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지난해 8월 폐쇄 지시내렸으나 서구청서 이행안해

광주광역시 서구청이 장애인생활시설에서 생활하는 중증장애 아동이 8년여간 철창에 갇혀있던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와의 분리조치 등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8월 광주 서구청이 합동점검을 요청한 향림원 산하 장애인 생활시설인 현비동산에 대한 직권조사를 실시한 결과 중증장애가 있는 어린이에 대한 학대와 부당한 대우 등 인권침해가 이뤄진 사실을 밝혀내고 해당 시설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한편 시설 폐쇄 등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 조사결과 피해자 A(여, 17세, 지적 및 뇌병변장애 1급)양은 8년여간 철창 우리 같은 구조물에서 걷기치료와 식사시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을 갇혀 지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인권위 관계자는 “시설장은 자신이 부임 전부터 (A양이) 그곳에서 생활해왔다.”라며 “A양이 중증장애인데다 간질증상이 있어서 발작하게 되면 다른 생활인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에 불가피한 조치였지 학대나 감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A양이 철창 우리에서 나온 것은 지난해 6월로, 현재의 시설장이 부임한 후에도 3년여간 이곳에 갇혀 지낸 것으로 확인됐다.

또 현비동산 직원들은 시설장의 묵인 하에 생활인들을 방안에 놔둔 채 방문을 밖에서 잠그는 등 감금했으며, 2009년경까지 생활인들의 다리와 손바닥, 발바닥 등을 빗자루 등으로 폭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시설장은 자신이 싫어하는 과일 등 제철음식을 식단이나 간식에서 제외하도록 했으며, 생활인 대부분에게 용돈을 지급하지 않았다.

특히 여성재활교사들이 남성 생활인들을 목욕시키거나 보조하도록 했으며, 생활인들에게 개인별 구분 없이 속옷을 공동으로 사용하게 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A양을 임의로 격리시킨 행위는 학대죄와 감금죄 등에 해당한다.”며 “현비동산에서 발생한 생활인 인권침해 행위의 가장 큰 원인과 책임은 해당 법인의 이사장을 겸하고 있던 시설장이 보호 의무를 다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해 시설장을 검찰에 고발하고, 감독․지도기관인 광주광역시 및 광주광역시 서구청에 시설 폐쇄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의 조사결과 발표가 있은 직후 광주광역시청은 현비동산에 대한 폐쇄와 생활인 전원조치를 서구청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구청 측은 “인권위 조사결과에 따라 생활인들의 욕구조사를 거쳐 전원조치를 한 후 청문회 절차를 거쳐 폐쇄조치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혀 폐쇄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A양이 8년여간 갇혀서 생활해오던 철제 우리 형태의 구조물 ⓒ국가인권위원회
▲ A양이 8년여간 갇혀서 생활해오던 철제 우리 형태의 구조물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시청은 지난해 8월 현비동산에 대한 폐쇄조치를 지시했으나 서구청 등의 반대로 폐쇄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운태 광주광역시장은 지난해 6월 21일~7월 1일까지 관내 전체 장애인생활시설에 대한 민관합동 인권 실태조사를 실시한 후 한비동산 등 인권침해 의혹이 제기된 2개 시설에 대한 시설 폐쇄 및 시설장 교체를 해당 자치구에 지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서구청 관계자는 “작년 자료로는 폐쇄조치를 시킬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심층적인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인권위에게 직권조사 요청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보기 나름이겠으나, 문제가 된 A양의 철창 구조물은 지난 2004년 1월 현비동산에 올 때부터 가져온 것이다. 나무도 뜯기 때문에 쇠로 제작된 것이고, 스티로폼을 입혀 청테잎으로 두른 것.”이라며 “작년에 이 시설을 방문했을 때 A양 혼자서는 일어서기도 힘든 상황이어서 보호막 차원에서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기 때문에 지난해 5월 조사당시 치우라고 지시했으나 안 이뤄져서 인권위에 조사를 요청했다. 구조물은 지난해 8월 바로 치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인권위가 지적한) 폭행 건은 이미 예전 이야기이며, 시설 조사 이후 (인권위로부터 고발 조치된) 시설장을 비롯해 많은 재활교사들이 이미 그만뒀다. 이 아이(생활인)들에게 물어보면 이래도 ‘예’, 저래도 ‘예’라고 답한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이와 관련해 광주 지역 사회복지계 관계자는 “시청에서 폐쇄조치가 내려 졌으나 서구청 측에서 받아들이지 않아 시민단체 차원서 압력을 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 다른 장애계 관계자는 “서구청 측의 주장대로 폐쇄조치를 시킬만한 자료가 없었더라도 민관합동 조사단에 의해 가해정황이 드러났으니만큼 피해자를 분리조치 시킨 후 행정조치를 취하는 것이 합당한 절차다.”며 “지도감독 과정서 ‘보호장구’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문제의식을 못 느꼈다는 사실이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결국 철거했다는 의미는 문제가 있는 장치로 해석했다는 뜻일 텐데, 광주시청의 폐쇄지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태까지 피해자 분리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납득하기 어렵다. 결국 중증장애가 있는 이는 그런 공간에서 오랜 기간 동안 갇혀있어도 별 문제없다는 식의 차별적인 의식 때문이라고 풀이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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