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로 구성된 ‘빛누리실버연극단’ 공연 앞두고 맹연습

“옛말에 쇠눈이 커도 의논이 크덴 해수다. 우리 서로 서로 의논허멍 우리마을이 서로 화합하고 의지허멍 행복한 마을, 멋진 마을로 만들어가 보게양.”

지난 7월 23일 오전 제주시 중앙로에 위치한 미예랑 소극장 연습실. 공연을 앞두고 연세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제주 사투리를 써 가며 대사 연습에 여념이 없었다.

이들은 제주특별자치도노인보호전문기관(관장 김선희)에서 운영하는 ‘빛누리실버연극단’의 단원들. 대사를 읊는 단원들의 눈빛이 사뭇 진지했다.

60세 이상 노인들로 구성된 이 연극단은 지난 2007년 8월 창단한 제주 최초의 노인 연극단이다. 당시 제주도노인보호전문기관이 노인들이 직접 연극을 통해 노인 문제를 다뤄보자며 희망자를 모집해 연극단을 만들었다.

이후 요양원과 양로원, 노인대학 등을 찾아다니며 수십회에 걸쳐 공연을 펼쳤다. 이 연극단은 연극을 통해 노인 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인 공로로 2008년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현재 단원은 여자 5명, 남자 1명 등 모두 6명. 지난 5월 오디션을 거쳐 5기 단원 2명이 새로 합류했다. 나머지 4명은 2008년 이후부터 활동 중인 2~4기 멤버들로 연기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단원들이다.

이들은 교사, 성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다 은퇴한 뒤 늦깎이 열정을 불태우며 ‘제2의 인생’을 꿈꾸고 있다.

오는 9월 첫 선을 보이는 연극의 제목은 ‘쇠눈이 크덴 해도 의논이 커’. 소 눈이 크다고 해도 서로 의논하는 게 더 크다는 뜻의 제주 속담이다. 소통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 작품은 마을회장 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주민들 간 갈등을 소통의 과정을 통해 평화롭게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그린 40분짜리 창작극이다. 모든 대사가 제주 사투리로 돼 있다.

단원들은 공연을 2개월 여 앞두고 매주 2회 이상 모여 구슬땀을 흘리며 맹연습을 하고 있다.  외웠던 대사를 잊어버리거나 동선이 헷갈리는 등 실수를 연발하지만 열정만은 대단하다.

연극단 고인숙 단장(68)은 “연기에 몰입하다보면 다시 청춘으로 돌아간 기분이 든다”며 “무대에 올라 관객들과 함께 웃고 울면서 소통하고 공유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단원 중 최고령자인 박은식씨(69)는 “이 나이에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한 일”이라며 “즐거운 마음으로 재미있게 연습하고 있다”고 했다.

대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이어도예술극단의 김광흡 대표는 “이번 작품은 마을주민들 간 내 편, 네 편하는 ‘편 가르기’ 문화와 부모의 재산을 둘러싼 자식들 간 다툼 등 우리 사회와 가정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소통의 과정을 통해 풀어나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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