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스장애인무용단 임인선 단장

필로스장애인무용단은 지적장애 2·3급 어린이 15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무용이란,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신체를 통해 나타내는 것으로, 장애어린이들이 마음속에 갖고 있는 감정들을 밖으로 표현함으로써 치료뿐만 아니라 교육적인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저는 대학원 과정까지 현대무용을 전공했고 석사 과정 중에는 조현병 환자를 대상으로 무용교육의 효과에 대해 공부했는데, 장애어린이에게도 무용교육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규명하고 싶었습니다.
 
무용은 흔히 예쁜 얼굴과 예쁜 몸매를 가진 사람만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무용을 하는 사람으로서 신체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심리·정서의 안정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장애인체육교실에서 무용교사로 자원봉사도 했고, 대림대학교에 사회체육과 교수로 부임 온 이후 대림대학교를 중심으로 우선 안양 지역의 장애어린이들에게 무용을 가르쳐보자는 결심으로 필로스장애인무용단을 창단했습니다.
 
2005년 당시 대림대학교 장애아동체육교실에서 체육과 무용의 장점을 살린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1년 동안 기다리는 학생들은 많아져 배우고 있는 학생들이 졸업하지 않고서는 프로그램을 계속 이어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한 어머니께서 ‘졸업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게 없겠냐’고 문의하셨고, 졸업하지 않고도 계속해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취지에서 2007년 3월 필로스장애인무용단이 탄생했습니다.
 
필로스장애인무용단뿐만 아니라, 대림대학교 사회체육과 학생들이 자원봉사로 참여하고 교수들도 함께 할 수 있는 필로스특수체육단이 있습니다. 또한 축구선수를 꿈꾸는 장애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대림대학교장애학생축구교실도 운영 중입니다. 필로스장애인무용단, 필로스특수체육단, 대림대학교장애학생축구교실은 한 식구라고 보면 됩니다.
 
필로스장애인무용단에서는 현대무용, 한국무용, 발레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세 가지 영역의 전문교사가 교육하는 곳은 필로스장애인무용단이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앞으로 다른 지역에서 저희 무용단과 같은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처음 무용단을 시작했을 때 어느 학생과 어머니가 찾아왔는데, ‘우리아이는 노래를 부르지 않는데, 노래를 부르게 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마음에 억눌린 감정이 얼마나 많기에 밖으로 표현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 학생을 오랫동안 지켜봤습니다.
 
처음에 무용실에 들어오게끔 하는데, 학생은 계속 들어오지 않고 무용실 밖을 배회했습니다. 한 달 정도 지나니까 학생이 문을 열고 들어왔고, 그 다음부터는 춤동작을 따라 하기 시작했습니다. 더 기뻤던 것은 그 학생과 어머니가 함께 백화점에 갔는데, 무용실에서 교육하는 과정에서 나왔던 음악이 나오자 콧노래를 부르면서 노래를 흥얼거렸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 학생은 꾸준히 무용단을 찾기 시작한 다음부터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지금까지 무용단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학생은 자폐성장애가 있는데 특정 음악만 나오면 그 자리에서 넘어집니다. 상대방과 같이 손을잡고 돌아야 되는 장면에서도 그 음악만 나오면 넘어지는데, 아무리 고치려고 해도 고쳐지지 않는 그 학생만의 동작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학생의 성향과 동작을 살려 작품에 올렸고, 오히려 보는 사람들이 어색하게 보지 않고 박수를 쳤습니다. 서툰 몸짓이지만 함께 소통할 수 있다는 데 기쁨을 느꼈습니다.
 
3년 전, 경기도 안양시에 위치한 안양샘병원에 초청돼 공연한 적이 있습니다.
말기 암환자나 병세가 깊은 환자를 위한 공연이었는데, 휠체어를 탄 한 말기 암 환자가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장애어린이들이 예쁜 모습으로 춤추는 것을 보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때 한 단원이 그 환자에게 다가가 안아줬는데, 그 모습을 지켜본 사람 모두 하나가 돼 울음바다가 됐던 기억이 납니다. 필로스장애인무용단을 통해 하나라도 더 많은 희망을 가져서 병을 다스리는 데 보탬이 된 소중한 기억입니다.
 
필로스장애인무용단은 공연을 통해 여러 가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장애어린이들에게는 많은 사람들에 앞에 선다는 자신감과 춤을 통한 신체적 건강을 주고, 나아가서는 사회성 발달에 관련된 여러 가지 장점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장애어린이 부모님들은 ‘우리아이도 해낼 수 있다’는 자긍심뿐만 아니라, 자녀들이 능동적으로 무대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에 대한 기쁨을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은 자신을 한번쯤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등 여러 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필로스장애인무용단은 항상 열려있습니다. 무용과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고,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고, 남 앞에 서기를 좋아하는 어린이면 더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남 앞에서 서는 것을 쑥스러워한다면 무용단을 통해 활달한 성격으로 변화하는 것을 기대해도 좋을 것입니다.
 
필로스장애인무용단의 궁극적인 목표는 ‘장애인도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희망과 그 길을 갈 수 있도록 하는 것, 동시에 공연을 통해 장애어린이들의 신체적·정서적·사회적 발달입니다.
 
필로스장애인무용단뿐만 아니라 필로스특수체육단과 대림대학교장애학생축구교실을 통해 무용가, 체육교사, 축구선수의 꿈을 실현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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