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돌려막기, 카드사에 예탁금 대납 요청까지

서울 대부분의 자치구가 예산 고갈로 다음 달부터 무상보육 중단 위기에 처했다.

서초구는 이번 달 25일까지 추가 대책이 발표되지 않으면 이달 보육료부터 카드사에 예탁금 대납을 요청할 예정이며, 예산을 서로 당겨 쓰던 나머지 24개 구도 9월 이후 보육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무상보육 중단 위기가 현실로 나타났다.

서울 자치구의 무상보육 예산 부족 사태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지난 1일 0~2세 전면 무상보육에 따른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보육료 부족분 6천639억 원 중 예측치를 초과해 보육시설로 몰린 아동 7만여 명에 대한 추가 소요예산 2천851억 원만 지원키로 해 서울의 각 자치구는 부족 예산을 메우지 못했다.

조현옥 시 여성가족정책관은 "지방채를 발행해 쓰라는 뜻인데 지금 상황에선 턱없이 부족하다. 추경예산도 예비비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조 정책관은 "사정이 나은 구의 예산을 보육서비스가 당장 중단될 위기에 처한 구로 옮기거나 다음 달 예산을 미리 지급하는 등 마지막 임시방편을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7월 예산이 바닥나 무상보육 중단 선언을 했던 서초구는 다른 구의 10월치 예산을 당겨 받았지만 또다시 가장 먼저 예산이 바닥을 드러냈다.

구 관계자는 "8월분부터 예산이 부족해 25일까지 정부의 추가 지원이 없으면 보건복지부 정보개발원의 협조를 구해 카드사에 예탁금 대납을 요청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행히 한 달은 넘겼지만 9월도 예산이 없는 상태여서, 다음 달에도 정부에서 추가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사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초구가 가장 먼저 예산 고갈 상황을 맞은 것은 전체 무상보육 대상자에서 소득 상위 30%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서초구는 0~2세 전면 무상보육 시행 후 무상보육 대상이 1천665명에서 5천113명으로 급증했다. 대상자 중 68%(3천400명)가 상위 30%인 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초구에 외상거래 등을 통해 보육예산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번 달을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머지 24개 자치구도 9월분부터 예산이 고갈될 전망이다.

서울구청장협의회는 “정부가 계속 추가지원 방안을 발표하지 않고, 정부와 자치구가 별다른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다면 협의회를 열어 무상보육 부족에 대한 대안과 해결방안에 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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