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복지재단 이무승 이사장

성지복지재단은 강원도 강릉에서 장애인·노인복지사업을 펼치고 있는 재단입니다.

재단 산하 강릉효도마을은 노인복지법에 의한 노인요양시설로,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되면서 노인장기요양기관으로 지정됐습니다. 현재 126명의 어르신이 머물고 계시며 그중 약 70%가 치매 노인, 약 30%가 중풍 등 노인성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 30여 명이 와상 노인입니다. 종사자는 71명, 한 달에 난방비는 500만 여 원, 쌀값은 300만 여 원, 기저귀 값은 400만 원 정도 들어가는 규모입니다.

제 부모님 두 분 다 장수하셨는데, 제가 차남이지만 여건상 모시고 살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지금 모시고 있는 어르신에 대한 애착이 있습니다. 더군다나 대부분 가족이나 사회로부터 소외된 분들이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습니다. 특히 아버지께서 10년간 치매로 고생하셨는데, 치매노인에 대한 애틋함이 있습니다.

알마전까지만 해도 부모님을 노인복지시설에 모시면 불효라는 사회적 인식이 만연했습니다. 생활이 좀 윤택하거나 사회적으로 지위 있는 사람들은 노인복지시설을 더욱 꺼려했는데, 소가족화로 변화하고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부양할 여건이 되지 않다보니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과 함께 인식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이제는 노인복지시설이 ‘효도 대행 서비스’를 하는 곳으로, 어르신 입장에서도 혼자 외롭게 지내는 것보다 여러 어르신들과 소통하는 등 여러 면에서 선호도가 높아졌습니다.

정서지원 프로그램, 회상 치료 프로그램, 원예 프로그램, 건강염려증을 해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든지 지역사회 행사 참여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회상 치료 프로그램이란, 치매노인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치매는 뇌신경세포가 파괴되는 현상인데 과거의 기억은 남아있고 최근의 기억부터 지워집니다. 그래서 과거의 기억을 다시 살려주기 위해 낱말 알아맞히기, 전통 요리 및 5일장 보기 등을 합니다. 이밖에 할 수 있는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어르신들께서 하루를 즐겁게 보내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의식주 중에서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먹을거리에도 신경을 써서 직접 장을 담그고 있습니다. 국산 콩을 1년에 다섯 가마씩 사서 시설에 계신 할머님들의 비법을 빌려 약 100단지의 장을 담급니다. 드시는 어르신들도 굉장히 좋아하시고 잘 드십니다.

치매노인에 대한 상담은 특성상 사회복지사 또는 요양보호사가 일부를 맡고, 노인성질환을 앓고 계신 어르신들에 대한 상담은 제가 직접 합니다. 종사자와 함께 있는 자리에서는 불편함을 잘 말씀하지 않으시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상담하면 불편한 점 등을 말씀해주시기 때문입니다.

노인과 성은 앞으로도 꾸준히 연구해야 할 문제고, 이성 간 어울릴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짜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이성에 대한 감정은 젊은이들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나이가 들어도 이성에 대한 감정이 있기 때문에, 시설에서는 할아버님과 할머님의 수를 맞춰 다과시간을 갖습니다. 또한 일주일에 한 번씩 같이 마주 앉아 식사하실 수 있게끔 하고 있습니다. 시설에서 할아버님 할머님이 연애를 시작할 경우, 젊은이들 못지않게 애정표현을 하십니다.

사실 이 일을 하면서 후회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건강진단서를 보면 어르신들 80%가 골다공증인데, 혼자 화장실을 가시다가 넘어지시거나 하면 골절됩니다. 1대1 주·야간 돌봄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면 가족들에게 욕설이나 항의 전화가 오기도 합니다.

또 한 가지 사례를 소개하자면 기초생활수급대상자 중 한 할머님이 계신데, 가족들이 5년 간 전혀 소식도 없었습니다. 그 할머님이 100세가 되셔서 ‘100세 잔치를 조촐하게 해 드리려고 하니 시간이 되면 오십시오’라고 가족들에게 연락을 했더니, ‘아직도 안 죽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내가 과연 사회복지사업을 해야 하는 것인지, 우리나라 효가 어디까지 왔는지 너무나 실망스러웠습니다.

사회적 환경이 바뀌었고, 학생들 또한 효 사상 보다 오로지 공부에 치이다보니 노인에 대한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노인은 자식들을 키우느라 노후자금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에, 훗날 시설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자식들이 짐으로만 생각하고 찾지 않습니다. 사회적 변화에 따라서 노인의 소외는 불가피한 현상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오늘을 사는 노인들은 물론 미래의 노인들을 포함해, 멋진 노후를 위해서 가져야 할 몇 가지 필수 조건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노후의 경제력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재산 상속은 사망 후 불화의 요인이 되기 쉽기 때문에 ‘내가 번 돈은 내가 다 쓰고 죽는다’는 관념으로 경제 및 재정 관리를 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건강 관리, 세 번째는 일거리입니다. 여기서 일거리란 각종 취미활동을 포함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는 것을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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