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휠체어컬링 세계선수권대회 박주영 조직위원장 인터뷰

▲ 2012 휠체어컬링 세계선수권대회 박주영 조직위원장 ⓒ정두리 기자
▲ 2012 휠체어컬링 세계선수권대회 박주영 조직위원장 ⓒ정두리 기자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개최된 2012 휠체어컬링 세계선수권대회가 강원도 춘천 의암빙상장에서 뜨거운 열기 속에 개최되고 있다.

한국의 휠체어컬링은 처음 출전한 장애인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거머쥐는 이변을 기록하기도 했고, 세계선수권대회를 개최하는 수준에 이를 정도로 비약적인 발전을 해왔다. 여기에 2018 평창장애인동계올림픽 개최라는 중요 행사를 앞두고 휠체어컬링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대회 박주영 조직위원장(대한장애인컬링협회장,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 교수)은 “한국에서 세계적인 대회를 개최할 수 있었던 데는 2010 밴쿠버장애인동계올림픽에서의 은메달 획득으로 세계에 한국 휠체어컬링을 알린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강원도와 춘천시 등 지자체의 지원이 있었고 임시적이지만 경기장을 만들 수 있는 기술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경기력 향상과 적지만 조금씩 지원이 시작된 데는 10여년 짧은 기간 동안 20여개 동호회가 생겨난 휠체어컬링의 보급이 밑바탕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에 휠체어컬링이 알려진 것은 2003년 국내 첫 휠체어컬링 클럽이 창단 된 것을 시작으로 이제 겨우 10여년을 바라보고 있다.

박 조직위원장은 “이는 전세계적으로 손꼽힐 정도로 많은 팀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많은 장애인들이 생활체육으로 휠체어컬링을 즐기면서 전반적 수준향상이 있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휠체어컬링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잘 갖춰진 것은 아직 아니다. 국내에 휠체어컬링 선수들에게 연습장을 빌려주는 곳이 거의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단 두 곳 뿐인 컬링 경지장이 장애인 선수들에 까지 순서가 돌아오기란 쉽지 않다.

국가대표 선수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국가대표 훈련은 의암빙상장과 태릉선수촌을 이용하기도 하고 있지만, 의암빙상장은 일반 빙상장이어서 컬링 경기 규격은 특별한 경기가 있어야 마련되고 태릉은 비장애인 컬링팀과 함께 써야 해 마음 껏 훈련은 쉽지 않다. 2010 밴쿠버장애인동계올림픽 당시에는 지속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 이천장애인체육종합훈련원 수영장에 임시적으로 얼음을 얼려 훈련하는 대책을 마련하기 까지 했다.

박 조직위원장은 “캐나다와 스코틀랜드 같은 나라의 경우 생활체육 위주로 휠체어컬링이 많이 보급돼 있다.”며 “특히 캐나다의 경우 밴쿠버에만 컬링 경기가 가능한 경기장이 3,000여 곳이 된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경기를 하기도 한다.”고 예를 전했다.

이어 “이러한 탄탄한 생활체육 인구와 환경이 있기 때문에 엘리트체육으로도 캐나다가 휠체어컬링의 최강자 자리를 오래 유지할 수 있는 것.”이라며 “국내에서도 생활체육 선수들이 늘어가고 있는 만큼 휠체어컬링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활체육 발전으로 엘리트 체육의 튼튼한 발판 만드는 것이 우선”

박 조직위원장은 엘리트 선수들을 위한 실업팀과 관련해 “한 두 개의 실업팀은 오히려 생활체육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휠체어컬링에도 여타 장애인체육 종목과 같이 실업팀이 절실한 것은 마찬가지다.

2010 밴쿠버장애인동계올림픽의 은메달 주역들 중 김학성 선수와 강미숙 선수를 제외한 3명은 생업을 위해 국가대표 자리를 내려놓고 다른 팀으로 옮겨 생활체육으로만 휠체어 컬링을 즐기고 있다.

