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보험차별 개선을 위한 정책 토론회’ 개최...장애인 보험차별 가이드라인 초안 발표

‘남편은 시각장애, 부인는 청각장애인 부부가 임신해 자녀를 위해 태아보험에 가입하려했지만, 부모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보험가입에 거절당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아이가 태어나서도 18세까지는 어떠한 보험도 들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부모의 장애가 되물림 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것이 청각장애 어머니로서는 더욱 충격이었다.’

‘지적장애 3급 장애자녀를 둔 부모가 아들을 위해 실손 상해보험에 가입해 1회 보험료를 납부했는데, 보험사에서 추가서류로 정신과전문의 소견서를 25일 이내에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소견서 검토 이후 가입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고 했는데, 문제는 추가서류를 발급하는 데 드는 비용이 30~120만 원이 지출된다. 또한 병원예약·검사·결과가 나오기까지 25일 이내에 도저히 할 수 없기 때문에 보험사 측에 말했으나, 보험사는 25일 이내에 제출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말만 반복했다.’

장애인에 대한 보험 가입의 차별을 개선하기 위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와 대한정신건강재단은 장애인에 대한 보험 가입 및 보상 등에서의 차별 개선을 위해 논의하는 ‘장애인 보험차별 개선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지난 9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사무국장은 ‘장애인의 보험 가입은 정상성에 대한 도전이다’라는 주제로 보험차별 사례에 대해 발표했다.

▲ '장애인 보험차별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지난 9일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했다.
▲ '장애인 보험차별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지난 9일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했다.
박김 사무국장은 “장애인의 보험가입에서 발생하는 차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보험설계사와의 만남에서 발생하는 1차적 차별과 보험 인수과정에서 발생하는 2차적 차별.”이라며 “1차적 차별은 보험설계사 개인의 장애에 대한 편견이나 보험 인수 탈락의 경험으로 발생한다. ‘장애인은 위험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는 편견은 보험설계사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광범위하게 인식돼 있다. 하지만 ‘장애로 인한 사고 위험이 높다는 것은 객관적이고 과학전인 근거가 없다. 또한 인수과정에서 발생하는 2차적 차별은 장애인 건강과 관련한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험회사는 장애인이 수명이 짧을 것이라는 편견으로 생명 보험을 거부하고, 질병률이 높을 것이라는 편견으로 의료실비보험을 거부하고, 위험률에 노출되거나 위험률에 방어능력이 없다며 화재보험을 거부하고 있다.”며 “어느 의료 보고에서도 장애인이 비장애인에 비해 사망률, 질병률, 재해률이 높다고 제시할 만한 근거가 없다. 그럼에도 보험회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고 있는 것은 분명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한정신건강재단 신동근 운영위원은 정신질환을 중심으로 현황과 문제점에 대해 제시했다.

신 운영위원은 “장애인은 가입 심사 단계가 아니라 모집원 수준에서 가입이 거절돼, 가입 심사를 받을 기회조차 박탈되고 있다. 설사 가입 심사 단계까지 가더라도 보험회사의 적절하고 합리적인 심사 기준이 없으며, 회사 마다 다른 인수 기준과 너무 엄격한 기준으로 가입을 거부당하고 있다.”며 “공식적으로는 보험회사가 정신질환자에 대한 차별이 없다고 하나, 실제 사례에서는 차별이 있다. 뿐만 아니라 ‘불면증’ 등으로 단 한번 정신과를 방문한 기록만으로도 가입이 거절된 사례가 있다. 이러한 인수행태로 인한 정신질환자의 인권, 특히 소아 환자의 낙인이 심각하다. 우리나라의 ‘OECD 가입국 중 자살율 세계 1위’라는 타이틀도 보험차별이 크게 일조하고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장애인에 대한 보험 차별은 상법 관련 조항과 관련이 있다.
상법 제732조에서는 ‘(15세미만자 등에 대한 계약의 금지) 15세미만자, 심신상실자 또는 심신박약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은 무효로 한다.’고 적고 있으며, 상법 제644조에서는 ‘(보험사고의 객관적 확정의 효과) 보험계약 당시에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하였거나 또는 발생할 수 없는 것인 때에는 그 계약은 무효로 한다. 그러나 당사자 쌍방과 피보험자가 이를 알지 못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나와 있다.

아름다운재단 공감 염형국 변호사는 “애초에 상법 제732조는 심신상실자 등이 도박보험과 인위적 사고의 희생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로 도입됐다. 그러나 이 규정은 장애인의 보험가입을 가로막는 ‘독소조항’으로 작용해 왔다.”며 “상법 제732조에 나오는 ‘심신상실자, 심신미약자’의 개념은 민법상 ‘행위능력과 관련된 용어’로, 지적장애인·정신질환자와 동의어가 아님에도 정신·지적장애인으로 분류 돼 보험가입을 거부하는 근거조항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지목했다.

상법 제644조에 대해 염 변호사는 “보험사고의 우연성에 대한 상법 제 644조 규정이 보험인수과정에서 장애인을 차별하는 근거조항으로 악용되고 있다. 장애인은 보통 보험계약 당시 이미 보험약관상 장해보험금 지급사유인 장해(보험사고에 해당하는 장해)가 있는데, 이를 두고 보험회사에서는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한 것’으로 보고 보험인수 자체를 거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염 변호사는 “정신적 장애인의 보험가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고, 민간 보험회사에 의해 장애인에 대한 보험 가입을 거부하는 근거조항으로 악용돼 온 상법 제732조는 마땅히 삭제돼야 한다.”며 “보험계약 체결에 있어서 개별 사안마다 계약의 일반원칙에 따른 의사능력 유무를 판단해야 하고,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의사능력 유무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상법 제644조와 관련해서는 장애인의 특정부위 장애는 보험계약의 보장대상에서 처음부터 제외된 것임을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논했다.

