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5일까지 실태조사, “각계 요구 총망라한 것은 의미 있으나, 인권증진은 과연?”
이번 공청회는 지난 5월 16일~다음 달 15일까지 진행되는 ‘장애인 인권증진 중장계계획 수립을 위한 장애유형별 실태조사’에 대한 중간평가의 자리로,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와 장애인인권증진중장기계획수립을위한연구조사팀(이하 연구조사팀)이 주최했다.
장애인 인권증진 중장기계획은 영역별로 나눠보면 ▲노동과 소득보장 ▲자립과 주거 ▲교육 ▲건강과 문화 ▲접근성 ▲여성과 가족 ▲행정과 차별 시정 ▲국제장애인권리협약으로 구성됐다.
연구조사팀 책임자인 동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유동철 교수는 주요과제를 소개했다.
동덕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서동명 교수는 “최저임금제 적용은 지적·자폐성장애인은 더욱 더 장애인고용 사각지대에 내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으며, 공익변호사 그룹 공감의 염형국 변호사는 “부작용이 클 것이나, 일정 노동력이 되면 최저한의 소득은 보장돼야 한다. 다만, 고용주가 지급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이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장애인연금 기초급여액의 단계적 현실화를 위해 기초노령연금액의 1.5배 수준,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 소득월액(A)의 15%까지 인상한다는 데 대해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안 좋을 수 도 있는 상황이며,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시급히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 교수는 “무조건 ‘탈시설’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시설이 결정적으로 없어져야 한다는 데 공감하나, ‘탈시설’이라는 용어 사용으로 인해 시설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만 심어줄 우려가 있다.”며 “따라서 ‘지역사회 거주 중심 정책’으로 수정하고, 시설도 선택 가능한 거주 유형이 될 수 있도록 소규모화하고 지역과의 연계를 구축하는 것이 어떤가.”라고 의견을 냈다.
이에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은 “지금 구조 속에서는 장애인이 선택해서 시설을 가는 것이 아니다. 지역사회에서 살 수 없기 때문에, 가족이 느끼는 부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시설에 가고 보내지는 상태다. 시설은 시설 뿐이며, 시설은 없어져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치훈 정책실장은 “자립생활하다 중간에 포기한 한 발달장애인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반찬 만들기가 어려워서였다’고 했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일상생활 속 아주 사소하다고 할지도 모르는 부분이 자립생활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자립생활 지원에 대한 폭넓은 인식을 당부했다.
염 변호사는 교육과 관련해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인권교육이 중요하다. 그러나 성인이 된 이후에는 인식의 전환이 어렵기 때문에 대상을 초·중등부터 공무원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과연 인권교육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인권교육은 물론, 장애체험도 ‘실시했다’는 것에 그칠 뿐, 그에 대한 평가는 없기 때문이다. 효과적인 인권교육을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염 변호사는 “신축건물에 대한 이용 및 접근 보장에 앞서 우선적으로 공공시설에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가 적용돼야 한다.”며 “공공시설에 대한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가 이뤄진 다음에 국가·지자체의 지원으로 사립기관, 극장, 숙박업소 등에 장애인 편의시설이 설치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마을버스에 저상버스를 도입하는 방안은 큰 도시에서는 가능하나, 농·어촌 지역은 마을버스보다 실효성 있는 게 특별교통수단인 장애인콜택시.”라고 이야기했으며, 최 회장 역시 “서울시 은평구만 해도 길이 좁거나 가파른 고개를 넘어야 되는 지역이 많다. 저상버스가 마을 구석구석까지 다니기는 힘들다.”고 공감했다.
반면, 김 정책실장은 “마을버스에 저상버스를 도입하는 것을 찬성한다. 농·어촌 지역에는 노인이 많기 때문.”이라고 의견을 달리했다.
염 변호사는 “성년후견인제도가 과연 얼마나 제대로 활용될지 걱정된다.”며 “특히 시설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은 거의 없는 상태기 때문에 일본의 성년후견인 이용 지원 제도 또는 미국·독일의 공공후견인 제도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유 교수는 “의학적 진단의 결과로 얻는 장애등급이 모든 급여정책의 수급자격으로 활용되는 관행을 차단하고, 실제 장애상태가 종합적으로 고려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며, “‘필요한 서비스를 신청해 이용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장애계와 입장을 같이했다.
이어 “현재 국무총리 소속장애인정책조정기구의 위상과 기능 강화를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바꾸자는 의견이 있는데, 대통령 직속으로 바꿀 경우 활발히 움직이지 않을 수 있어 고민.”이라고 전했다.
유 교수는 행정과 차별시정을 위한 P&A도입에 대해 “인권단체가 조사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조례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갈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김 정책실장은 “각계의 요구를 총망라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나, 예산이 수반되지 않는 사업은 없다. 중장기계획을 내놓은 것보면 인권위가 추진하겠다는 소린데, 실제로 인권위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권이 서비스와 어떻게 다른지, 중장기계획이 어떻게 인권에 기반을 두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어 아쉽다.”며 “예를 들어 발달장애인의 경우 최저임금제 적용이나 보조금 지원보다는 옆에서 노동을 지원해주는 게 필요하다. 인권 증진을 위한 계획인만큼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