박 조직위원장은 “선수들은 실업팀이 만들어져 체육을 직업으로 갖고 훈련에 열중할 수 있기를 바랄 것이다. 물론 선수들의 경기력을 향상 시킬 수 있도록 많은 실업팀이 생긴다면 긍정적일 수 있다.”며 “그러나 한 두 개 팀이 생겨난다면 생활체육 선수들과의 격차가 생겨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두 개의 실업팀이 생겨날 경우 휠체어컬링은 대부분의 팀이 생활체육 선수들이기 때문에 국내 경기가 불가능 해지고, 이는 결국 다른 선수들이 생활체육을 통해 경기력을 향상시키고 국가대표로 발탁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해 버릴 수 있다는 것이 박 조직위원장의 생각이다.

박 조직위원장은 “대한장애인컬링협회장을 맡고 있는 나로써는 지금의 동호회 형태의 팀 구성이 유지되면서 각 팀 간의 경쟁으로 경기력이 함께 상향되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생각한다.”며 일부 엘리트 선수들 만이 아닌 휠체어컬링에 참여하는 모든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신경써야 하는 협회장으로서의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이어 “특히 휠체어컬링의 경우 선수들 간이 팀웍이 중요시 돼 국가대표 선수 선발이 아닌 국가대표 팀을 선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실업팀의 창단은, 다른 팀의 국가대표 선발을 가로막는 장벽이 될 것.”이라며 “더불어 생활체육이 기초가 돼 엘리트 체육이 발전해 나가는 탄탄한 구조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박 조직위원장은 생활체육에서부터 시작되는 경기력 향상 방안으로 현역 선수들의 지도자 전환도 강조했다.

박 조직위원장은 “현재 엘리트 체육 선수 또는 생활체육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이 지도자 교육을 받아 은퇴한 뒤 생활체육 팀을 가르치며 기술을 전파하는 사이클이 된다면, 초창기에 있는 휠체어컬링에 좋은 선수와 좋은 팀이 생겨날 수 있을 것.”이라며 “국가대표에 소속됐던 선수가 생활체육을 가르치고, 생활체육 선수가 국가대표로써 엘리트 체육으로 연결되는 것이 휠체어컬링 경기력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이어 “물론 현재 경기장이 부족해 훈련하거나 생활체육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라며 “지금의 추세대로 휠체어컬링 생활체육 인구가 늘어나고 이를 통해 경기력이 향상된다면 훈련하고 생활체육을 즐길 수 있는 공간도 생겨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세계로 뻗어가는 한국 휠체어컬링 기대해도 좋아”

박 조직위원장은 휠체어컬링에 대한 기대를 촉구하며 “현재 우리나라의 휠체어컬링은 발전해 나갈 수 있는 많은 발판이 마련돼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박 조직위원장은 “휠체어컬링이 국내에 알려져 처음 시작할 때, 경기 룰도 잘 모르는 대한장애인컬링협회를 위해 대한컬링경기연맹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며 “장애인과 비장애인 체육이 서로 끌어주며 발전할 수 있는 좋은 모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적으로 볼때는 대한컬링경기연맹 김영철 수석 부회장이 세계컬링연맹집행위원을 맡고 있고,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의 이영희 교수와 내가 휠체어컬링 등급분류사를 맡고 있다. 단일 종목 세계기구에 우리나라가 이렇게 많이 진출해 있는 것은 없다.”며 “특히 전세게 5명 뿐인 등급분류사 중 2명이 우리나라 사람이라는 것은 우리가 세계 휠체어컬링을 이글어 갈 수도 있는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끝으로 박 조직위원장은 “선수들의 기량을 보면 2014 소치는 물론 2018 평창에서도 충분히 메달권 진입이 가능하다.”며 “우리나라 선수들은 특히 정신력이 강인해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휠체어컬링에서의 성장은 더욱 기대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우리만 발전 하는 것이 아니다. 이번 대회만 보더라도 대등한 경기를 펼치는 국가들이 많아진 것은 대부분 국가들의 경기력이 발전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휠체어컬링에 대한 열기가 대단해 졌다.”고 평했며 “첫 올림픽이었던 밴쿠버에서 은메달을 거두며 많은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선수들이다. 높아진 만큼 선수들이 부담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그러나 국민들의 기대가 선수들에 대한 관심과 응원으로 이어진다면 반드시 향상된 기량과 장애인동계올림픽에서의 상위 입상으로 국민 성원에 보답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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