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월드코리아 5위 청각장애인 김혜원 씨

지난해 8월 미스월드코리아에서 5위를 수상한 수상자의 모습보다는 아직 솜털이 뽀송한 고등학생의 밝은 미소가 더 잘 어울리는 김혜원(여·20, 청각장애 2급) 씨는 자신의 꿈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

김씨가 지난해 수상한 ‘미스월드코리아’는 세계 4대 미인대회 중 하나인 미스월드(Miss World)에 출전할 한국대표를 선발하는 대회로, 지난해 제1회 대회가 열렸다. 그는 이 대회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김씨는 “미스월드코리아는 참가하는 데 의의를 두고 참가했는데, 좋은 결과가 있었다.”며 “어릴 적 모델이 워킹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저런 것 해보고 싶다’며 막연하게 꿈을 가졌고, 고등학교 때 학교를 방문한 미스프랑스이자 청각장애인인 소피 부즐로를 보며 ‘나도 해볼까’라는 도전 의식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간단한 단어는 구화로 가능하지만, 비청각장애인과 긴 문장으로 대화하기 위해서는 수화통역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보청기를 사용하면 진동을 감지할 수 있지만, 보청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전혀 들리지 않는다. 이미 미스농아인대회 출전경험이 있는 그였지만 미스월드코리아 대회 출전은 도전이었다. 비청각장애인과의 경쟁에서 의사소통 문제까지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사실 대회참가에 있어 청각장애로 인한 어려움은 의사소통 외에는 없다. 지금까지는 농사회에서 살았기 때문에 수화통역의 필요성을 못 느꼈다. 하지만 이제 첫발을 내딛으면서 느낀 것은 의사소통과 장애인에 대한 오해.”라며 “비장애인이 갖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가장 걱정된다. 장애인은 ‘못할 것이다’, ‘부족할 것이다’라는 오해들이 먼저 해결돼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인터뷰 도중, 가톨릭농아선교회에서 봉사자와 학생으로 만나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수화통역사와 “아침에 떡국을 한 그릇 더 먹어서 이제 21살이 됐다.”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밝게 웃는 그는 꿈도 많고, 고민도 많은 영락없는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을 준비를 하고 있는 딱 그 나이 또래의 모습이다.

김씨의 어머니는 “혜원이는 어릴 때부터 밝고 명랑한 아이며, 자신 있게 자기 자신을 내보일 줄 아는 용기 있는 아이.”라며 “한번은 미용실 가서 혜원이가 스스로 ‘나는 청각장애인’이라고 밝힌다. 서비스만 받으려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배려다. 20대 초반이면 외모 등 제 3자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신경을 많이 쓸 나이인데도, 스스로 장애를 밝히는 것이 엄마로서 정말 놀라웠다.”고 대견함을 내비쳤다.

최근 김씨는 한국예술종합전문학교 모델예술학부에 2012학년도 수시모집 특기자전형으로 응시해 5대 1의 경쟁을 뚫고 합격해, 오는 3월부터는 대학생이 된다.

대학생이 되는 소감에 대해 그는 “앞으로 기다리고 있는 새로운 친구들과 낯선 환경이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또 학교에 입학 한 것이 기사화 된 것을 보고, 다른 친구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도 걱정된다.”며 “중학교 때 잠깐 일반학교를 다닌 적이 있었는데, 그때 정말 힘든 경험을 해서 정말 많이 울었다. 건청인 사회에 들어가는 게 생각보다 너무 힘들고 주눅 든다. ‘나에게 너무 부족한 면이 많구나’도 깨닫게 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사회의 첫 시작이 대학이 됐다. 다른 청각장애인 친구들도 대학을 목표로 꿈을 이뤄나가는 것도 좋지만, 뭘 하든지 ‘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생활했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모델 경험이 많아질 것이니까 모델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나한테 물어봐도 되고, 내가 모르는 것을 서로 도움을 주고받았으면 좋겠다. 소극적으로 행동하지 말고 모든 자신 있게 행동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뒤를 보지 말고 앞을 걸어가보자’라는 좌우명을 스스로 만들고, 지금까지 항상 머릿속에 세기고 있는 그는 “이제 처음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시작단계다. 아직은 힘이 미비하니까 장애인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하겠다는 거창한 계획은 없지만, 앞으로 더 많이 생각한 다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며 “하지만 다른 친구들이 ‘내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희망을 갖는 것’ 자체로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계속 활동하면 사회적으로 변화도 조금씩 일어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김씨의 어머니는 “미스월드코리아가 되고 축하와 격려를 받았다. 잠시 동안 혜원이가 스타가 된 것 마냥 순간적으로 착각도 했는데, 결국 우리는 그걸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며 “그것은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 중 하나였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길 바란다. 언제나 혜원이 편이라고 말을 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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