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광우병이 확인됐는데도 정부가 사전 조치는커녕 안일한 태도로 일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이하 농수산부)는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중부지방 목장에서 사육된 젖소 1마리에서 소해면상뇌증(BSE)이 확인됐다는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와 미 농업부의 사실 확인에도 불구하고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검역중단조치를 하지 않겠다고 지난 25일 밝혔다.

농수산부는 “미국 측이 제공하는 정보가 제한적인 상태에서 섣부른 검역중단조치로 향후에 있을 통상마찰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하며 “30개월령 이상된 젖소고기는 미국에서 주로 가공용 원료로 사용되고 있어 국내에 수입될 가능성이 없다.”는 등 안일한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전문가, 시민단체, 국민들 모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박지원 최고위원은 26일 민생공약실천특위에서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했던 약속을 그대로 실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는 이미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도 수입중단을 하지 않고 검역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국민의 건강을 위해 쇠고기를 개방하면서 국민에게 약속한 그대로 실천되도록, 그런 정책을 검토해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국회 지식경제위 소속인 같은 당 조경태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는 2008년 5월 광우병이 추가로 확인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고 이미 수입된 쇠고기를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혔다.”며 “수입위생조건을 대폭 강화한 쇠고기 재협상을 미국에 요구하고 아울러 재협상을 통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후 미국에 쇠고기 시장 추가 개방을 약속한 협의도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당 이지안 부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2008년에는 미국에서 광우병 발병 시 수입중단을 하겠다던 정부가 올해 미국 눈치나 보며 검역 중단조차 보류한 것은 대국민 약속을 짓밟는 파렴치한 행위.”라고 비판하고 이어 “가장 부패하고 부도덕한 정권이기에 국민과의 약속은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고 거짓말을 일삼아도 되는 것인지, 미국 눈치를 보느라 국민 건강과 안전은 위험에 처해도 되는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국민들 역시 SNS를 통해 “2008년 촛불 시위하면서 우려하고 걱정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며 “정부는 광우병이 발생되면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약속을 지켜라.”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검역 중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는 26일 ‘검역 중단’에서 ‘검역 강화’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사실 상 ‘검역 보류’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농수산부 여인홍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 미국에서 발표한 내용이 제한적이다. 젖소 한 마리에서 발생했다는 것 밖에 나온 것이 없어서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한 후에 조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를 사실상 계속 수입하기로 하면서 광우병 발병과 동시에 판매를 중단했던 홈플러스는 판매를 재개했다. 이마트도 정부에서 수입중단 조치를 내릴 때까지는 계속 판매한다는 입장이다. 롯데마트만이 기존 판매 중단 조치를 유지했다.

광우병으로 알려진 소해면상뇌증이 미국에서 확인된 건 이번이 4번째다. 지난 2003년 12월 미국에서 최초로 광우병이 발생하자 우리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금지한 바 있다. 이후 2008년부터 수입이 정식 재개됐으며, 지난해에 10만7,000톤을 기록하며 호주산을 앞질렀고 올 들어 지금까지 2만7,000톤이 수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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