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 노동 착취 등 인권유린, 무죄 원심 깨고 징역

한 지적장애인을 25년간 노동 착취하고 차고에서 살도록 한 피고인이 무죄 원심 판결과 달리 학대죄로 징역형을 받았다.

청주지법 형사항소1부는 지난 27일 지적장애인 이 씨(60대로 추정)에게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준 혐의(학대)로 불구속 기소된 L(72)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360시간을 선고했다.

L 씨는 1985년 야산에서 거처 없이 떠돌던 이 씨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왔다. 이 씨의 지적장애 정도가 무겁고 주민번호 및 신분을 증명할 어떠한 것도 갖고 있지 않은 등, 상대적 약자라는 점을 악용했다.

L 씨는 이 씨를 보수 없이 3,300m²(1,000여 평)가 넘는 논·밭에서 일하게 했으며, 2008년 8월 자신의 집을 개축하면서 이 씨를 이웃한 딸의 집 차고에서 지내도록 했다.

차고 안은 조명 및 난방 상태도 갖춰져 있지 않은 낡은 상태로, 이 씨는 나무판자와 스티로폼을 깔고 생활했다. 뿐만 아니라 마른 밥과 반찬을 먹고 살았으며, 집 안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해 멀리 떨어진 밖의 화장실을 이용했다.

이 씨는 무리한 노동과 열악한 생활로 밥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치아 상태가 안 좋았으며, 척추 기형과 하지정맥류를 앓는 등 전반적으로 건강 상태가 나빴다.

▲ sbs 긴급출동 SOS24에 소개된 '차고에 살고있는 노예할아버지' 편 영상 캡쳐
▲ sbs 긴급출동 SOS24에 소개된 '차고에 사는 노예' 편 영상 캡쳐
이런 이 씨의 처참한 생활은 2009년 5월경 한 방송사를 통해 ‘차고에 사는 노예’라는 제목으로 방송됐으며, 같은 해 경찰은 지적장애인을 학대한 혐의로 L 씨를 법정에 세웠지만 2010년 8월 무죄 판결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이 씨가 일이 없을 때는 마을을 돌아다니는 등 자유롭게 일했다’는 지역 주민들의 증언 등을 토대로, ‘반인륜적인 행위이긴 하지만 유기행위에 준할 정도로 보기는 어렵다’며 학대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20여 년간 무보수 노동 및 8개월간 차고 안에서 생활하게 했으며, 음식도 제대로 주지 않는 등 육체적·정신적으로 학대했다’며 유기행위에 준하는 학대죄로 인정했다.

‘노예할아버지 무죄판결 바로잡기 대책위원회’로 활동한 청주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권은숙 소장은 “비록 죄질에 비해 형량은 약하나, 무죄 판결을 뒤집은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환영했다.

그는 “1심 판결과 항소심 판결의 차이는 ‘누구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봤느냐’다. 열악한 생활과 건강 상태 등 똑같은 상황을 놓고, 1심은 직접적으로 때렸다는 등의 증거가 없으니 인권유린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항소심은 지적장애가 무거운 점 등을 고려해 사건을 바라봤다.”고 꼬집었다.

권 소장은 “지역 주민 중 이 씨를 대변해줄 사람이 있었지만, 지역 주민이라는 특성상 압박과 두려움을 느끼는 등 설득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며 당시 어려웠던 상황을 떠올렸다.

이 씨는 사건 이후 주민번호를 새로 발급 받는 등 건강을 회복했으며, 현재 한 사회복지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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