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생활시설 재활교사가 시설장애인 통장 돈 빼돌린 사실 포착 ‘파문’
장애인생활시설 재활교사가 시설장애인 통장 돈 빼돌린 사실 포착 ‘파문’
  • 김라현 기자
  • 승인 2012.01.25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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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며느리 등이 족벌 운영해와… 법인 내 또 다른 시설서도 횡령 의혹 불거져

▲ ⓒ해당 시설 홈페이지 캡쳐
▲ ⓒ해당 시설 홈페이지 캡쳐
영화 ‘도가니’의 진원지인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위치한 한 장애인생활시설 관계자들이 생활인들의 돈 1억여 원을 횡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광산구청이 지난 18일 시설과 법인에 대한 특별점검에 착수했다.

광주지역일반노동조합 측은 “T법인이 운영하는 B장애인생활시설의 재활교사로 근무했던 법인 설립자 며느리 이모 씨와 여사무원 배모 씨가 시설생활인 50여 명의 통장과 도장, 비밀번호를 관리하며 억대의 장애수당 등을 빼돌린 사실을 지난 5일 B시설에서 일하던 노조 조합원인 재활교사로부터 제보 받았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이씨가 법인의 다른 시설로 승진해 옮기고 여사무원 배씨가 출산휴가를 간 사이 드러났다. 이씨와 배씨의 범행사실을 모르고 있던 직원이 B시설로 전보해 와 생활인 김모 씨의 통장과 현금출금요청서 간의 차액을 확인해 주는 과정에서 들통났다고.

노조 측은 즉각 법인 측에 통장관리 내역과 시설 운영비 등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다. 그러자 법인 측은 지난 6일 이씨와 배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또한 노조 측은 “법인의 전 이사장과 B시설장이 10일 광산구청 사회복지과에 찾아가 ‘2008년부터 이씨와 배씨가 공모해 8,300여만 원을 횡령했다’는 사실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광산구청은 이후 3년 간 B시설에 지급된 장애수당 지급 현황자료를 광산경찰서에 제출했으며, 지난 12일 광주광역시, 광산구청 관계자의 B시설에 대한 현장방문조사가 진행됐다. 17일에는 B시설의 재활교사 11명이 광주지방검찰청에 “법인 윗선의 개입 없이 이들이 주도해 수년에 걸쳐 횡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B 시설장과 먼저 경찰에 고소된 재활교사 이씨, 현 법인 이사장과 전 이사장, 법인 사무국장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들은 고발장에서 피고발인들을 업무상 배임 및 횡령죄로 엄벌할 것을 촉구하고 손해배상으로 피해를 입은 생활인에게 연 20%의 비율에 의한 배상명령를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커지자 광산구청 측은 지난 18일 구청 감사관실 공직자, 광산구의회 의원, 인권 활동가 등 6명으로 구성된 특별조사팀을 꾸려 B시설과 T법인에 대한 특별점검을 실시하고, “특별 점검에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모든 관련자를 엄중히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노조 측은 “예전부터 T법인과 B시설의 문제에 대해 관리·감독 책임을 맡은 광산구청 측에 여러 차례에 걸쳐 개선과 처벌 등을 요구했지만 법인을 두둔하는 데 급급했다.”며 “관계 공무원 역시 관리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애수당 횡령의혹 불거진 B 시설, 전형적인 족벌체계로 운영

취재 결과 B 시설은 지체장애인과 지적장애인을 등 48명이 생활하고 있는 법인운영 장애인생활시설로, 법인 설립자와 법인 이사장, 시설 원장, 사무국장 등이 모두 한 가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T법인의 현재 이사장은 사망한 법인 설립자의 장남이며, 前 법인 이사장이 차남, 그의 처가 B시설의 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또 법인 사무국장은 설립자의 3남이고, 그의 처가 B시설 재활교사로 이번 횡령사건에 연루된 이씨다.

이 시설은 지난해 6월 21~7월 1일까지 광주시가 전국 지자체 최초로 관내 장애인생활시설에 대해 인권분야 전문가 등 민관합동 인권실태조사를 실시했던 곳으로, 생활인 간의 심한 폭행이 이뤄지고 있었다는 문제가 적발돼 추가 조사가 이뤄지고 있던 곳이었다. 그러나 당시 폭행 문제만 제기됐을 뿐 횡령 건은 적발되지 않았다.

노조 측이 해당 시설 재활교사들에게 확인한 바에 따르면, B시설 측은 개인에게 지급되는 장애수당(1,2급 중증장애인-매월 10만 원, 3~6급 경증장애인-매월 2만 원)과 기초노령연금 등을 비롯해 가족들이 때때로 보내주는 용돈과 지정후원금, 외주업체로부터 물품을 받아 조립해서 받는 소정의 임금을 넣어두는 통장을 시설 측에서 일괄관리하고 있었다고.

