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호흡기 의존 지체장애 1급 홍성모씨

▲ 지체장애 1급 홍성모씨
▲ 지체장애 1급 홍성모씨
추운 겨울 언 몸을 녹여주는 난로는 아니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당신/ 내 마음 사랑으로 꽉 찼지만/ 항상 모자라다며 더 큰 사랑 내리는 당신/ 삶이란 멍에를 혼자 짊어져 희생과 헌신이라는/ 세월의 흔적으로 예쁘지는 않지만/ 나의 아픈 배를 쓸어주는 가장 부드러운 손을 가진 당신/ 오랜 병수발로 퉁퉁 부은 다리와 파김치 다 돼버린 몸이지만/ 오늘도 내 앳된 미소 하나로 고단한 하루를 마감하는 당신/ 아무리 목청껏 부르고 불러봐도 다시 부르고 싶은 당신/ 당신은 바로 어머니이십니다.

지체장애 1급인 홍성모씨(33)가 심혈을 기울여 쓴 ‘어머니’란 제목의 시(詩)이다. 그는 어머니의 도움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중증 전신마비 장애인이다.

그에게 감당할 수 없는 불행이 닥친 건 2003년 8월. 군 전역 후 대학 복학을 앞두고 학비를 마련할 요량으로 시작했던 아르바이트 일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스물네살 때 건축 공사 현장에서 자재를 나르던 중 지붕에서 떨어져 경추 1·2번 손상을 입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횡경막(폐를 감싸고 있는 근육)까지 다쳤다.

병원에선 “너무 크게 다쳐 가망이 없다”고 했다. 그래도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5년 넘게 중환자실에서 ‘사투’를 벌였다. 수술 도중 심장이 멎는 등 죽을 고비도 두 번이나 넘겼다.

“죽음의 문턱에 섰을 때 너무 고통스럽고 두려웠어요. 무엇보다 아쉬움이 컸어요. 그 때부터 정말 살고 싶어지더군요.”

다행히 목숨은 부지했으나 사고 후유증은 컸다. 팔다리는 물론이고 손가락조차 움직일 수 없었다. 겨우 고개만 움직일 수 있을 뿐이었다. 몸을 전혀 가눌 수 없는 탓에 24시간 침대에 누워 생활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스스로 숨도 쉴 수 없었다.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야 했다.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호흡기를 달기 위해 목에 구멍을 내 관을 삽입한 터라 목소리마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믿기지 않는 현실에 그는 또 다시 절망과 좌절감에 빠졌다.

“육체적 고통보다 심적 고통이 너무 컸어요.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우울증과 대인기피증까지 생겼어요. 하루 하루가 지옥 같았어요.”

자괴감에 빠져 있던 그가 다시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건 어머니 때문이다. 온갖 모진 고생을 다 겪은 어머니를 생각하면 자꾸 눈물이 앞섰다.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에 뭔가 도움이 되고 싶었다.

홍씨의 어머니 신숙희씨(62)는 젊은 시절 심장병을 앓던 남편이 세상을 등지기 전까지 10년 넘게 병수발을 들면서 모든 가정살림을 도맡아 해 왔다. 그런데 이제는 남은 평생을 자식의 병수발을 들어야 하는 기구한 운명을 맞게 됐다.

그는 제주시 노형동에서 어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 가정이다. 수입이라곤 정부에서 나오는 지원금이 전부다. 1년에 한 번 인공호흡기를 교체해야 하는데 구입비만 1000만원이 훌쩍 넘는다. 생활비를 대기도 빠듯한 모자 가정에는 이런 큰 돈이 없다.

어머니의 한숨소리가 깊어지는 이유다.

홍씨는 2009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특수 제작된 컴퓨터를 이용해서다. 안경에 부착된 특수마우스를 이용, 고개를 힘겹게 상하, 좌우로 움직이며 모니터에 나온 자판의 자음과 모음을 하나 하나씩 꾹꾹 눌러 글을 쓴다. 한 문장을 완성하려면 남들보다 몇 십배, 몇 백배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시(詩)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던 그가 ‘시 쓰기’에 처음 도전한 것은 지난해 9월. 시인이자 수필가인 김길웅 전 제주동중 교장의 지도편달 아래 지금까지 20여편의 자작시를 완성했다.

그가 쓴 시와 자신의 트위터(@ham0456)에 올린 글에는 희망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인생을 쉽게 포기하려는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싶다는 게 그의 소박한 바람이다.

“제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오직 ‘글’뿐입니다. 이 글을 통해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어요.”

그는 오늘도 가슴으로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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