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예륜 "국가가 보호해야 할 빈곤층을 가족 책임으로 돌려"비판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이하 기초법)의 문제점을 돌아보고, 개선과제를 종합적으로 토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기초법개정공동행동, 최옥란열사 10주기 추모위원회,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는 ‘거꾸로 가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를 지난 22일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개최했다.

빈곤사회연대 최예륜 사무국장은 ‘기초법 문제점과 우리의 요구’라는 주제로 기조발제에 나섰다.

최 사무국장은 “19대 총선의 각 후보단 및 정당에 기초법개정공동행동의 요구를 제출했다.”며 “가난한 이들을 위한 기초법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 요구를 반영해 즉각적인 법 개정 활동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난한 국민의 최저생계를 보장한다는 기초법이 시행된지 13년이 지났지만, 빈곤층임에도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지 못해 사각지대에 방치된 사람은 41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8.4%다. 이는 기초생활수급을 받는 인구의 2.5배가 넘는 수치.”라며 “잇따른 자살 사건 및 지난해 정부의 부양의무자 일제조사과정에서 일어난 자살 사건 등에서도 알 수 있듯이 빈곤 사각지대로 인한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기초법의 비현실적 규제로 인해 수급자 수는 3% 수준에서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축소되고 있으며, 최저생계비의 수준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올해 기준 최저생계비는 1인 가구 기준 55만 원 남짓이며, 현금 급여는 45만 원 수준이다. 평균 소득에 비교하면 30%밖에 안 된다.”며 “이처럼 낮은 최저생계비 문제, 노동능력여부를 심사 등 개선돼야 할 과제가 많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광범위한 사각지대를 낳고 있는 것이 바로 ‘부양의무자 기준’.”이라고 꼽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하 보사연) 조사(2005년)에 따르면 수급권 탈락 사유의 25%가 부양의무자 기준에 의한 것이지만, 그 중 절반 이상이 부양의무자로부터 사적이전소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초생활보장권리찾기행동과 곽정숙 의원이 공동 시행한 ‘기초생활보장 수급가구 실태조사’(2009년)에 따르면 신청탈락가구의 경우 부양의무자기준으로 탈락한 사례가 43%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는 소득기준 23.8%, 재산기준 19%로 탈락했다. 중도탈락한 가구의 경우에는 본인 가구의 소득증가로 인해 수급탈피한 경우가 50%, 부양의무자가구의 소득이나 재산의 증가로 탈락한 사례가 22.2%로 뒤를 이었다.

최 사무국장은 “비현실적인 최저생계비와 부양능력 판별기준은 기준 자체의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국가가 보호해야 할 빈곤층을 가족이 책임지라는 것이다. 빈곤으로 가족 관계가 취약해져 있는 상황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은 가족관계의 파탄까지 야기하는 요소로, 부양의무자 기준은 폐지돼야 마땅하다.”며 “그동안 정부는 부양의무자 기준의 완화 조치가 꾸준히 있어왔다고 하고, 보건복지부는 올해부터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일부 완화했다고 한다. 하지만 완화조치 이후, 수급자 추이에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과도한 조사로 수급자의 지위가 더욱 불안정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저생계비의 현실화와 상대빈곤선 도입을 주장했다.

그는 “한국사회의 빈곤선의 기준이 되고 있는 최저생계비 제도 도입 당시 평균소득의 40% 수준이던 것이 현재는 30%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는 전문가가 주관적으로 계측하는 전물량방식의 문제점에 따른 것이다. 조사자의 주관적 판단에 의해 얼마든지 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부 예산에 맞춰 얼마든지 조정 가능하다.”며 “실제 2004년 계측 당시에도 보사연은 150만 원을 제시했으나 결과적으로 예산에 맞춰 112만 원으로 결정된 바 있다. 이러다보니 알아서 계측 자체를 낮게 잡고 있다. 6.6%(물가상승률 포함)의 인상안을 제출했지만, 결정된 인상율은 1인 가구 6.2%, 4인 가구 5.0%로 드러났다. 심지어 계측 과정과 결과도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의 많은 연구자들이 중위소득 50%를 기준으로 상대빈곤률을 추정하고 있음을 감안해 이와 비슷한 수준인 평균소득 40%를 상대빈곤선 도입의 기준선으로 제시한다.”며 “가구원수별 평균과 대비해 상대빈곤선을 추정하는 것이 타당하나, 1인가구의 경우 노인·실업인구가 높아 소득 수준이 지나치게 낮은 형편이므로 전국 4인가구의 지난해 평균소득을 기준으로 보사연이 최저생계비 계측 당시 활용하고 있는 가구균등화지수를 적용해 각 가구원수별 최저생계비를 계측하면 약 20% 이상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최 사무국장은 이밖에도 ▲비편실적인 재산과 소득기준 개선 ▲근로를 강제적 조건으로 하는 조건부수급제도를 근로에 대한 인센티브로 강화해 근로를 하면 더 유리한 급여제도로 전환과 참여자 특성에 맞는 자활지원서비스 제공 ▲실질적인 수급권자의 권리보장 ▲차상위계층에 대한 긴급복지 등 복지지원 대폭 강화와 수급자에 대한 의료·자활·교육·주거 등의 개별 급여 현실화 ▲국민기초생활보장 예산 대폭 확대와 국고 책임비중 확대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박영아 변호사는 “기초법은 ‘부양의무자가 부양능력이 없거나 부양받을 수 없는 경우’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는데 시행령 제4조에서는 부양능력이 없는 경우를, 제5조에서는 부양받을 수 없는 경우를 나열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시행령 제4조에서 부양능력이 없는 경우의 소득기준이 비현실적으로 낮다는 점에 있다.”고 동의했다.

또한 한국빈곤문제연구소 서병수 소장은 “최저생계비 계측목적 자체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최저생계비의 개념과 수준을 무엇으로 잡고 있는가’하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1999년과 2002년, 2007년 및 2010년 최저생계비보고서에서도 최저생계비의 개념에 대해 계속 모호한 입장을 지속하고 있다.”고 문제점을 제시했다.

그는 “2007년도와 2010년도 최저생계비계측보고서에서는 ‘최저생계비=정책빈곤선=공공부조기준선=최저소득기준’이라고 정리하고 있다. 법정 최저생계비수준은 과학적으로 타당하게 산출됐고, 국민이 공인하는 경험·과학적 빈곤선으로서 사실상 진정한 빈곤선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최저생계비의 법적개념은 공공부조 급여기준선으로 규정돼 있다.”며 “최저생계비를 진정한 빈곤선으로 규정하는 경우 매년 최저생계비를 상향조정하면, 빈곤선도 상향 이동해 기초법의 대상이 되는 수가 많아지고, 자동적으로 빈곤율이 높아진다. 이는 빈곤의 실상과 무관하며, 비곤정책은 목표를 실종하게 되고 오판을 가져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사연이 말하는 ‘최저생계비=정책빈곤선=공공부조기준선=최저소득기준’은 ‘저소득층 최저생계비=저소득층에 대한 정책빈곤선-공공부조기준선’이라고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40~60%의 상대적 빈곤선을 이용해 상대적 최저생계비를 책정하려는 경우에는 어느 비율로 정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가 상당히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결국 타당한 마켓트바스켓방식으로 보조자료 산출이 불가피한 점이 있다.”며 “상대적 비율의 산출에서도 한번은 마케트바스켓방식에 의한 최저생계비 계측산출이 필요하며 장기적으로도 매 5년 정도마다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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