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갑작스런 사용료 청구때문에 운동할 곳 잃어버려"...서귀포시 “‘제주특별자치도민회관 설치 및 운영조례’ 어긋나” 주장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한 장애인 배드민턴 클럽이 해체될 위기에 놓였다. 그동안 무료로 사용했던 서귀포시민회관 사용료를 내야하기 때문이다.

서귀포시 장애인종합복지관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한 이 클럽은 2010년 해당 복지관에서 독립해 독자적으로 운영을 시작했으며, 전국 장애인 생활체육 클럽 및 제주도 체육회 산하 제주도 장애인 배드민턴 협회 정식 회원 클럽으로 가입했다.

해당 배드민턴 클럽 회장 현문수 씨는 “당시 시청에 복지관 소속이 아닌 클럽의 서귀포시민회관 이용 여부를 물었더니 ‘공인된 공식 기관의 협조 공문이 있으면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협조 공문을 보냈고, 담당자의 승인을 받아 그동안 무료로 사용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서귀포시는 '무료 대관은 제주특별자치도민회관 설치 및 운영조례에 어긋난다'며, 이용 시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말한 것.

현 씨는 지난 7일 서귀포시 인터넷 신문고에 글을 통해 “한 대에 500~600만 원하는 경기용 휠체어를 빌려서 개인 돈으로 수리해 쓰고, 지도자가 없어 다른 기술을 익히기 어려움을 겪는 등 운영상 많은 어려움이 있으나, 단순한 사업일환이 아닌 독립 클럽이라는 회원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민 체육대회 장애인 배드민턴 종목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는 성과를 보였다. 회원들의 의욕과 분위기가 불타오르고 있는 가운데 서귀포시민회관 관련 통보는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왜 갑자기 사용료를 요구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서귀포시민회관 사용료는 오전 11시~오후 1시까지 1만 원, 오후 1시~6시까지 1만4,000원, 오후 6시~9시까지 2만 원 등 하루 4만5,000원의 이용비를 내야한다. 매일 운동을 해야 하는 데, 가뜩이나 어려운 형편에 이 돈을 내고 클럽을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는 게 클럽 관계자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서귀포시 문화예술과 문화시설담당자는 “당초 사용료를 납부한 뒤 사용했어야 하나, 지금까지 사용료 전액감면 규정에 대한 넓은 해석으로 무료로 사용해온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제주특별자치도민회관 설치 및 운영조례’ 제9조에 따르면, ‘장애인복지법에 의한 등록장애인을 위한 행사 및 제주자치도내 생활체육 클럽 등 생활 진흥(연습 이용 포함)을 위한 행사’일 경우 사용료를 감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담당자는 “당시 담당자와 어떤 이야기가 오고갔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담당자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조례를 잘못 해석한 것 같다. 그동안 서귀포시에서 행사 말고도 넓게 해석해준 부분이 있는데, 지난 4월부터 조례에 위배되는 사항들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이런 문제들이 지적됐다.”며 “이 때문에 조례에 따라, 일상적인 회원들의 운동을 목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동호회 활동은 적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열악하고 힘든 상황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조례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을 위반하면서까지 봐줄 수는 없음을 이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서귀포시는 서귀포시민회관 사용료를 납부하지 않은 곳에 이와 같은 사항에 대한 안내문을 보낸 상태며, 앞으로 이용 규정 등을 확실하게 알린다는 방침이다.

“시에서 관리하는 만큼 조례 해석하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반면 제주특별자치도장애인체육회는 ‘지난 3월, 이미 무료로 이용하기로 협조가 된 사항’이라고 반박했다.

제주특별자치도장애인체육회 관계자는 “해당 클럽에서 서귀포시민회관 사용을 위해 장애인 배드민턴 협회에 협조 공문을 요청한 바 있다.”며 “당시 서귀포시청에서 받아주지 않겠다고 해서 제주도청으로 넘어갔고, 담당 주무관과 협의해 서귀포시청으로 공문이 내려간 것으로 알고 있다. 서귀포시민회관 관계자와도 통화했고 구두로 이미 협의가 된 사항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문제가 다시 제기될 줄은 몰랐다.”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 관계자는 “장애인 선수들은 특히 경제적으로 여유가 많지 않다. 결국 시에서 운영하는 회관인 만큼, 조례에서 사용료 납부를 규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현문수 씨는 “생활체육의 보급·확대가 강조되면서, 국가적으로 장애인 체육 또한 자생력을 키우자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자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클럽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하는 것 아니냐.”며 “우리는 운동할 장소가 필요한 것이지 행사를 하기 위해 대관을 부탁하는 것이 아니다. 부디 조례를 만들어서라도 건전한 여가생활 및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생각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제주도 복지안전위원회 박주희 의원은 장애인의 문화·체육활동 욕구는 다른 지역에 비해 앞서가고 있는 반면, 이에 따른 기반마련이 안된 결과가 초래한 문제로 해석했다.

박 의원은 “1차적으로는 소통이 원활하게 되지 않아 발생한 문제로, 자칫하면 ‘장애인은 무료로 원한다’는 편견이 생길까봐 우려스럽다.”며, “근본적으로는 장애인의 의식 수준 및 높아지는 욕구에 제도 및 기반이 쫓아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 체육활동이 굉장히 활발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한 시설이 워낙 없어 제한적이다. 특히 제주도는 이동권·접근권이 상당히 낙후돼 있는 상태다. 때문에 비장애인의 경우 언제든지 다른 곳을 찾아 이용할 수 있지만, 장애인은 시민회관 등이 아니면 활동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제주도의 재정자립도는 25% 정도로 낮은 수준인데다, 최근 정부 방침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부담이 높아지자 복지예산을 투입하는 데 ‘몸을 사리게 된다’는 게 박 의원의 말이다.

박 의원은 “어떻게 잘 배분하고 활용하느냐가 관건인데, 도 입장에서도 웬만하면 받아들이려는 적극적인 의지가 있기 때문에 차차 나아질 것이다. 지난해 만들어진 장애인 인권조례의 후속조치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러한 것들이 함께 맞물려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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