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 인권보호 및 사회참여 증진 방안 살펴… ‘정작 당사자의 목소리는 빠져 아쉽다’

▲ (왼쪽부터)제1부 ‘정신장애인 인권 보호와 증진, 그 성과 및 발전방안’에 참여한 울산대학교 홍진표 정신과 교수, 국립나주병원 배안 원장,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국 심상돈 국장,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차별조사1과 조형석 팀장,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황태연 정신보건이사,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유동욱 사무관.
▲ (왼쪽부터)제1부 ‘정신장애인 인권 보호와 증진, 그 성과 및 발전방안’에 참여한 울산대학교 홍진표 정신과 교수, 국립나주병원 배안 원장,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국 심상돈 국장,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차별조사1과 조형석 팀장,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황태연 정신보건이사,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유동욱 사무관.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설립 10주년 기념 토론회-정신장애인 인권 보호를 위하여’가 지난 17일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1부 ‘정신장애인 인권 보호와 증진, 그 성과 및 발전방안’과 2부 ‘정신장애인의 사회참여 증진 방안’으로 나눠 진행됐다.

인권위 장애차별조사1과 조형석 팀장은 지난 2001년 11월부터 지난 9월까지 접수된 ‘정신보건시설 관련 유형별 진정실태’를 발표했다.

정신보건시설 관련 진정실태는 총 5,428건으로 ▲비자의 입원, 사설응급 구조단에 의한 인권침해가 1,862건(34%)으로 가장 높았으며, ▲시설 안에서의 부당 격리·강박 및 폭력·성폭력이 1,026건(19%)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퇴원 불허, 계속입원심사청구 누락 710건(13%) ▲강제투약, 약물과다, 치료 미흡, 부당한 작업치료 586건(11%) ▲시설 안에서의 면회·외출·외박 금지 및 전화·서신 제한과 검열 등 외부와의 소통 제한 527건(10%) ▲시설환경, 위생, 병원인력 부족 등 315건(6%) ▲기타 125건(2%) ▲시설 안에서의 감시카메라 설치 및 사생활침해 113건(2%) ▲인권위 진정방해 111건(2%) ▲시설 안에서의 정보제공 거부·불충분, 종교 강요, 종교 제한 등 알권리·종교의 자유 제한 53건(1%) 순이었다.

조 팀장은 “정신장애인 국가보고서 핵심추진과제별 이행 여부 현황에 따르면 △자의입원 원칙 명문화 △경찰관과 구급대원의 환자 호송 의무 강화 △정신질환자의 권리와 권리 행사에 관한 사항 고지 의무 강화 △입원환자의 자유권 제한 엄격화 △면회·통신의 자유 제한 요건 및 목적 명시 △격리·강박의 목적 명시 및 기준 강화 △정신보건센터 설치 강화 및 기능 재정립 △정신보건심판위원회의 정신장애인 업무적격성 심사 규정 신설 등은 정신장애인의 국가보고서의 핵심추진과제를 충실히 반영했다고 사료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러나 정신장애인 국가보고서의 권고사항 중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의 경우 ‘진단입원’과 ‘치료입원’의 구분 ▲정신요양시설 긴으 확립 및 입소 요건 강화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의 경우 계속입원심사 기간 단축(현행 6개월→3개월)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의 경우에도 공공이송체계 도입 등 주요 권고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점은 다소 미흡한 부분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립나주병원 배안 원장은 “정신장애인 인권 문제는 현재의 정신보건전달체계에 있는 것이지, 시설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배 원장은 “만성 정신장애인의 잦은 입원횟수와 장기간의 입원기간으로 표현되는 적법절차의 만성적인 인권침해는 ‘만성 정신장애인에 대한 보호자의 보호의무 이행능력’의 부족이라고 할 수 있다.”며 “대부분의 만성 정신장애인 및 그 보호자가 생활보호대상자라는 경제적 취약계층이란 점에서, 지속적으로 보호의무 이행을 강제하는 것은 어렵다고 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그는 “1993년 발표된 호주의 ‘정신질환자의 인권에 관한 국가보고서’는 정신장애인을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과 동일한 권리를 지닌 인간으로, 그리고 상황에 따라서 그들의 취약성을 고려해 특별한 보호를 받는 사람’으로 인식하도록 했다.”며 “보호의무 이행능력이 결여된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가혹행위에 해당하는 부당한 격라·강박에 대해서는 “펜실베니아 주립병원은 1991년이 비해 2000년에는 격리율이 하루 1,000명 당 4.2건에서 0.3건으로, 평균 격리시간은 10.8시간에서 1.3시간으로 감소했다. 강박률은 하루 1,000명 당 3.5건에서 1.2건으로, 평균 강박시간은 11.9시간에서 1.9시간으로 줄었다.”며 “이 결과는 ‘격리와 강박은 치료의 실패’라는 정의, 격리와 강박을 감소시키려는 주정부의 정책과 옹호, 직원교육, 병동 당 평균병상수의 감소와 치료팀의 증원, 새로운 항정신약물의 개발로 요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울산대학교 홍진표 정신과 교수는 “정신장애인의 경우, 자기의 선택권 행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다양한 국가기관이 있지만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신장애인은 인신보호법에 의해 법원을 상대로 부당한 입원을 중지시켜달라고 요구할 수 있으나 소장을 법원에 제출하고, 재판비용을 수납하고, 정신감정료를 내는 등 입원 중인 사람 입장에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복잡한 절차가 가로막고 있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

