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공투단, ‘복지부 장관 면담 촉구 기자회견’ 열어

▲ 420공투단은 27일 복지부 앞에서 장관 면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420공투단은 27일 복지부 앞에서 장관 면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하 420공투단)은 지난 26일 ‘최옥란열사 10주기 추모대회’와 함께 진행된 중증장애인 150여 명의 서울역 노숙농성을 마무리 짓고, 27일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앞에서 장애민중 생존권을 요구하며 장관 면담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역에서 복지부 앞으로의 이동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경찰 측이 서울역 엘리베이터 전원을 끄고 경사로를 막는 등 420공투단 활동가의 이동을 막아서자 30여 분간 대치 끝에 오전 8시 30분 경 복지부 앞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420공투단은 “최근 수년 간 장애인들의 투쟁이 진행되고 있지만, 복지부는 아직도 장애인 생존권을 무시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은 각 지역에서 모인 장애인 당사자들의 발언으로 꾸려졌다.

탈시설 후 처음으로 기자회견 자리에 참가했다는 대구광역시 박상숙 씨는 “몇 년 전부터 장애인들이 1급으로 상향하지 못하고 2·3급으로 내려갔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필요한 서비스도 받지 못하고 등급으로 나뉘어져야만 하는지) 답답하고 울고 싶었다.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고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부산광역시 이중설 씨는 “나는 이동할 때 선택권 없어 늘 지하철을 탄다. 늦잠을 자도 지하철을 이용해야 하고,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곳도 지하철을 타고 한 시간 걸려 도착한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지하철, 버스, 택시 등 선택할 수 있는 이동권이 없기 때문.”이라며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현실을 비판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최진영 공동대표는 “오전에 경찰이 경사로와 엘리베이터를 막아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내려왔는데, 문뜩 옛날에 있었던 이동권 투쟁이 생각났다. 2년 전 고립되고 단식하며 장애등급제 폐지를 요구했지만, 예나 지금이나 소처럼 등급이 매겨져 인간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인간답게 사는 가 날을 위해 함께하겠다.”며 결의를 다졌다.

광주광역시 강한새 씨는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해서는 탈가정 이야기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을 희귀난치병으로 인한 전신만성통증을 앓고 있는 환자이자 시각장애인이며 성소수자라고 소개한 뒤 “우리 가족 모두 희귀성난치병을 앓고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시력이 점점 안 좋아지고 계시고, 동생은 뇌병변장애와 시신경위축증으로 중복장애가 있다.”며 “나는 탈가정해서 부모와 떨어져 살기를 원하지만, 집으로 들어가야 하는 입장이다. 아버지가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 씨는 “내 한 달 병원비만 해도 벌써 20만 원, 가족 모두의 병원비까지 합한다면 아버지의 퇴직금만으로 식구가 먹고 살 수 없는 형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본인의 삶을 스스로 꾸려나갈 수 없도록 가정에 묶어두고 있다. 가정에만 머무는 장애인은 결국 활동 반경도 그만큼 좁아지고, 사회와의 관계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장애인 의료권 보장 또한 주장했다.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길연 대표는 “우리 아들이 23살인데 대학등록금에 조금이나마 보태고자 아르바이트를 해서 10만 원을 받았더니, 동 주민센터에서 ‘생계비에서 해당 금액만큼 삭감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정부는 아들에게 나라도 지키고, 엄마도 지키라고 하고 있다.”고 부양의무제의 논리에 대해 분개했다.

대전광역시 박명용 씨는 “우리나라는 장애인부모와 가족에게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많이 졌길래 내 자식이 이렇게 됐나’라는 죄책감을 만들어주고 있다.”며 “국가가 해야 마땅할 일들을 개인에게 떠맡겨 늙어 죽을 때까지 짊어지게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우리가 지금 요구하고 있는 것들은 다른 사람과 경쟁하고 누군가를 짓밟고자 하는 게 아니다. 국가가 시민에게 당연히 보장해야할 권리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라며 “서울역에서 복지부로 이동할 때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리는 와중에 이런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고 우리를 막았다. 정부는 이를 국격을 높이는 일이라고 하는데, 진정한 국격은 인간답게 살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복지부 장관과 면담하기 위해 신청서 제출은 물론, 면담을 요청하는 기자회견도 여러 번 갖는 등 밟을 수 있는 순차는 다 밟았다. 하지만 복지부는 여전히 대답이 없다.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는 길은 투표뿐만 아니라 투쟁에도 있다. 우리의 힘으로 국격을 높이자.”고 당부했다.

420공투단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종각역사 내로 자리를 옮겨, 오후 1시 30분경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420공투단은 ‘장애등급제 폐지! 부양의무제 폐지!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올해 슬로건으로 정하고, 99%장애민중선거연대 4대 주제 19대 공약을 요구안으로 내걸고 있는 상태다.

▲ 420공투단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종각역사 내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사진/ 문성필 기자.
▲ 420공투단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종각역사 내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사진/ 문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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