이에 돈을 쓰고 싶은 사람은 사무실에서 배부한 ‘현금출금요청서’에 지출할 내용을 작성해야 했고, 담당 생활재활교사가 매주 목요일 찾아와 지급했다. 이 ‘현금출금요청서’에는 인출한 금액과 통장잔액이 모두 표시돼 있으며, 지출한 영수증을 첨부한 다음 사무실에 다시 제출해야 하는데, 시설 측은 한 번에 5만 원이 넘는 금액은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인출하지 못 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도 생활인 김모 씨가 통장에 있는 돈을 인출해달라고 요구하자 시설장은이 ‘지난주에도 사정해서 6만 원 인출해줬지 않냐. 잔고도 별로 없으니 주지 않겠다’며 거절했고, 김씨는 ‘내 통장에 134만 원이나 있는데 왜 잔고가 없냐’고 말해 이를 이상하게 여긴 재활교사가 현금출금요청서에 적힌 잔액을 확인해본 결과 7만5,000원 밖에 없었으며, 다른 생활인의 잔액까지 확인한 결과 이씨 등의 횡령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

이 생활재활교사는 “김씨의 통장을 확인해보니 김씨가 인출한 적이 없는 돈 100만 원이 지난해 6월 인출돼 있었다.”라며 “B시설장의 동서인 재활교사 이씨가 장애수당을 관리하다가 3년 전 채용된 배씨가 이씨와 공동으로 장애수당을 관리했는데, 지난해 10월 경 이씨가 법인의 다른 시설 사무국장으로 전보됐음에도 수시로 B시설에 와 서류정리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횡령 의혹을 알게 된 날 저녁에도 생활인 김씨가 ‘사무실 책상에서 장애인들 명단이 적힌 장부가 있는 걸 봤다. 내 이름에 100만 원이라고 쓰여 있었다’고 말해 확인하려 했으나 다음날 가보니 없어졌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재활교사는 “배씨가 최근 출산 휴가로 자리를 비운 후 매주 한 번씩 다른 대직 근무자가 장애수당을 인출했으나, 실제 통장잔액을 기입하지 않고 횡령한 것으로 여겨지는 금액을 합해 출금요청서에 기재한 것으로 보인다. 이씨와 배씨가 여름휴가나 연가 등으로 장애수당 업무를 관리하지 못할 때도 대직 근무자가 인출했는데 이때도 통장잔액을 허위로 기재한 정황이 있음으로 보아 모두 공범관계에 있을 것.”이라며 “특히 시설장이 시각장애가 있는 생활인 김모 씨의 통장에 있는 300만 원을 인출하지 못하게 한 적이 있고 생활인 모두에게 5만 원 이상 금액은 인출하지 못하게 한 점으로 추측컨대, 시설장도 그들과 공범관계이거나 횡령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씨와 배씨에 대한 경찰 고소는 사건을 은폐하려는 꼼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특별점검팀에 소속돼 B시설을 조사 중인 광산구청 사회복지과 관계자는 “생각보다 횡령의 규모가 크고 복잡해서 조사기간이 길어질 것 같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통장에는 장애수당, 기초노령연금뿐만 아니라 때때로 생활인들에게 가족이 보내오는 돈, 외주업체에서 받아온 물품 조립 작업으로 받은 임금까지 있는데 어떤 항목이 얼마나 횡령된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며 “현재 현금출금요청서를 생활인들과 교사에게 일일이 보여주며 조사 중인데, 생활인들과는 충분한 의사소통이 쉽지 않고 자신이 얼마의 돈을 어디에 썼는지 기억도 잘 못 할뿐더러 요청서가 분실된 경우도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까지 조사 결과 B시설 생활인 48명 중 38명이 금전적 피해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시설장이 실토한 8,300여 만 원 외에 최소한 1,100여 만 원은 더 착복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어떻게 이 많은 돈이 횡령됐음에도 불구하고 적발되지 않았는가를 묻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이미 돈을 다 착복해 통장잔고가 없는 생활인이 돈을 달라고 하면 다른 생활인의 통장에서 빼서 ‘돌려막는’ 식으로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며칠 전 광산구의 또 다른 법인운영 장애인생활시설 원장이 지적장애인이 7년 동안 번 이금 5,600만 원을 착복해 불구속 입건된 사건이 있었다. 이 시설장이 바로 B시설 원장의 남편이자, 前 법인 이사장이었던 걸로 봤을 때 T법인 산하 다른 장애인생활시설에서도 횡령사건이 벌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조사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실태조사에서 횡령 건이 적발되지 않은 것과 노조 측이 제기한 ‘광산구청의 T법인 두둔’ 주장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노조 측은 구청이 법인을 두둔하고 미뤘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단지 이사장과 시설 원장이 와서 횡령 건에 대해 이야기했고, 자료를 수집한 후 확인 작업하는 데 시간이 걸렸을 뿐.”이라고 해명하고 “지난해 실태조사 때 횡령 건을 발견하지 못한 것은 우리의 과오가 맞다. 그 때는 횡령보다는 인권침해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언론에도 폭행 건이 크게 보도됐기 때문에 미처 횡령까지 신경 쓰지 못 했다.”고 시인했다.

노조 측은 “T법인과 B시설은 지금껏 수많은 비리시설이 그래왔듯이 친인척으로 똘똘 뭉친 지배 구조 속에서 어떤 간섭과 통제도 받지 않은 채 생활인들을 자신들의 탐욕을 채우는 도구로 이용해왔다.”며 “일부 의혹이 사실로 인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범죄를 저지른 자의 가족이 여전히 시설을 관리하며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하고 있다. 관계당국은 관계된 모든 이들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를 통해 더 이상 비리가 자리 잡을 수 없도록 특단의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