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청각장애인 박사 1호’ 오영준 박사 인터뷰

▲ 숭실대학교 제84회 학위수여식에서 오영준 씨 옆 자리에서 수화통역사가 통역하고 있다.
▲ 숭실대학교 제84회 학위수여식에서 오영준 씨 옆 자리에서 수화통역사가 통역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공부해 청각장애인 최초로 ‘미디어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청각장애인이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주인공은 지난 17일 숭실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오영준(남·37, 청각장애 1급) 씨.

‘장애인을 위한 다중 카메라기반의 지능형 공간’이라는 논문으로 국내 최초 청각장애인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지난 2003년 숭실대학교 대학원 컴퓨터학과에서 수화번역시스템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를 계기로 카이스트에서 4년간 연구원으로 일하다 지난 2008년 숭실대학교 박사과정에 입학해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분야의 연구를 진행했다.

▲ 우리나라에서 공부해 청각장애인 최초로 ‘미디어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오영준 씨.
▲ 우리나라에서 공부해 청각장애인 최초로 ‘미디어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오영준 씨.
오씨는 박사학위를 받은 논문에 대해 “장애인은 일상생활에 주거 공간 환경에서 장애 유형 및 특성으로 이동, 동작, 의사소통이 어려워 생활도우미서비스 이용을 원하지만, 가중된 경제적 부담으로 서비스에 의존하기 어려운 형편.”이라며 “이를 위해 이번 논문에서 장애인을 위한 다중 카메라 기반의 지능형 공간에 관한 연구를 제안했다.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CI) 기술을 활용해 실내 환경으로부터 장애 요인을 제거하고, 장애인의 편의성이 있는 기술로 기술 구성 요소와 시나리오 방법을 제시했다. 실험 결과, 장애인 사용자에게 실내 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이 보였다. 앞으로 노인용 복지형 스마트 홈 시스템과 실내 CCTV 시스템, 실내 로봇 이동 시스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화나 필담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그에게 박사학위를 취득하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구화로 진행되는 강의는 연구실 후배들이 대필해줬다. 지도교수에게는 메신저나 메일을 통해 논문작성 방법을 지도받았다.

이런 어려움이 있어도 그는 우리나라 최초로 ‘청각장애인박사 1호’를 타이틀 신기록을 따고 싶은 욕심과 가족들의 지지에 힘입어 박사과정을 진학했고, 결국 ‘최초의 청각장애인 박사 1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보조공학 ‘엘리트’였으나 취업문에서 좌절

박사과정에 진학하기 전에는 로봇/재활공학권위자 카이스트의 장애인보조공학 프로젝트 연구원으로 채용돼, 2004~2008년까지 과학재단/ETRI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러다가 2008년 2월 과학기술부/과학재단의 연구비 지원 종료로 타의적으로 퇴직하게 됐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하 공단)의 취업 프로그램을 통해 취업의 길을 알아봤지만 쉽지 않았다. 그는 “고학력자의 시각으로 봤을 때, 공단의 취업 프로그램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공단에서는 저임금 직종을 많이 소개하고 있어, 고학력 장애인에게 취업 효과는 전혀 없다. 대학을 졸업한 청각장애인들이 공단의 알선을 통해 단순·생산직 등 저임금 직종에 종사하는 것을 보면, 같은 청각장애인으로서 정말 가슴 아프다.”며 “이러한 현상은 고용노동부와 공단의 ‘청각장애인 고용 정책 실패’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박사학위를 받고 있는 오영준 씨.
▲ 박사학위를 받고 있는 오영준 씨.
오씨는 공단의 취직 알선 한계점을 극복할 대안방법을 제시했다.

그는 “나사렛대학교나 대구대학교 등 장애인 주류 대학에서는 츠쿠바기술대학교, 미국 NTID(미국농아기술대학교)의 ‘교내채용 JOB’을 벤치마킹하고, 대기업·공공기관에게 교내 취업박람회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며 “미국 NTID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보잉, 포드, GM, FBI, CIA, 연방정부와 연계해 청각장애대학생 취직을 알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장애인 스스로의 잠재력을 활용해 장점을 두각하고, 자신감을 갖췄으면 한다. 그래서 회사에 가서 이력서를 제출하거나 세미나·강연회, 논문 학술대회 참석, 저널 논문 발표, 취미 모임, SNS를 통해 인맥을 만드는 우회적 방법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충고했다.

현재 삼성전자에 합격한 그는 ‘장애인의 가전제품 사용 접근성을 강조하는 복지 가전 연구’를 이어가길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그는 “회사의 배려로 수화서비스, 필기서비스를 받게 된다.”며 “청각장애인의 입장에서는 업무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수화하는 사원이 있었으면 한다. IBM이나 보잉사는 청각장애인 근로자를 채용하면서 수화를 하는 직원을 같이 채용한다. 보잉사 비행기 조립공장에서는 이미 수화를 통한 효율적 작업이 도입됐다.”고 설명했다.

▲ 오영준 씨가 가족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오영준 씨가 가족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오씨는 “우리나라에서 청각장애인 박사가 많이 나오길 바란다. 미국은 청각장애인 박사가 500명 이상, 일본은 청각장애인 박사가 10명 정도 있다.”며 “앞으로 청각장애인 후배들이 훌륭한 인재로 등용될 수 있도록 선배로써 도와줄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어 “최고에 오른 비장애인의 모습을 보고 질투하는 마음을 갖고 과감히 도전해야 한다. 비장애인과 동등한 수준이 될 수 있도록 스스로 실력을 키워야 한다.”며 “미국에서는 많은 청각장애 변호사, 청각장애 과학자, 청각장애 박사가 있고, 유럽에도 청각장애 국회의원이 있다.”고 당부했다.

또 “박사취득은 ‘학문의 끝이 아닌, 새로운 학문의 출발점’이다. 학자로써 죽을 때까지 좋은 연구 성과를 이룰 수 있도록, 후배들에게 좋을 본보기가 되도록 연구에 열심히 매진하고 싶다.”고 밝혔다.

▲ 숭실대학교 제84회 학위수여식.
▲ 숭실대학교 제84회 학위수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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