또한 정신보건심판위원회의 경우 상근직원 한 명 없이 운영되고 있고, 위원들이 대부분 관련 의료기관 종사자라 기관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고려하는 경향이 있는 등 월 1회 수십 건에서 수백 건을 한꺼번에 처리하고 있어 형식적인 심사에 그칠 뿐 개별적인 인권침해 사안에 대해 대부분 적정한 심사가 이뤄지지 못한다는 게 홍 교수의 주장이다.

홍 교수는 “의료인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여러 기관을 살펴봐야하기 때문에 정신장애인의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적절한 기관은 인권위밖에 없다.”며 법제화 및 법원 판례를 통해 정신장애인 인권문제를 구체적으로 정의할 것, 인권위 권고사항 및 사례 등 인권교육자료를 만들어 교육할 것, 인권위 안에 정신보건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할 것을 주문했다.

이와 함께 홍 교수는 “입원의 결정에 대해 보호자와 병원이 직접 계약을 맺는 것이 아니라, 정신보건심판위원회와 법원이 판정했으면 좋겠다. 정신장애인이 퇴원을 원할 때 가족이 아닌 제3자이면서 보호·지원해줄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황태연 정신보건이사는 “단지 권고로 끝나서는 아무런 실행 효과가 없다. 구체적인 전략과 실행 계획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정부 각 부처나 관련 기관에서 아무런 실행 계획이 없다. 한 쪽에서는 ‘이행하라’고 공격하고, 한 쪽에서는 ‘안 한다’고 막고 있는 ‘창과 방패’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황 정신보건이사는 “정신장애인을 위해 직업과 주거를 지원한다고 했을 때, 이는 복지부뿐만 아니라 고용노동부와 국토해양부의 협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정작 복지부를 제외한 다른 기관들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낮다.”며 “지방자치단체 안에도 정신보건 담당 부서가 있고, 광역정신보건센터와 지역정신보건센터 등 다양한 공공·민간·NGO(비정부기구) 집단이 존재하고 있다. 복지부는 이들과 협력하고 공조해 전략을 마련할 때.”라고 제언했다.

그는 “작업치료라는 이름 아래 진행되는 원내 작업을 부당하게 요구하는 행위는 철저하게 금해야 하지만, 재활치료 차원에서 환자들의 사회기능 및 직업재활을 시행하며 임금을 지불하는 경우는 치료의 일환으로 인정해 재활의 활성화를 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대한정신분열병학회가 정신과를 ‘정신건강의학과’, 정신분열병을 ‘조현병’으로 개명한 것과 관련해, “용어가 갖는 부정적 낙인을 극복하는 일이 사회적인 편견을 없애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유동욱 사무관은 입·퇴원의 문제와 같은 미시적인 사항에 대해서만 고민할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어떻게 나올 수 있는가’에 대해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사무관은 “일단 나올 수 없으면 인권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는 자체가 힘들고, 당장 지역사회로 나온다고 해도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인력이나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다.”며 “인권위의 권고와 더불어 복지부 및 관련 기관이 구체적·전략적 계획을 짜야 한다.”고 황 정신보건이사와 의견을 같이했다.

