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기관의 시설장 교체 명령… ‘근본적인 원인 모르는 태도’ 비판
대책위, “‘공익이사제’ 도입으로 비리와 병폐의 출발점인 법인 구조 뜯어 고쳐야”

▲ 제공/ 공동대책위원회
▲ 제공/ 공동대책위원회

울산광역시 북구의 한 특수학교 생활주거시설에서 2년 전부터 남학생간 성폭력 사건이 여러 차례 있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은 법인이 ‘족벌체제’로 운영되는 등 근본적인 부실운영이 불러온 결과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해당 시설의 원장은 법인 이사장의 부인이, 사무국장은 아들이 맡고 있는 등 가족이 법인의 전체적인 운영을 도맡고 있었다.

울산상담소시설협의회·울산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40여 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19일 울산시청 프레스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익이사제’ 도입 등 이번 사태의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며 공동 대응할 것을 밝혔다.

대책위는 “이번 사건이 학생들 간의 성폭력 문제로 국한되는 측면에서 우려를 표한다.”며 “생활지도교사를 다른 업무에 투입하는 등 변칙적으로 운영돼 시설 거주 장애학생이 방치된 것은 물론, 전형적인 족벌 운영 구조를 갖고 있는 등 구조적인 문제며 법인 측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는 시청 및 구청은 ‘근본적인 원인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해당 시설은 1년에 시 예산 8억 여 원을 지원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행정기관 역시 이번 사건이 발생한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다.

전국 장애인 인권침해 전수조사가 실시되기 전 행정기관은 연1회 지도점검을 시행했으나, 이번 성폭력 사건 여부를 전혀 알지 못했다. 또한, 2008년 원생을 체벌하다 다치게 한 교사를 징계 없이 퇴직시킨 뒤 다시 채용한 사실도 전수조사에서 밝혀졌다.

울산북구청은 전수조사 결과에 대해, 해당 시설에 부당 행위 8건에 대한 시정 명령과 시설장 교체를 명령하는 1건의 행정 처분을 내렸다.

시설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시설장 채용 공고를 낸 상태며, 구청의 한 관계자는 “일단 공고 결과를 지켜본 뒤, 제대로 이뤄졌는가에 대해 감사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대책위 관계자는 “시청도 구청도 이번 사건을 시설 운영의 미숙함으로 접근하는 것 같다. 시설이 잘하면 되는데 못해서 벌어진 일이니 채용·운영 기준 등을 보완하면 되지 않겠냐는 식.”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족벌 운영 구조의 가장 큰 문제는 비리 및 인권침해 사실을 은폐하기 쉽다는 것이다. 이렇듯 족벌 운영 구조가 비리와 병폐를 낳는 출발점이라면, 새롭게 뜯어 고쳐야 한다. 단순히 시설장 교체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고 질타했다.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조치 방법 또한 잘못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구청 측은 ‘가해·피해학생에 대한 상담·정신치료하라는 시정 명령을 내렸으며, 시설 안에서도 자체 프로그램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대책위 관계자는 “가장 먼저 분리조치 및 전원조치가 이뤄졌어야 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대책위 또한 발 빠르게 움직이지 못한 데 책임감을 느낀다.”며 “학생에 대한 부분은 자체적으로 해결되지도 않을뿐더러 복잡한 문제인 만큼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1차적인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은 있으나, 거슬러 올라가보면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이 뒤섞여 있다. 이는 오랫동안 (시설 문제 등으로 입은) 피해가 권력화 돼 있었던 것이, 성적인 문제로 나타난 것.”이라며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에 한해서가 아닌 시설에 거주하고 있는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개별상담 등의 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대책위, ‘공익이사제’ 도입 등 법인 개선과 인권침해에 노출된 장애학생에 대한 제대로 된 조치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인 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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