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장애인권익연구소, 수사절차상 장애인차별 관련 국가인권위 진정 기자회견 개최

경찰이 지적장애인과 관련된 수사에서 지적장애인의 인권을 침해하고 법적 보호마저 무시한 채 수사를 진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인천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인천연구소)는 지난 24일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수사절차상 장애인차별 관련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기자회견’을 갖고 미성년자 성추행 혐의로 구속 기소된 지적장애3급 강모(29)씨에 대한 경찰조사 과정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인천연구소에 따르면, 강씨는 2009년 6월 평소 알고 지내던 당시 초등학교 4학년 학생과 놀이터에서 놀던 중 학생이 “보여줘봐~ 보여줘봐”라고 놀리자 자신의 바지를 벗어 성기를 보였다. 집에 돌아온 강씨는 부모에게 이 일을 말했고 부모는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나쁜 행동.”이라고 가르치고 가볍게 넘겼다. 그런데 이 장면을 목격한 또래의 초등학생이 소문을 냈고 그 와중에 강씨가 초등학생의 바지를 벗기는 등 강제로 성추행한 것으로 와전됐다. 1여년 후 소문에 대해 알게 된 담임은 초등학생의 부모에게 이야기했으며, 그 부모는 강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했다. 당시 강씨가 경찰조사(현장조사, 대질심문 등)를 받을 때 부모나 전문가 등 조력자 없이 혼자서 받은 것이다.

강씨 아버지는 인천연구소와의 상담 과정에서 “당시 경찰이 중간에 한 번 강씨를 데려가라고 연락한 적이 있는데 그때 무슨 일인지 경찰에게 물었으나, ‘별일 아니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해 그냥 넘겼다. 그런데 집에 와서 아들에게 자초지종을 들었더니 경찰이 ‘동사무소 직원’이라며 ‘장애수당을 줄 테니 따라오라’고 했다더라. 아들은 그때도 나에게 ‘그런데 그 사람이 아직 장애수당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중에 아들에게 들으니 경찰이 아들에게 ‘시키는 대로만 하면 집에 빨리 갈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후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는 초등학생 측의 이야기만 수용한 채 수사를 완료했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을 전달받은 검찰은 강씨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다. 그러나 강씨는 낯선 사람이 전화하자 두려움을 느꼈고 잘 이해되지 않는 이야기를 하자 장난전화인 줄 알고 더 이상 받지 않았다. 이에 검찰은 강씨를 도주 위험이 있다고 간주해 수배명령을 내렸다. 강씨 아버지는 이에 대해서도 “수배명령까지 내려졌음에도 가족들에게 따로 연락을 취해 소환하지 않아 전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강씨는 결국 2010년 주말에 교회를 가는 도중 집 앞에서 경찰에게 긴급체포 돼 구속 기소됐고, 2심에서 1년6개월, 전자 팔찌 6년을 확정 받고 수원교도소를 거쳐 현재 안양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반면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인천지방경찰청 측은 지난 25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 같은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경찰청은 “당시 ‘장애수당을 줄 테니 따라와라’, ‘시키는 대로하면 집에 빨리 갈수 있다’고 회유한 것은 사실무근이다. 강씨는 말은 어눌했지만 자신의 의사표시를 분명히 했고 경찰의 말을 이해했으며, 강씨 스스로 범행 현장을 지목하고 범행을 시인했다.”며 “강씨 측은 조사 과정에서 보호를 받은 바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당시 사건현장 확인 차 강씨에게 현장을 지목토록 해 현장에 갔으며 피의자 심문조사 직전에 부친의 사무실을 내방, 사건개요 및 절차를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인천연구소는 이에 대해 “강씨의 가족들은 경찰이나 검찰 쪽에서 사건에 대해 수사한 사실을 늦게 알았고, 사건 자체를 성희롱 수준으로 알고 있었는데 일방적인 수사 후에 강제추행으로 종결돼 중형을 선고받아 힘들어 하고 있다.”며 “사회적 연령 4.6세~5.7세밖에 안 되는 지적장애인이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을 겁박하는 게 통하겠냐.”라고 반문했다.

또한 연구소는 “지적장애 특성 상 판단 능력이 미약해 진술에 일관성이 없음에도 ‘시키는 대로 하면 집에 빨리 갈 수 있다’고 회유해 얻어낸 강씨의 진술을 토대로 수사를 진행한 것이나, 경찰 측이 조력자 없이 강씨만을 현장에 데려간 것은 모두 부당하다.”라고 주장하고 “전화를 잘 받지 않았다고 해서 강씨가 도주 위험이 있다고 판단한 것도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인천연구소는 ▲강씨가 조사를 받는 동안 지적장애3급으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법이 적시한 도움도 받지 못한 점 ▲경찰이나 검찰이 지적장애인의 특성에 대한 이해와 인식의 부족으로 일방적인 수사를 함으로써 부당한 판결이 나오게 한 점에 대해 지적하고 “이는 수사 과정에서의 차별로 인해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에게 불이익을 줬기에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위배되는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인천연구소는 이어  “2심까지 확정된 후에 연구소에 상담 의뢰가 들어와 늦은 감은 있지만, 대법원 판결에서는 이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현행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제26조 4항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소속원은 사법행정 서비스를 제공 할 때 장애인이 장애인 아닌 사람과 실질적으로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돼있으며, 같은 법 제26조 6항에서는 “사법기관은 조력을 받을 권리가 보장되지 아니한 상황에서의 진술로 인해 형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인권 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에서는 사회적 약자로 ‘미성년과 여성, 장애인’을 특별히 정하고, “경찰관은 직무수행 중 이들에 대해 신뢰관계에 있는 자 또는 의사소통이 가능한 보조인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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