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박동우 위원

제가 3살 때 소아마비를 심하게 앓았는데, 당시 부모님께서도 포기하실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비록 왼쪽 팔에 장애가 있으나 지금 이렇게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데 신념을 갖고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삶에 있어서 조언자를 꼽으라고 한다면, 얼마 전 돌아가신 저희 아버지라고 말합니다.
제가 초등학생 때 아이들한테 맞고 오면 아버지께서는 항상 정의에 앞서서 싸우는 용기를 보여주셨고, 아버지께서 여러 가지 지병으로 무릎 위까지 두 다리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으셨는데 그 와중에도 활기차게 지내셨습니다.

저는 1970년 5월 10일 미국으로 이민을 갔습니다. 한국에서는 학교 다닐 때 교장선생님께 긴소매의 여름 교복을 입게 해달라고 요청했던 적이 있었는데, 미국에서는 오히려 장애를 드러내고 다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와 달리 ‘따가운 눈총’을 덜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세계 어느 곳에서든 편견과 차별이 존재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1998년 LA 마라톤에 참가해 완주했는데, 당시 전화통신회사의 홍보부장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매년 지역사회 비영리단체 또는 상공회의소 등에 기부할 기회가 있었는데, 예산이 모자라 라틴계 장애인단체에 기금을 전달하지 못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와 함께 스스로 장애인이기 때문에 회사가 나에게 특별한 과제를 맡기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어 마라톤에 참가했던 것입니다.

마라톤 완주거리가 26.2마일(약 42㎞)인데 1마일을 뛸 때마다 2불씩 기부 받아서 모두 1,650여 불(한화 1,900만 여 원)을 기부했습니다.
6시간 12분이라는 기록으로 완주했는데 계획을 세우고, 그에 맞는 준비와 훈련이 뒤따랐다는 것 자체가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아울러 도전과 의지 끝에 완주했을 때의 성취감이 좋은 동기 부여가 됐습니다.

스스로 장애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보다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끝에 지금 이 자리에 올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나는 장애인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한 적 있는데, 장애라는 인식 때문에 걸림돌이 생기므로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는 데 있어서는 무엇보다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장애에 초점을 두는 것보다는 각자의 능력에 초점을 두고 정책을 맞춰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똑같이 다양한 사회에서 얼마든지 ‘해낼 수 있다’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은 갈망이 있었습니다.
MBA공부도 마라톤 완주도 골프 치는 것도 힘들었지만, 어떻게 하면 자신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 항상 고민하고 노력했습니다.

미국에는 5,400만 명의 장애인이 있습니다.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에서는 그들에 대한 평등한 대우, 고용에 의한 경제적 자립, 탈시설과 독립된 생활 등 사회통합과 권익을 위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장애는 유형도 정도도 많이 다릅니다. 그래서 각자에게 맞는 능력에 기준을 둬서 개인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지원이 이뤄져야 합니다.

또한 동기를 부여해 최대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상담 및 지도도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애인 당사자가 현재의 복지 상태에 만족하지 않고, 보다 더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미국에서는 장애인이 상해보험과 관련해 판결을 받으면 매월 소정액을 지급하는 데만 그치고 있어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통학교육은 일찍 시작하면 할수록 좋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자신과 다른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이해하고, 나아가 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15명의 장애위원 중 유일한 동양계 위원으로서, 이 자체만으로도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특히 문화적 배경과 함께 정책의 다양화, 언어까지도 고려하는 상황을 직접 겪었기 때문에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앞으로 인종, 언어, 문화 등 다양성을 중시하며 미국의 장애인 모두가 동등하게 사회통합을 이루며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저는 해외동포로서 세계적으로 뻗어나가는 한국의 위상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세계의 중심에 서서 변화를 이끌어나가는 일이 많이 있길 바라며, 이를 위해 도전정신을 갖고 자신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기회 또한 많아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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