유 사무관에 따르면, 현재 복지부는 2012년 정신장애인 지역사회 정착 관련 예산으로 50억 원을 별도 편성한 상태며 1개의 시·도를 골라 시범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 (왼쪽부터)제2부 ‘정신장애인의 사회참여 증진 방안’에 참여한 이천정신보건센터 최용성 센터장, 한국사회복귀시설협회 문용훈 회장,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국 심상돈 국장,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 이영문 단장,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기연 교수, 한국정신장애연대 권오용 사무총장.
▲ (왼쪽부터)제2부 ‘정신장애인의 사회참여 증진 방안’에 참여한 이천정신보건센터 최용성 센터장, 한국사회복귀시설협회 문용훈 회장,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국 심상돈 국장,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 이영문 단장,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기연 교수, 한국정신장애연대 권오용 사무총장.

“당사자 없는 인권 논하기… ‘인권위 10주년 기념’이란 이름 무색해”

이천정신보건센터 최용성 센터장은 지역사회정신보건센터 기능 및 역할재정립을 위해 △정신의료기관에서의 퇴원통보와 관리현황 점검 및 연계시스템 구축 △지역사회 연계체계를 활성화하기 위한 퇴원 후 사후관리체계에 필요한 정신보건센터 역할의 기능 개편 △지역사회정신보건센터의 공공성이 확립될 수 있는 법인화 추진 △지역사회 정신보건센터 업무가 정신건강증진업무와 만성정신장애인재활업무 분리 △정신보건센터 실무자의 역량강화 △정신장애인 당사자 및 가족의 옹호활동 적극 지원 △외래치료명령제에 대한 실효성을 살리기 위한 대책 마련 △주거 및 직업재활에서 지역정신보건센터 자체의 경쟁력 확보를 주장했다.

한국사회복귀시설협회 문용훈 회장은 “2009년 사회복귀시설 예산은 15억 원으로 사회적 낮은 가치로 취급되고 있다.”며 “‘사회복귀시설의 이용 및 운영에 관한 기준’ 또한 정신보건법 초기와 거의 변화가 없다.”고 전했다.

문 회장은 정신장애인의 거주권과 관련해 “보조금 신청과 가계 관리에 대한 지원 등 생활을 다루는 주거복지로 전환해야 한다.”며 “주거서비스는 시설이다. 지난 해 보장시설로 주거시설을 탈퇴해 고시원으로 가는 등 연락이 닿지 않는 사례가 많았다. 입소자에게는 스트레스나 프로그램 이탈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 회장은 지역사회 실천과 주거복지를 위해서는 적절한 사례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신보건센터의 체계와 사회복귀시설의 직접적인 서비스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동권과 관련해서는 “기초생활보장대상 장애인의 근로활동을 통한 소득 발생에 대해 소득공제를 제공함으로써 자활과 재활을 촉진하도록 하고 있는 반면, 정신장애인은 법률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어서 정신장애인에 대한 제도적 차별이 일어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 이영문 단장은 정신보건정책을 인권의 관점에서 바라봤다.

이 단장은 “정신보건정책은 그 시대의 사회철학을 담보·반영한다. 그러나 우리시대의 사회철학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권위 자체의 독립성에 대한 반대가 있고, 인권을 마치 편향된 이념의 산물로 치부하는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탈수용화라는 거대 담론은 형성되기 어렵다.”며 “공공성이 확립되지 않는 80% 이상의 정신병상이 모두 민간 서비스 제공자들의 양심에 기대 운영되기만을 바라는 것은, 국가가 공무원들의 자리매김만 해주는 것은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이 단장은 “당사자의 결정이 배제된 탈수용화 과정과 정신장애인 가족이 보는 사회적 지지의 미약함, 입원·입소에만 국가의 지원이 이뤄지고 퇴원 후 삶을 도와줄 국가의 수단은 없다. 이러한 정치, 사회 및 가족과 시설의 입장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 바로 탈수용화를 방해하는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 안에서 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정신보건 영역의 단순한 장기 입원 문제만이 아닌, 탈시설화 운동과 궤적을 같이 가져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 한국정신장애연대 권오용 사무총장.
▲ 한국정신장애연대 권오용 사무총장.
한국정신장애연대 권오용 사무총장은 토론에 앞서 자리에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참여가 빠져있는 점을 짚고넘어갔다.

권 사무총장은 “당사자와 보호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고, 인권을 보호함과 동시에 서비스의 책임성과 질을 높이려는 태도가 호주의 ‘소비자 중심의 정신보건서비스(소비자관점, 소비자이슈)’.”라며 “우리나라는 정신보건서비스 이용자인 정신장애인과 그 가족 및 보호자가 모든 의사결정과 자원의 배분에 참여하지 못하고 소외돼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비자관점의 이념과 가치는 정신보건서비스를 이용하는 정신장애인과 그 가족에게 절실히 필요한 내용일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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