▲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차별기획조사팀 조형석 팀장.
▲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차별기획조사팀 조형석 팀장.
인권위 장애차별기획조사팀 조형석 팀장은 ‘장애인 보험차별에 대한 가이드라인’ 초안을 발표했다.

인권위는 지난 2002년부터 민간보험에서의 장애인 차별 실태조사, 직권조사 등을 통해 장애인 보험가입·보상에서 비장애인에 비해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가 발생하고 있다며 2005년 ‘민간보험에서의 장애인차별문제를 개선할 것’을 권고했으며, 2007년 제정된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는 장애를 이유로 보험가입 등에서의 차별을 금지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피보험자의 개별상황이 아닌 장애등급을 주요한 보험인수 기준으로 삼거나, 장애인의 경우 보험사고가 일어날 위험성이 높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이유가 수반되지 않은 예단으로 장애인에 대한 보험 가입과 보상 등을 거절하는 사례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인권위는 지난해 5월~12월 장애유형별 보험차별 개선을 위한 가이드라인 연구용역을 실시했으며, 지난해 2차례의 걸쳐 비공개 공청회를 개최한바 있다. 또한 지난 3월 16일 관련 기관 공청회를 거쳐 지난 달 보건복지부·법무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과 부처 협의를 거쳤다.

조 팀장은 장애인 보험차별 가이드라인에 대해 “이번에 만들어지는 가이드라인은 인권위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상의 보험차별과 관련해 차별여부를 판단하는 하나의 기준으로 적용되고, 이를 위한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권위에의해 차별행위로 판단될 것.”이라며 “하지만 가이드라인 자체가 법률은 아니므로, 가이드라인에 규정된 내용에 따라 새로운 권리가 창설되거나 의무가 부여된 것은 아니다.”라고 해석했다.

장애인 보험차별 가이드라인에서는 장애 또는 장애인의 범위에서 ‘장애’는 ‘신체적, 정신적 손상 또는 기능상실이 장기간에 걸쳐 개인의 일상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초래하는 상태’를 말하며, ‘장애인’이란 ‘장애를 가진 사람’을 의미한다. 하나의 장애를 가진 사람뿐 아니라 복합적 장애를 가진 사람도 적용대상이 된다. 또한 과거에 장애를 가졌던 사람 또는 미래에 장애를 가질 수 있는 사람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즉,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장애인등록을 하지 않은 사람도 포함된다.

차별행위를 당했다는 주장이 있으면 보험회사는 ‘어느 장애가 또는 어느 장애인이 해당 보험상품의 서비스와 관련해 위험률이 높다는 검증된 통계자료를 제시하면 정당한 사유’로 인정받을 수 있다. 여기서 통계자료는 국내 자료가 바람직하나, 국내자료가 없거나 불충분한 경우에는 국외 자료를 이용할 수 있다.

인수단계의 차별에 대해서는 절차상의 차별, 인수거절과 차별, 보험조건과 차별, 상법 제732조의 적용문제, 상법 제644조의 적용문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정해진다.

그중에서도 그동안 문제시 돼온 상법 제732조의 적용문제는 ▲정신장애인 또는 지적장애인을 곧바로 ‘심신상실 또는 심신박약자로 단정하고 보험가입을 거절하는 것은 차별에 해당 ▲대체로 정상적인 의사능력을 갖고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면 심신박약자가 아님 ▲개별적으로 보험의 의미와 보험사고에 관해 판단할 의사능력이 있는지를 살펴보지 않고 보험가입을 거절하는 것은 차별이며, 지적장애의 등급·IQ를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심신박약이라 단정할 수 없음 ▲정신장애 때문에 치료와 투약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심신박약자로 취급해 가입 거절은 차별 ▲상법 제732조에 따라 일률적으로 보험가입이 거절된다면 차별 ▲장애인시설 등 대상으로 단체보험의 가입을 검토 시, 일부 피보험자가 ’심신상실, 심신박약‘으로 평가된다고 전체에 대한 보험가입 거절은 차별에 해당한다.

또한 상법 제644조의 적용문제는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보험가입 거절은 차별 △어떤 장애의 발생이 주계약의 달성조건으로 돼 있는 경우, 해당 보장내용을 무담보로 하거나 삭제하는 조건으로 보험인수를 하는 것이 바람직 △어느 장애의 존재로 인해 해당 장애와 관련된 내용을 무담보로 할 경우 보험상품의 본질적 보장 기능이 사라질 수 있다면 보험가입 거절할 수 있으나,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가능한 경우 이를 설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 팀장은 “가이드라인 마련은 ‘입구에서 차별을 배제하자’는 것이다. 공청회를 계속 가지면서 해당보험회사와 이야기하면, ‘보험사에서는 이 사항을 지키고 있지만, 대리점 등에서 차별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며 “그것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다.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은 대리점·지점에서 이에 대한 숙지가 정확이 돼 있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험사에서는 ‘합리적 근거를 제기하기 어렵다. 의학적 통계가 있어야 하는데, 이것을 국가적으로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부분은 참고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장애가 있다고 해서 다 보험을 가입하자는 것이 아니다. 사적기관이기 때문에 거절할 수 있다. 하지만 거절을 할 때 합리적인 이유와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합리적인 이유와 근거라는 것이 너무 엄격하다고 볼 수 있다는 여지가 있을 수도 있지만, 장애인차별을 근절시키기 위해 보험회사도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권위는 ‘보험차별 가이드라인’을 관련 기관와의 면담 및 관련 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다음 달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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