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친구들·느티나무, ‘서울-경남 발달장애인 당사자 이야기 모임’ 개최

“그룹 ‘티아라’의 지연처럼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
“훌륭한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살아있는 동안 마음대로 즐기고 싶습니다.”

발달장애인당사자가 주인이 돼 이야기를 진행한, 아주 특별한 자리가 마련됐다.

서울의 발달장애인 교육인형극단 ‘멋진친구들’과 경상남도 발달장애인 자조그룹 ‘느티나무’는 12일 서울 영등포구 여성플라자에서 ‘서울-경남 발달장애인 당사자 이야기 모임’을 개최했다.

이번 모임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동안 발달장애인 관련 토론회나 세미나, 공청회 등을 개최하더라도 당사자인 발달장애인은 빠져있거나 ‘사례자’나 ‘손님’으로 참석하던 관례를 깨고 발달장애인당사자들이 진행은 물론 직접 목소리를 내고, 이야기를 이끌어갔기 때문.

두 단체는 “우리나라에는 아직 발달장애인들의 모임이 많지 않다. 모일 수 있는 장소도 부족하지만, 우리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별로 없기 때문.”이라며 “오늘의 만남을 시작으로 여러 지역의 발달장애인들이 서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날 모임에서는 자기소개를 시작으로 현재 하고 있는 일과 앞으로 살고 싶은 모습, 이에 따라 필요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참가자들은 평균나이 21세(19~26세)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또래 간의 친밀감과 공감대를 형성해 나갔다.

진행을 맡은 느티나무 김정훈 회장은 “우리끼리 모여서 이야기를 나눈 적은 많지만, 이렇게 다른 단체 사람들하고는 모임을 가져본 적 없어 무척 긴장되고 힘들다.”며 “하지만 이런 자리가 마련돼 기분이 좋고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멋진친구들 조태환 단원은 “다른 (쪽의) 발달장애인들을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이렇게 만나서 반갑다. 서로 힘든 점 등을 이야기 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 태권도 선수가 꿈이라는 김지혜 씨가 태권도 시범을 보이고 있다.
▲ 태권도 선수가 꿈이라는 김지혜 씨가 태권도 시범을 보이고 있다.
▲ 가수가 꿈이라는 김민지(왼쪽) 씨와 배민성(오른쪽) 씨가 그룹 ‘티아라’의 곡 ‘왜이러니’에 맞춰 춤추고 있다.
▲ 가수가 꿈이라는 김민지(왼쪽) 씨와 배민성(오른쪽) 씨가 그룹 ‘티아라’의 곡 ‘왜이러니’에 맞춰 춤추고 있다.
▲ 느티나무가 자신들이 했던 연극을 재연하고 있다.
▲ 느티나무가 자신들이 했던 연극을 재연하고 있다.
간단한 개인 소개가 끝난 뒤, 먼저 두 단체는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느티나무 측이 멋진친구들 측에 인형극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을 묻자, 멋진친구들 측은 ‘처음에는 인형들이 무거워서 힘들었는데, 이제는 힘이 세지고 보는 사람도 많아졌다’, ‘인형도 움직이고, 인형으로 연기도 하고, 보람 있다’고 답했다.

멋진친구들 측이 느티나무 측에게 하는 일을 묻자, ‘직업체험, 스피치(말하기) 훈련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우리도 연극을 한 적 있는데 긍정적인 자신감을 얻었다’며 직접 재연하기도 했다.

이어진 장래희망 소개에서는 사회복지사, 배우, 만화가, 농구선수, 태권도선수 등 각자의 개성만큼이나 다양한 직업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중에서는 용기 있게 앞으로 나가 자신의 끼를 선보이는 사람도 있었고, 질문에 답하는 것조차 부끄러워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밖에 두 단체의 지원기관인 경남장애인부모회,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소개가 있었다.

경남장애인부모회 김정일 사무국장은 “지금 느티나무는 경남장애인부모회의 지원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3~4년 후에는 느티나무가 경남장애인부모회와 별도의 단체로 만들어지는 게 목표.”라고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직접적인 권리를 강조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이윤경 활동가는 장애인 부모의 가장 큰 과제로 떠오른 발달장애인법을 소개하며, “여러분들의 법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모임에 함께한 발달장애인은 “발달장애인법은 우리의 법이므로, 우리가 만들어야할 권리가 있다.”고 답했다.

저작권자 © 웰페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