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례 통해 본 ‘장애인위원회’의 기능과 역할 모색

현재 장애인복지법에 근거해 설치돼 있는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는 장애계의 여러 현안 해결의 구심점이나, 현행 국무총리 산하의 비상설기구로 그 역할을 수행하는데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미국의 사례를 통해 장애인위원회의 기능과 역할을 모색하는 ‘장애인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정립을 위한 세미나’를 18일 국회도서관에서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미국의 장애인위원회의 사례에 대해 미국백악관 장애인위원회 박동우 위원이 참석해 미국의 사례를 소개했다.

▲ 미국 국가장애인위원회 박동우 위원.
▲ 미국 국가장애인위원회 박동우 위원.
우선 박 위원은 “미국 국가장애인위원회(National Council on Disability, NCD)는 15명으로 된 정부기관.”이라며 “국가장애인위원회는 대통령과 국회, 행정부 등 모든 기관의 장애인 정책을 자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장애인위원회는 대부분 장애인당사자로 구성해 15명이 일하고 있며, 위원장은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다.”며 “미국이 워낙 광대하다보니, 전국에서 미국 장애인구 5,400여만 명의 요구사항, 당면과제 등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을 뽑기 위해 노력한다.”고 설여했다.

또한 “장애인위원회는 역할은 대통령과 국회 및 모든 행정부 내 산하 기관의 정책에 대해 조언 할 수 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위원이 일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돼야 한다. 미국은 1973년 재활법에 의해, 1978년 개정에 의해 장애인위원회의 의무나 권리·사항들이 나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위원은 어떤 위치인지를 궁금해 한다.”며 “미국 내 대통령이 임명하는 직종이 6,000~7,000명이며, 그 중 550~600명만 상원에 인증받는 직종으로, 차관부급 예우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윤삼호 소장은 ‘대한민국 국가장애위원회 설치’에 대해 발제했다.

윤 소장은 “법률상 우리나라의 장애인복지를 총괄하는 기구는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로 ▲장애인 종합정책 수립 ▲관계 부처 간 의견 조정 ▲장애정책의 감독 및 평가를 주요 업무로 삼고 있다. 따라서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는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 총괄 기구이자, 최고의사결정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그동안 1년에 1~2회, 어떨 때는 서면으로 회의를 마치는 등 형식적 기구에 불과한 ‘유령 기구’로 운영돼 왔다.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가 비효율적이고 체계적이지 못한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가 장애인복지를 최종적으로 점검하고 평가하는 범정부적 관제탑이 유명무실하기 때문.”이라며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는 국무총리가 주제하고, 거의 모든 부서의장관이 참여해야 하는 국무회의 수준의 회의구조지만, 대통령제 아래서 이러한 회의 구조가 정상적으로 성립하기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윤 소장은 ‘대통령 산하 국가장애위원회 신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장애계에서 제기되는 정부 내 장애인전담기구(장애인청)를 설치하는 것 보다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를 대체하는 대통령산하 ‘국가장애위원회’를 신설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가칭 국가장애위원회법’을 별도 입법하거나 장애인복지법 전면 개정, 장애인기본법 제정 방안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前) 협성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양희택 교수는 ‘장애인위원회 역할과 기능’에 대해 네 가지 측면으로 나눠 토론했다.

양 교수는 한 가지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자녀가 뇌병변장애 2급이며, 자산 8,000만 원(집 포함)을 소유한 이 가족은 경기도(농촌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뇌병변장애이기 때문에 계속 물리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집 근처에서 받을 곳이 없어 도시지역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동에 들어가는 비용도 무시하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장애인복지 서비스는 장애 1급, 기초생활수급권자 중심이기 때문에 이 가족은 장애인연금 등 어떤 서비스도 이용할 수 없다.”며 “실질적으로 서비스가 필요한 이러한 사례를 위해 장애인복지정책이 어떻게 흘러가야 하는지 어디서 논의해야 하나? 아무리 고민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애인위원회든, 국가장애인위원회든,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든, 반드시 상설조직·기구가 돼야 한다. 이는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정부에도 같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렇게 될 때 고민해야 할 부분은 현재 장애인 정책을 담당하는 20여 개 조직의 연계성은 어떻게 가질 것인가.”라며 “미국의 국가장애정책위원도 청문회를 거쳐 충분히 논의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같은 경우, 구체적 조항이 없으면 위원회에서 회의 결과가 나오더라도 실행되기 불가능하다고 본다. 이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대통령 직속 장애인위원회 설립’에 대해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치훈 실장은 회의적인 입장을 내놨다.

김 실장은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의 정책심의·조정기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 중 ‘권위부족’은 동의하지 않는다. 대통령직속 위원회는 19개가 있으며 방송통신위원회, 규제개혁위원회, 국가과학기술위원회만이 행정위원회다. 국무총리 직속은 35개 위원회가 있으며 공정거래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금융위원회,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행정위원회다. 행정위원회는 행정기관의 성격.”라며 “대통령 직속으로 올라간다고 해서 얼마나 달라질까? 대통령 직속 위원회라고 대통령이 위원장이 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도 대부분 위촉내지는 국무총리가 위원장이다. 결국,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된다고 지금과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장애인정책조정기구의 상을 잡을 때 ▲기구의 독립성 여부 ▲기구의 성격 ▲기구의 권한범위(장애인정책종합계획의 심의·조정 및 의결, 예산의 배분방향 설정 등) 등을 고려해야 할 요소로 꼽았으며, 장애인정책조정 문제의 대안으로는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의 기능 및 역할 강화(장애인정책종합계획의 심의·조정 및 실질적인 의결권 부여, 위원회의 사무기구 설치) △위원회의 사무기구 설치(중앙부처 간 정책조정안 마련, 정책이행 모니터링 조직 설치 등) △위원회의 운영규정 마련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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