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반젤리아카데미 공동단장 홍창진 신부

배우 손현주 씨와 함께 장애인어린이합창단 공동단장을 맡고 있는 홍창진 신부입니다. 현재 천주교 수원교구 점동성당 주임신부로 있습니다.

에반젤리 합창단 단원들은 지난 7년 동안 80여 회의 공연을 치렀으며, 초등학교 3학년~고등학교 3학년까지 23명의 단원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에반젤리 합창단 단원들은 발달장애어린이를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한 곡을 이해하고 부르려면 6개월~1년 정도 연습해야 하지만, ‘노래를 좋아하고 부를 줄 안다’는 조건 하나를 보고 선발합니다.

6년 전 입단해서 활동하고 있는 13살 김예인이라는 단원이 있습니다. 선천성 수두증이라고 머리에 물이 차는 병을 앓고 있습니다. 뇌수술을 아홉 번이나 했는데, 그러한 상황에서도 노래해야 한다며 가수의 꿈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그러한 예인 학생의 모습을 보고 주변사람들이 희망과 용기를 얻고 있습니다.

에반젤리 합창단은 얼마 전 K본부에 출연하면서 유명해졌는데, 방송에서 ‘아름다운 하모니’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사실, 잘 서서 중간에 뛰쳐나오거나 하는 일 없이 끝가지 노래를 부르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입니다. 마음으로 노래하기 때문에, 특별한 음악적 감성과 표현을 담고 있기 때문에, 또 하나의 아름다운 하모니인 것 같습니다.

에반젤리 합창단에는 반주하는 선생님과, 합창할 때 화면에 잡히지는 않지만 3m 정도의 거리에 있는 특수교사님들이 있습니다. 3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세 쪽으로 나눠 단원들과 눈빛 등으로 신호를 주고받는 역할을 합니다.

창립했을 당시 단원 선발 시험을 치렀는데 53명이 참가했습니다. 지정곡 없이 본인이 하고 싶은 노래를 하라고 했는데, 그중 21명이 노래했습니다. 발달장애 특성상 중복장애로 마음과 달리 목소리가 안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공식적인 선발 시험은 3월이지만, 아무 때나 신청하면 개인 면담이 진행되니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습니다. 공식 선발 시험은 에반젤리 홈페이지(www.evangeli.co.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배우 손현주 씨는 저와 합창단을 같이 만든 창립자이자 공동단장입니다. 이밖에 배우 김선아·김수로·지성 씨, 축구감독 홍명보 씨, 산악인 엄홍길 씨, 낙산사 주지 정영 스님, 한신대학교 총장 채수일 목사님 등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 함께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어떻게 돈을 만들까’하고 고민하던 끝에 1일 맥주집을 열었습니다. 당시 손현주 씨가 출연한 드라마의 출연진들이 참석했습니다. 그때 많은 홍보가 이뤄졌고, 한 달에 만 원씩 내는 회원 모집도 시작했습니다.

이후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분이 일주일에 한 번 식당을 운영하지 않는 시간에 장소를 제공해주셨고, 중국음식점에서 네 가지 요리를 제공해주셨고, 한국예술종합학교 국악과를 나온 분들이 와서 공연해주셨고, 여러 분들의 도움과 여러 방식으로 열심히 돈을 벌었습니다.

특히 손현주 씨가 지명도가 많지 않은 상태였는데도 선뜻 매 회 1,000만 원씩 개인 기부금을 냈습니다. 요즘에는 2년 예산 집행 뒤 부족한 부분을 모두 채워주실 정도로 많이 내십니다.

에반젤리는 합창단으로 시작했는데, 남성단원들의 경우 변성기가 오면 음을 처리할 수가 없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난타에서 본을 떠 장단놀이패라는 것을 만들었습니다. 사춘기라는 시점과 잘 맞아 떨어졌는지, 북이 부서질 정도로 아주 신나게 두드렸습니다.

그렇게 장단놀이패라는 교실을 만들었고, 어떤 학생들은 연극교실, 음악교실, 댄스교실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것들을 묶어 에반젤리아카데미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에반젤리 합창단은 고유의 주업이고, 부설 에반젤리아카데미가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에반젤리아카데미는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정부의 지원이 없습니다. 규모도 크지 않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이러한 자발적인 운동이 좋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확장할 것이라는 꿈보다는, 이런 프로그램을 기다리는 장애학생들과 더 많이 접촉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적으로 너무 멀어서 못 오는 학생들도 많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도 이런 프로그램이 생겨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에반젤리가 표본이 될 수 있다면, 에반젤리의 미래계획을 얼마든지 나눠드릴 생각입니다.

발달장애인은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익숙한 사람과 있을 때는 상당히 편안해합니다. 새로운 환경을 지속적으로 접해야하기 때문에 어떤 돌발행동을 할지 모르는데, 그것은 불안의 표현일 뿐입니다.

발달장애인 부모님들이 ‘내 자식보다 하루만 더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십니다. 부모세대가 먼저 가고 나면, 그 다음세대에 발달장애인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걱정인 것입니다.

그래서 부모님들께 ‘에반젤리 합창단에 대대로 후배들이 생길 테니, 시골에 마을을 하나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부모님들이 정년퇴임하고 난 다음 시골에 가서, 한 200평씩 나눠 살면서 공동프로그램을 운영하자는 것입니다. ‘시설’이 아니라, 부모님들이 조합처럼 미래를 같이 준비하는 데 이런 마을을 구성하는 꿈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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