질적으로 청각장애인에게 맞는 스마트폰 요금제를 요구하는 청원(http://agora.media.daum.net/petition/view?id=114318)도 올라왔다. 청각장애인과 혈연관계에 있다는 한 청년은 청원글에 일반 스마트폰요금제와 청각장애인용 요금제를 자세히 비교하고 데이터사용량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청원자에 따르면 “SK텔레콤 상담원과 홈페이지를 통해 알아본 결과 홈페이지에 명시된 정확한 데이터 요금은 로드된 자료의 용량과 화질, 유형 등등에 따라 0.5kb당 가격이 0.25원, 0.9원, 1.75원, 4.55원 정도로,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100MB 사용 시 가장 저렴하게는 5만1,200원에서 가장 비싸게는 93만1,800원이라는 거액의 요금이 청구되는 결과를 낳았다.”며 “애초부터 청각장애인들이 원했던 것은 올인원 54, 64, 79요금제 등의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사용하되, 음성통화보다 영상통화가 비싸다는 점을 감안해 시간을 좀 줄이더라도 청각장애인에게는 필요 없는 음성통화를 영상통화로 전환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새로 나오는 요금제는 청각장애인들을 엄청난 요금폭탄의 늪으로 끌고 가고 있다. 이것이 1년이 넘는 시간동안 기다린 청각장애인들에 대한 대답인가? 청각장애인이 호소하는 글을 제대로 읽어 보기나 한 건가? 요금제를 만들 때 청각장애인을 자문위원으로 불렀나? ‘생각대로 T’는 무슨 ‘생각대로 T’라는 거냐.”라고 분노했다.

이어 그는 “보통 비장애인들도 요금폭탄을 맞아 SK텔레콤 114에 문의하면 114에서는 무조건 대리점 찾아가서 상담하라는데, 7일 요금제가 출시되고 이 요금제를 쓰는 청각장애인이 생겨 한 달 후 요금폭탄을 맞고 나서 상담을 받고 싶으면 SK텔레콤 측에서 수화통역사를 지원해주지 않기 때문에 직접 구해서 받으러 가야 한다. 그렇게 해서 상담을 받으러 가도 대답은 언제나처럼 ‘그만큼 사용했기 때문에 나온 거다.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대답 뿐일 것.”이라며 SK텔레콤에 실효성 있는 요금제를 요구하고 누리꾼에게도 “생색내기에 이용당하는 청각장애인을 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청원글은 현재 1,200명이 넘게 서명을 하며 관심을 받고 있다.
 

 

저작권자 © 웰페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