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허경아 정책기획부장 인터뷰

▲ 평택시에 거주하는 한 장애인은 투표소에 휠체어 접근이 불가해 투표권 행사를 포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요청 시 임시 투표소를 설치하겠다고 했으나, 이 같은 내용에 대한 홍보가 이뤄지지 않아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지적이다.
▲ 평택시에 거주하는 한 장애인은 투표소에 휠체어 접근이 불가해 투표권 행사를 포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요청 시 임시 투표소를 설치하겠다고 했으나, 이 같은 내용에 대한 홍보가 이뤄지지 않아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지적이다.

11일 제19대 국회의원선거 투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SNS(Social Networking Service) 등을 통해 ‘투표 인증’을 하고 있다.

이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 중 하나는 장애인 투표소 접근권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이번 투표와 관련해 ‘요청 시 임시 투표소 설치 및 지적장애인 동반 투표를 할 수 있도록 지침을 내리겠다’고 지난 달 8일 ‘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전국 1만3,470개 투표소 모두 장애인 참정권을 제대로 보장하고 있을까.

한 장애인당사자는 ‘휠체어가 턱을 넘어도 문을 지나갈 수 없어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시위라도 하지 그랬냐는 동료의 말에 ‘투덜거리는 것도 힘들다’며 포기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장애계 한 관계자는 “선관위는 휠체어 접근이 어려운 경우 요청하면 임시 투표소를 설치해주겠다고 했지만, ‘요청하면 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내가 사는 지역 투표소는 계단을 내려가야 하는 곳이었는데, 어떻게 내려왔는지 직원도 없이 노부부가 휠체어를 끌고 내려왔었다. 적어도 투표안내문에 ‘이런 경우 이렇게 요청하라’는 문구가 들어있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때마다 끊이지 않는 장애인 참정권 보장 문제는 선관위의 지침이 아닌, 법 개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2012장애인총선연대 사무국 허경아 국장.
▲ 2012장애인총선연대 사무국 허경아 국장.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허경아 정책기획부장은 장애인 참정권 현실을 “엄연한 국민의 권리가 법으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선관위에서 배려해주느냐 마느냐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허 정책기획부장에 따르면, 2012장애인총선연대는 오는 12월 이뤄질 대통령선거에 맞춰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개정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허 정책기획부장은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법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수화통역 및 점자형 선거공보물 등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부분까지 고려해 가능하다면 정치자금법까지 함께 묶어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공직선거법 개정에 포함될 내용으로는 ▲손 떨림 보완 장치 마련 ▲발달장애인의 동반 투표 명시 ▲점자형 선거공보물 내용 기준 마련 ▲수화통역 의무화 ▲부재자투표 활성화 등을 꼽았다.

허 정책기획부장은 “어제 많은 사람들이 술자리에서 ‘내일 투표할 때 손이 떨리면 도장을 선 밖에 나오게 찍을 수도 있으니 조금만 마셔라’라는 말을 많이 했다. 뇌병변장애인 또는 중증장애인은 장애특성상 신체적 흔들림이 있기 때문에, 동반 투표와 더불어 손 떨림을 보완할 수 있는 장치를 구비할 필요가 있다.”며 “발달장애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시력이 좋지 않고, 눈과 손의 협응력이 떨어지며, 소근육 발달이 잘되지 않아) 기표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야기가 많다. 공직선거법(제157조 제6항)에 시각 또는 신체의 장애로 직접 기표하기 힘든 사람은 동반 투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해석하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법 조항에 ‘발달장애인’을 명확하게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형 선거공보물은 책자형 선거공보물의 제한 면수와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 일반 문서를 점자로 제작할 경우 점자의 특성상 부피가 세 배가량 증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점자형 선거공보물은 같은 면수 안에 책자형 선거공보물의 내용을 다 담을 수 없다.

허 정책기획부장은 “보통 선거공보물을 보면 꼭 필요하지 않은 내용이 포함돼 부피가 큰 경우도 있다. 그런 것까지 점자형 선거공보물로 다 담으라는 것이 아니다. 필수 게재 내용 기준을 마련해 꼭 필요한 내용을 다 담을 수 있도록 하고, 그 내용이 다 들어갈 수 있도록 면수를 제한하지 않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천공방식 등 점자를 찍어내는 방식을 제대로 검증해, 시각장애인이 정보를 얻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청각장애인 참정권과 관련해서는 민영방송의 수화통역 의무화 및 투표소 수화통역사 배치를 제시했다.

특히, 청각장애인의 경우 투표소에 수화통역사가 없어 궁금한 것을 묻거나 안내받을 수 없다는 것. 수화통역사 역시 실력이 검증된 사람이어야 한다는 게 허 국장의 주장이다.

▲ 서울시 증산동 제2투표소. 투표소는 해당 건물 1층에 위치해 있지만, 투표소 가는 길의 경사가 심해 비장애인은 물론 이동약자에게는 접근이 어렵다.
▲ 서울시 증산동 제2투표소. 투표소는 해당 건물 1층에 위치해 있지만, 투표소 가는 길의 경사가 심해 비장애인은 물론 이동약자에게는 접근이 어렵다.
허 정책기획부장은 “사실 장애계는 ‘우리도 밖에 나가서 투표해야 한다’며 부재자투표를 거부해 왔지만, 그래도 밖으로 움직일 수 없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부재자투표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경우, 몸은 움직일 수 없더라도 이동은 가능하다. 어디까지를 부재자투표 대상으로 할지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며 “부재자투표가 거동이 불편한 사람의 참정권 보장에 취지를 두고 있는 만큼, 부재자투표 신고 시 우체통 이용이 아닌 동주민센터·선관위 직원의 방문과 같은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선관위에서 투표소를 1층에 지정했다고 많이 말하는데, 내가 사는 지역의 투표소 또한 1층이지만 투표소까지 가는 길이 경사가 심해 비장애인도 오르기 힘들다. 때문에 휠체어뿐만 아니라 목발이나 의족을 사용하는 사람, 노인 등은 정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단지 1층만이 답이 아니며, 주변의 환경까지 전부 고려해야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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